40년이 넘은 긴 역사를 자랑하며, 매년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도출하고 있는 이리초등학교 육상부.

지난 2월 26일 찾아간 공설운동장은 추운 날씨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쉼 없이 달리는 육상 꿈나무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천천히 트랙 돌면서 워밍업 해라.”

코칭스태프의 지휘 하에 운동장 한편에 모여 있던 이리동중 선수들과 이리초 윤시우 선수는 일사분란하게 모여 트랙 위에 줄을 맞춰 섰다.

“파이팅! 하나! 둘!”

맨 앞에 선 선수가 뜀걸음을 시작하며 우렁찬 기합을 넣자 나머지 선수들은 발을 맞춰 뛰기 시작했다. 선배 선수들은 후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고, 후배 선수들은 선배 선수들을 따라 힘차게 발을 굴렀다.

차근차근 운동장 10바퀴 정도를 돈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눈빛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불타올랐다.

“숨이 차도 포기 하지 마! 뒤처지는 애들 있으면 선배들이 이끌어!”

뜀걸음 중간 중간 체력이 다소 약한 선수들이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선배 선수들은 저마다 후배 선수들을 이끌며 훈련을 주도했다.

15여 분간의 쉼 없는 뜀걸음이 이어졌고, 트랙 러닝이 종료되자 선수들은 곧바로 모여 스트레칭을 하며 뭉친 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헉! 헉!”

차가운 공기가 폐부로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 선수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훈련에 매진했다.

“숨 좀 고르고, 다시 운동장으로 2명씩 모여라.”

스트레칭을 마무리 한 선수들은 2인 1개조로 짝을 이뤄 트랙 위로 모였다.

“하나! 둘! 셋!”

트랙 출발선상에 맞춰 선 두 명의 선수는 코칭스태프의 구령이 끝나기 무섭게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순간의 힘을 이용해 빠르게 뛰어 나가는 전력질주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훈련에 지칠 법 한데도 끝까지 포기하는 사람 없이 자신들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 40여년이 넘은 긴 역사.. 전국대회 우수 성적 도출

지난 1974년에 창단한 이리초등학교 육상부는 42년이라는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현재 6학년 중거리 선수 1명만이 남아 있는 이리초 육상부는 1974년 창단 해부터 마라톤 대회에 출전에 은메달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지난 2014년 제4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최종선발전 800m 1위, 제2회 춘계전국초등육상대회 800m 1위, 제4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800m 2위, 제42회 KBS배전국육상대회 800m 1위, 제16회 전국꿈나무선수선발 800m 1위, 제65회 지역교육지원청종별선수권대회 400m와 800m 1위, 제20회 전라북도교육감기교육지원청대항전 400m와 800m 1위, 2015년 제34회 교육장배 육상경기대회 1위, 2016년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800m 2위를 기록하며 중·장거리 선수 배출의 요람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정도현 감독교사는 “체조부와 함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육상부는 창단 해부터 메달을 따는 등 두각을 나타내왔고, 지금도 꾸준한 성적을 이어가며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면서 “애로사항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육상부 내 유일한 선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

이리초등학교 육상부는 올해 선배 선수들이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6학년으로 올라간 선수 한 명이 전부인 상황이다. 그 선수가 바로 윤시우 선수이다. 또렷한 눈망울에 천진난만한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모습이지만, 훈련에 임할 때만큼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리초 육상부 내 유일한 선수인 윤시우 선수는 올해 6학년으로 내년이면 중학교로 진학한다. 현재 200m와 800m 등 중거리를 주 종목으로 하고 있는 윤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교내 체육행사에서 800m 달리기에 출전해 1등을 거머쥔 뒤 체육교사의 추천으로 육상을 시작하게 됐다.

윤 선수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자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윤 선수를 지도·감독하고 있는 정도현 감독교사는 “윤 선수는 신장이 작아 보폭이 크지 않지만,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단점을 극복해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이 꾸준히 훈련하고 노력한다면 전라북도는 물론 전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해마다 부족한 선수.. 해결의 실마리 찾아야

이리초등학교 육상부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선수 수급이다. 남녀 체조부와 유도부, 육상부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이리초등학교는 해마다 전교생의 감소는 물론, 다수의 저학년 선수들이 포함돼 있음에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않아 정식 선수가 모자란 상황이다.

실제로 저학년 선수들은 매일 훈련에 참가하지 않으며, 전지훈련 및 방학기간 중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선수들이 언제든지 포기 의사를 내비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이 많다.

부족한 학생 수 안에서 체육활동 및 체육대회 등을 통해 코칭스태프들이 선수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로 그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

정도현 감독교사는 “윤시우 선수를 제외하고 저학년 학생들이 육상부로 활동은 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훈련에 참여를 하지 않아 선수 육성에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또한 저학년 학생들은 언제든지 운동이 하기 싫으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이 선수들을 잡을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앞으로의 목표와 행보

이리초등학교 육상부의 목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각종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휩쓰는 것은 물론, 윤시우 선수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다.

선수수급이 수월하지 않아 윤 선수를 집중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회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정도현 감독교사의 설명이다.

정 감독교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훈련에 매진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윤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육성해 전국대회를 재패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 동안의 노력이 이번 소년체전에서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고,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부족한 선수 탓에 올해 1명의 선수로 팀을 유지해야 되는 이리초등학교 육상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달리는 윤시우 선수의 모습 속에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게 될 모습을 기대해 본다.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