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건강을 지키는 예술.. 나이는 숫자에 불과
그라운드의 소통과 배려.. 삶의 모습에도 그대로

◇ 박진감 넘치는 그라운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배산체육공원 축구장의 열기가 뜨겁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그들은 유니폼에 축구화, 스타킹과 가드까지 맞춰 입고 축구경기를 시작하기 전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20~30대의 선수들이지만, 가까이에서 본 실제 그들은 대부분 머리가 하얗게 센 60대 이상이다.

그러나, 그 의욕과 실력만큼은 젊은 선수들 못지않다. 오히려 축구는 힘과 기운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며 동료를 통해 공간을 활용하는 스포츠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

익산시체육회 내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축구연합회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높지만, 많은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건강을 지켜가고 있는 익산시 축구연합회 60대 OB 팀을 만나봤다.

“자~ 올라오세요!”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기 위해 최종 수비선을 올리는 센터백의 지시 한 마디에 잘 짜여진 조직력의 수비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상대 공격수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여느 팀 못지않게 조직적인 플레이와 오고가는 파이팅이 힘차다.

“출발! 지금! 지금!”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기 위해 뒤로 돌아 출발하는 공격수의 외침에 공을 가진 동료가 수비수 사이를 꿰뚫는 패스를 찔러 준다. 그 찰나의 순간, 선심의 깃발과 주심의 휘슬이 공격을 하는 팀과 수비를 하고 있는 상대팀의 운명을 가른다.

“윙백 커버해요! 형님!”
오버래핑을 한 수비수의 뒷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의 움직임도 조직적이다. 오랜 기간 동안 매주 손발을 맞춰 온 그들인지라 호흡이 척척 맞는다.

물론 호흡이 가빠져 공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동료와의 팀플레이로 부족한 부분을 같이 메워나가는 조직력을 보여주는 그들.

경기 내내 송골송골 맺혀 떨어지는 땀방울과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날카로운 눈빛,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끊임없이 함성을 외쳐대는 그들은, 축구를 통해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며 건강한 익산을 만들어가고 있다.

◇ 그들의 축구 철학

그들에게 축구는 우선 건강을 지켜주는 예술이다.

대부분 오랜 기간 축구를 즐기며 생활의 활력을 찾고, 삶을 즐기고 있다. 60대 이상의 나이인지라 이미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퇴직한 선수들이 많지만, 개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아직까지 각자의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이들도 축구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로 함께 모여 볼을 차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살아가고 있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볼을 다루는 드리블, 패스, 슈팅, 헤딩, 트래핑 등 기본기에서부터 운동장을 넓게 볼 줄 아는 시야, 순간순간 공간을 이용해 패스를 주고받는 동료와의 호흡, 그리고 무엇보다 상호간의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인 운동이다. 이러한 것들이 이뤄져야 비로소 경기에서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내며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방법을 터득한 그들은, 축구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개인의 기량이 뛰어나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드리블을 하고 슈팅을 하더라도 결국 승리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없이는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로 생활을 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생활체육으로써 축구를 즐기고 있는 이들이나, 그냥 축구가 좋아서 또는 동료들과 함께 운동하고 땀 흘리는 맛에 빠져 축구를 즐기고 있는 이들 모두 이러한 축구의 철학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플레이는 나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한다.

볼을 잡으면 언제나 주위에 공을 받아줄 동료를 찾고, 볼을 소유한 선수 주위에는 상대편 선수와 함께 항상 패스 받을 준비를 한 동료들이 호흡을 같이한다. 수비를 할 때도 앞서 나간 동료 수비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그것을 커버하기 위해 보다 빠르게 한 발 더 발을 내딛는다.

이러한 이들의 경기 모습은 비단 이들의 축구경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보다 빨리, 보다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는 보다 젊은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들의 말대로 소통과 배려, 협력이 바로 축구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 노년의 즐거움, 다함께

익산시 축구연합회 60대 OB 팀은 현재 총 3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선수들 개개인의 출중한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협동심과 단결력을 바탕으로 한 팀플레이로 축구를 즐기고 있다.

신한은행 지점장을 역임한 김낙관 회장을 중심으로 상업은행 은퇴 선수 출신인 이연수 부회장, 학교급식업체 대표 강신문 부회장, 성당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원용 감독과 상성생명에 다니고 있는 이춘욱 총무, 논산여중 교사인 차병회 재무가 팀을 꾸려 나가는 임원을 맡고 있으며, 역대 회장을 역임한 이상용 씨와 장점용 씨가 고문으로 이들을 도와 단합된 힘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낙관 회장은 자신의 팀에 대해 “회장 위주의 모임이 아닌 부회장, 감독, 총무, 재무 증 전 임원의 협의체 운영으로 창의력과 단결력을 바탕으로 전 회원이 형제애로 똘똘 뭉쳐 축구를 통해 노년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한편 이날 게임 파트너로 함께 경기를 한 70대 OB팀을 이끌고 있는 김문철 회장은 전북축구협회 초대회장부터 4대를 연임하며 전북축구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익산생활체육협회 고문으로 활동하며 익산생활체육계의 대부로 불리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