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유일 소극장.. 언제나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익산의 연극과 문화예술.. 극단 작은 소동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어져 
◇ 숨소리 하나, 발자국 하나까지 “여러분들은 안녕하신가요?”
소극장 아르케에서 한창 진행 중인 공연 ‘스트립티즈’를 통해 관객들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다소 야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제목의 공연 스트립티즈는 폴란드의 극작가 슬라보미르 므르체크(Slavomir Mrozek)의 단막극이다.
‘옷 벗기기 놀이’ 정도로 해석되는 공연 스트립티즈는 예상과는 달리 전혀 야하지 않다. 어쩌다가 한 공간에 갇혀버린 두 남자가 타의에 의해 옷까지 벗겨지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연출되며 코믹하면서도 부조리한 상황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 대학로 소극장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공간 안에서 ‘우당탕탕’ 등장인물의 발자국 소리로 시작되는 공연은 등장인물들의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객석으로 그대로 전달돼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공연 내내 관객들을 시선을 끌고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등장인물 하나와 둘을 통해 이 공연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옷이 하나씩 벗겨짐에도 불구하고 자기변명과 정당성만을 주장하다 결국에는 그 힘에 스스로 굴복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이도현 대표는 “한창 연습이 진행되고 있을 때 들려온 세월호의 소식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극중 무너지는 인물들의 모습과 세월호의 침몰이 어찌 그리 닮았는지, 시간과 세대가 바뀌어도 침묵하고 등 돌리며 고개 숙인 채 가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 작은 소동이 벌어지는 공간 
익산역 앞 창인동 건물 숲 사이의 소극장 아르케는 으레 떠올리게 되는 여느 대학로 소극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 한가운데 간판을 내걸고 있긴 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주위 환경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금세 분주히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소극장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연극 포스터들과 함께 낡은 건물을 오르는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앙증맞은 메모가 곳곳에 붙어있기 때문. 아.르.켄.뭘.까?
우.리.아.지.트. ‘처음’과 ‘시초’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아르케’에서 이름을 따서 ‘시간과 공간의 시초’라는 의미를 가지고 익산 연극문화의 중심으로 태어난 소극장 아르케는 익산지역에서 연극을 통해 문화예술을 펼쳐나가는 몇 안 되는 극단 중 하나인 ‘작은 소리와 동작’의 보금자리다.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은 연극의 주요 요소인 ‘소리’와 ‘동작’의 첫 글자를 따 ‘작은 소동’이라 알려져 있다. 지난 1995년 창단한 작은 소동은 연극을 통해 ‘여자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도현 대표와 주위의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시작됐다. 
당시 그들만의 보금자리가 없어 마땅한 연습실도 없이 여기저기 대관을 통해 공연을 올리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작은 소동은 지난 2007년 드디어 둥지를 마련하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관광부) 구도심활성화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에 선정돼 정부와 익산시의 지원으로 지금의 공간이 마련됐다. 가.장.좋.은.건?
함.께.하.는.것. 이도현 대표는 “지금의 아르케와 작은 소동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모두 단원들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아르케 건물의 주인이 지난 2007년 10년간 무상임대를 약속해 줬지만, 당시에는 전기가 끊겨 있었고 공연을 올리기 힘든 상태였다”고 회상하며 “정부와 익산시의 지원금으로 근근이 운영을 해 나가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고, 그 과정에서 단원들의 희생과 열정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작은 소동은 단원 13명은 모두 각자 나름의 본업을 가지고 있다. 연극만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
의사에서부터 교사까지 단원들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아르케의 계단을 올라 무대에 서기까지 그들의 열정은 모두 한결같다. 저녁 7시를 기준으로 각자 일과에 맞춰 매일 아르케 공간에서 연습과 공연을 펼치고 있는 그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이들을 이끌고 있는 이도현 대표의 노력이 있었기에 익산에도 어느 곳 부럽지 않은 소극장과 극단이 생겨났으며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 소극장 아르케와 극단 작은 소동을 이끌며 작은 살림살이 하나하나에서부터 공연 기획과 홍보, 연출에 이르기까지 손수 모든 것을 꾸려 나아가고 있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소극장 아르케와 극단 작은 소동의 이도현 대표.
소극장 공간 안 극단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이자 연출가이지만, 가정에 돌아가면 8개월 갓난쟁이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다. 아.직.도.설.레?
당.연.하.지.요. 지난 1987년 극단에 들어간 고등학교 동창을 따라 극단 ‘토지’의 단원으로 연극에 입문한 그는 어느덧 27년차 연극 베테랑이지만, 무대에 오를 때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설렌다고 한다.
언제나 기준 좋은 긴장감과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는 그는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10년 단위로 꿈꿔왔던 자신의 꿈을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다. 
연극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극단 창단을 30세에 하겠다던 그는 이미 28세에 극단 작은 소동을 창단했으며, 역시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소극장을 40세에 구상해 41세가 되던 해에 마련했다. 앞.으.로.꿈.은?
학.교.만.들.기. 앞으로 50세가 되면 연극학교를 짓는 것이 그의 꿈이다. 연극학교라 해서 연극단원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대안학교처럼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아이들에게 상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그 과정을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
그는 “그간 지역아동센터 연극 교실이나 방과 후 연극지도사 양성사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을 운영하며 만난 아이들을 보면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러한 아이들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통의 방법을 함께 배워가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 열려 있는 문화 공간 소극장 아르케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실, 대학생 연극실습 및 워크숍 등을 상설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로 꾸며지는 정기공연과 초청공연을 진행함으로써 구도심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하.고.픈.말?
관.심.부.탁.해. 이도현 대표는 “아르케는 시민들의 친구 같은 문화 공간”이라며 “비록 공연관람이 아니더라도, 아르케의 문은 언제든지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