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천적 시각장애 1급.. 다른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삶 선택
컴퓨터 보급 및 교육.. 오는 7월 전국장애인 노래자랑 열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하지 않고 정부에서 주는 수급비로 의미 없이 살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도 남들에게 베풀며 살 수 있고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전북협회와 익산지회의 회장을 맡아 익산지역 장애인들의 정보화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는 정영문(49) 회장.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인 시각장애 1급의 장애를 안고 있는 그는 스스로 어둠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다른 장애인들에게 빛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컴퓨터를 보급해 주고 편리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도 시켜주며 컴퓨터 수리까지 제공하는 장애인 복지단체다.
정 회장은 2012년에 익산지회를 설립하고 지역 장애인들의 정보화를 위한 노력 외에도 장애인노래자랑 개최 등 지역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회장은 “나 스스로 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여러 사람들이 도와줘서 조금이라도 장애인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시 오산면 태생인 그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에 문제가 있었다. 거의 보이지 않을뿐더러 정상적인 위치에 있지도 않은 심각한 장애였다. 자라면서 학교에 다닐 때도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다. 칠판이 보이지 않았고 책을 읽기도 어려웠다. 마땅한 특수교육을 받기도 어려워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또래 친구들에게 거의 매일 놀림을 받으며 학교를 다녀야 했다. 더 이상 놀림을 참을 수 없게 되자 그는 중학교를 그만 뒀다.
정 회장은 “친구들이 사팔뜨기라고 놀렸다. 학교에 가도 뭘 배우는 의미가 없이 놀림만 당하니까 더 이상 학교에 나가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눈 수술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그는 집안일이나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손을 내밀었다. 자전거 수리 점포에 나가 일을 배우기도 했지만 결국 시각적 한계를 느끼고 포기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눈 수술을 하고 싶었던 그는 이후 총 세 번에 걸쳐 수술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시각적으로 나아진 점은 없었고 안구의 위치만 제 자리에 둘 수 있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정 회장은 “눈이 보일듯 말듯 한 상태로 산다는 것에 한이 맺힌 상태다”며 “지금도 언제 빛조차 볼 수 없는 지경이 될지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어떤 일에도 의욕이 없이 지내던 그는 장애인을 위해 일하기로 맘을 먹었다. 할 일이 없어 익산역 부근에 나와 소일하던 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천대받고 있는 상황을 보다 못해 그가 생각해낸 것은 봉사활동이다. 그는 몇몇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장애인 사랑봉사대’를 꾸렸다. 약간의 장애가 있는 사람도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와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봉사대는 지체장애인 단체의 분회로 잠시 활동하면서 노인봉사와 복지시설 봉사를 비롯해 주변 쓰레기 줍기 등 환경정화 봉사에 나섰다. 그러자 점점 참여자들이 늘어났고 장애인들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을 위주로 봉사대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작은 나눔이 바로 봉사의 참 맛임을 그 때 제대로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정 회장은 장애인들의 삶에 질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2011년부터 장애인정보화에 눈을 돌렸다. 2012년부터 장애인정보화협회 익산지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창립 첫해 30여 대, 2013년엔 20여 대의 컴퓨터를 무료로 보급했으며 갈산동에 있는 사무실에 컴퓨터 교육장을 마련해 교육지도활동도 활발히 추진했다. 올해도 역시 컴퓨터 보급과 교육 및 수리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문화복지사 양성 교육도 함께할 예정이다. 또한 정보화를 위한 검색대회같은 행사 외에도 장애인들의 교류와 문화 충족을 위한 노래자랑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더욱 행사를 키워서 전국 장애인노래자랑을 준비하고 있다.
정영문 회장은 “모든 장애인을 구별하지 않고 컴퓨터 보급을 비롯한 정보화에 노력하고 있는 단체다”며 “눈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임할 것이며 언제나 연락주시면 달려가는 단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