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국악 발전에 오롯이 헌신한 삶.. 제19회 익산시민의장 ‘문화장’ 받아 “감격의 눈물”
후학 양성 매진해 사시사철 쉰 목소리.. 갖은 수모와 불미스러운 일도 꿋꿋이 극복해 나가

익산국악진흥원은 농악의 중심지인 익산에서 1954년 개원해 익산의 전통과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문화단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5대 농악 중 하나인 이리농악을 비롯해 금강성포농악 등 다양한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었던 익산이었기에 그 역할 또한 대단히 중요했을 터이다.

하지만 익산국악원에도 한동안 어려운 암흑기가 있었다. 산업화의 파도 속에 우리 것에 대한 기피와 투자 소홀로 인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 국악예술인들은 끊임없이 갈고 닦고 보존하며 익산의 문화를 지켜왔고, 그 덕분에 익산시는 새로운 문화중흥 시대로 접어드는 과도기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한 익산의 전통문화의 중심에는 현재 익산국악원을 책임지고 있는 임화영 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임 원장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거의 폐허와 같았던 익산국악원에 둥지를 틀고 오롯이 국악원에 인생을 바쳤다. 배우고 갈고 닦아 명창의 반열에 오른 그였지만 한편으로 열성적으로 후학을 양성하며 익산의 국악인들을 수도 없이 배출해낸 장본인이다.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21일에는 익산시로부터 제19회 익산시민의 장 ‘문화장’을 수상하게 됐다. 익산을 대표하는 문화인으로서 인정받는 자리에서 임 원장은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임화영 원장을 만나 익산의 대표 문화인으로서의 소감과 지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앞으로 국악 발전을 위한 계획을 물어봤다.

◇ 지난달 열린 서동축제에서 익산시민의 장 ‘문화장’을 수상했는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임= 감격에 겨워 지금도 눈물이 글썽일 정도다. 평생 소리꾼으로 살아오며 대통령상을 수상할 때도 이렇게 감격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익산국악원에 모든 삶을 바치고 살아오며 가장 받고 싶었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상이다. 이를테면 익산시의 문화인으로서 이제야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삼십대 초반에 익산국악원을 찾아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었다. 말도 못할 고생을 하며 국악원을 지켜왔다. 국악원을 지켜줄 사람이 없어 아예 국악원 내에 숙소를 옮겨 살고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 밤 11시가 넘도록 후학을 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감회가 새로웠고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또한 그렇게 살아오는데 여러 선배 국악인을 비롯한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았다. 그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익산시민의장 신청을 두고 망설였다고 하던데요.

임= 또 눈물이 나려 한다. 주변에서 많은 추천도 있고 해서 시민의장 신청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기하려고도 했으나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신청하게 됐다.
불미스러운 일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일을 말한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국악원에 압수수색까지 들어왔으며 며칠간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았다. 떳떳했기 때문에 어려운 일들을 묵묵히 겪었다.

수사결과도 물론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비롯해 국악원 식구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다 내가 부덕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사실관계를 떠나 계속해서 음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괴롭다. 떳떳하게 얘기하면 될 것을 이곳저곳 투서와 제보를 일삼는 것이다.

◇ 과거에도 경찰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 이번 수사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임= 몇 년 전에 익산경찰서에 이미 수사를 받아 결론이 난 사안에 불과하다. 불온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지역 신문에서 제기한 의혹을 마치 사실인 것 마냥 경찰에 제보하고 수사를 종용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시에도 혐의가 없어 깨끗이 종결됐었다.
당시 충격을 받아 쓰러지고 병원에 가서 몇 시간 만에 깨어나기도 했다. 그 만큼 깨끗하게 살아온 인생에 의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렇게 온갖 고통을 당했지만 꿋꿋하게 버텨냈다.

하지만 또다시 같은 사안으로 이번엔 전북경찰광역수사대가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같은 혐의로 또다시 수사를 받고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그리고 다시 무혐의를 받았다. 이런 사실 자체가 본인을 음해하기 위해 법을 이용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1명을 괴롭히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공권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이용당하는 공권력도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선량한 피해자만 발생하고 정신적인 상처만 더 커지게 됐다.

◇ 국악원 운영의 실상을 허심탄회하게 말해 주세요.

임= 익산국악원을 알고 있거나 한 번이라도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렵게 살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국악원을 횡령이라는 혐의를 두고 바라보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국악원에는 큰돈이 나오지도 않거니와 국악원장이 쓸 수 있는 판공비도 한 푼 없다. 그래서 매년 수백만원 이상 사비를 털어 운영비에 보태야 한다. 국악원을 운영하는 데 있어 경상보조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강사들과 함께 십시일반 모아 겨우겨우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심지어는 국악원을 음해하는 자들도 국악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을 깨지 말아’달라고 호소를 다 했겠나. 그런 허위사실로 계속해서 국악원에 상처를 입히는 이들이 국악원을 직접 운영해봤으면 좋겠다. 

◇ 최근에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져 경찰에 고소를 하기까지 했는데요.

임= 오랫동안 참고 또 참았다. 소리꾼으로서 내게 소리를 배워간 제자들이기에 날선 공격을 해와도 참고 버텼다. 그것이 제자들을 제대로 이끌어가는 스승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섰다. 소란을 피하고 싶었던 나를 막무가내로 잡아끌어 양쪽 팔을 쥐어뜯기는 폭력을 당한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 충격으로 다른 병증까지 생겨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가만히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때로는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경찰에 가서도 거짓말로 그런 적이 없다는 그들을 보면서 더더욱 약해진 마음을 다잡고 있는 중이다.
익산이라는 지역사회에서 문화예술인으로 살아가면서 그런 선택을 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예술인이라면 싸움도 예술로 승화하고 미움도 삭혀서 작품으로 내놓고 싶은데 그렇게 되어 송구스럽다.

◇ 어려움을 극복하고 익산국악원이 앞으로 나아갈 모습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임= 익산국악원은 전국 어느 국악원에 비해 훌륭한 후학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 미래를 밝게 바라볼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꾸준히 제자들을 가르친 덕에 전국적인 스타로 원광대학교 이다은 양을 비롯해 초등학생 유수연 양 등 많은 제자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판소리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명인들을 무수하게 배출해 명실상부한 국악의 중심도시로 부상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후학 양성에 힘을 쏟다보니 정작 내 자신의 무대를 갖기 어려웠던 것 같다. 매년 제자들의 완창발표 무대를 열기 때문에 사실상 목이 쉴 시간이 없을 정도다. 밤이 늦을 때까지 몇 시간 씩 제자들을 봐주기 때문에 목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익산국악원의 제자들이 세계에 나가 인정받는 국악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로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무대에서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익산은 문화 중흥기의 도입에 임해 있다. 지금껏 많은 예술인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기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모쪼록 화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목숨 걸고 굳건하게 지켜온 소리꾼의 삶을 더럽히지 않고 올곧게 걸어갈 것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