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석사·미륵사·대관사 등 대표 사찰터 고스란히
출토유적 곳곳에서 새롭고 독특한 문화 드러나 
금마와 왕궁지역의 백제시대 지명은 금마저다. 이 금마저에서는 백제시대 불교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절터가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왕실에서 지은 대규모의 백제시대 사찰로서 대관사지와 제석사지·미륵사지 등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한 이들 사찰터와 함께 궁궐, 왕릉, 성곽 등의 유적이 확인돼 당시 이 지역이 백제시대 왕도로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 국가를 수호하는 왕실사찰 백제시대 불교와 사찰은 왕실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또한 불교를 믿는 고대의 모든 도읍지에는 제석천을 주존으로 모시는 사찰이 있었다. 왕궁리유적에서 동쪽으로 약 1.4km 떨어져 있는 제석사지는 백제 무왕이 당시 수도를 왕궁으로 옮기려고 지은 궁궐 근처에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을 주존 불상으로 모신 절이 있던 자리이다. 불교를 믿었던 당시에는 궁궐 내에도 불당을 두었고 따로 가까이 사찰을 둬 국가경영의 기틀로 삼았는데, 대규모 사찰인 제석사가 왕궁성과 함께했다는 사실은 무왕의 익산천도와 왕실사찰로서의 제석사에 대한 신빙성을 더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또한 중국 육조시대 문헌 ‘관세음응험기’에 ‘백제 무왕이 익산으로 천도해 제석정사를 지었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관세음응험기는 역사서가 아니기에 그 신빙성이 의심되기도 했지만, 1913년 이전에 궁평마을 일원이 제석면으로 불렸던 사실과 1942년 이 지역에서 ‘제석사’라고 찍힌 기와가 출토되며 백제시대 제석사가 이곳에 실재했음이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관세음응험기에 ‘정관 13년(639) 뇌우로 인해 불당과 7층 목탑 및 건물이 모두 불탔다’는 기록이 이어지는데 그것 또한 사실로 밝혀졌다. 제석사에서 북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왕궁리 와요지(기와를 굽던 가마터)로 알려져 있던 곳에서 2003년 시굴조사에 의해 불에 탄 소조상, 벽체파편, 명문와 등이 수습되며 제석사가 불에 탔을 당시 그 폐기물을 묻었던 폐기장임이 드러난 것이다. 
제석사의 ‘제석’은 불교에서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한다는 임금이며, 우리나라 토속신앙에서는 환인을 제석이라 칭하기도 한다. 따라서 제석사를 창건하고 제석신앙을 퍼뜨렸던 백제 무왕의 뜻은 곧 제석의 힘을 통해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밖으로는 외세를 물리치고자 함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제석신앙을 기반으로 왕이 곧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왕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제석사는 왕실사찰이며 국가수호사찰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미륵사 7세기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미륵사는 서동요로 알려진 선화공주와 무왕의 깊은 불심이 깃든 곳으로, 당시 귀족불교에 머물고 있던 백제불교를 국민들에게 알려 대중화했다고 알려진다. 당시 무왕은 백제야말로 미륵이 출현할 만한 나라이고 백제의 국민들은 미륵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선민의식을 일깨움으로써, 부활의 기반을 마련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연유로 만들어진 미륵사의 미륵은 석가모니의 다음 대에 부처가 되기로 결정돼 있는 미래의 부처다. 먼 훗날 미륵은 부처가 돼 용화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세 번의 설법을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고 불교경전은 밝히고 있다. 
이는 곧 금마저가 미륵이 성불한 곳으로 가난과 질병, 전쟁 등 인간세상의 모든 고통이 없는 구원의 땅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즉 당시 무왕은 미륵사의 창건을 통해 미래의 왕실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발전을 기원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 왕궁에 세워진 원찰 왕궁리유적의 핵심적인 위치인 왕궁리오층석탑 자리에 자리했던 사찰이 있다. 바로 무왕이 죽고 나서 그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대관사다. 왕궁리유적 내부의 왕궁리오층석탑 아래에서 확인된 목탑터와 더불어, 그 북쪽 불전의 판축층과 대규모의 강당터 등은 이곳이 백제시대 대관사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주변에서 출토된 명문기와에 ‘대관관사(大官官寺)’, ‘관궁사(官宮寺)’, ‘왕궁사(王宮寺)’ 등의 사찰명이 보이는 것 또한 왕궁리유적 내부에 건립된 사찰이 백제시대 대관사였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삼국사기 태종무열왕조에 ‘대관사 우물이 핏빛으로 변해 금마군 땅에 5보나 넓게 흐르더니 왕이 돌아가셨다’고 기록하고 있어, 백제를 멸망시킨 태종무열왕의 죽음을 예고하는 이변이 일어난 곳으로 기록될 만큼 대관사는 백제에서 상징적인 사찰이다. 대관은 왕을 의미하며 대관사는 왕의 사찰을 뜻하기 때문이다. ◇ 새로운 문화의 창조 원광대학교 박물관 김선기 박사는 “금마저 백제 불교문화의 특징은 한 마디로 독창성”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보이지 않았던 기법이나 양식, 독특한 모습들이 금마저에서 새롭게 나타났다는 것. 유물을 통해서 살펴보면, 미륵사지 서탑이나 왕궁리오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에는 이전과는 달리 부처의 사리로부터 힘을 받아 백제의 무한한 성장과 발전이라고 하는 염원, 즉 소원을 상징하는 문양들을 표현했다. 또한 사리를 봉안했던 내부의 그릇이 유리로 만들어졌는데, 이 또한 처음의 예이다. 
기와에서도 독특한 모습이 나타난다. 이전까지 8개의 연꽃잎으로 표현됐던 수막새의 연꽃잎이 6개의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아울러 드림새에 문양을 틀로 찍어 만든 암막새도 미륵사에서 처음 만들어 사용한 것이며, 서까래 앞에 붙여 장식하는 연목와도 녹색유약을 바른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금마저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것 중 또 하나는 바로 석탑이다.
우리나라 초기의 사찰에서 세워진 탑은 중국 불교 건축의 영향으로 나무로 탑을 만들었다. 화재 등에 약한 목탑을 석탑으로 처음 만들어 낸 것이 미륵사지 석탑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석탑의 나라’라는 명성을 얻게 됐으며, 등불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화강암으로 만든 석등을 처음 만들어 사용하면서 이후 우리나라 사찰에서 많은 석등을 조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미륵사의 3탑 3금당의 가람배치는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로 여기에서도 돋보이는 백제인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김선기 박사는 “이 같이 나타나는 금마저 백제문화의 독창성은 우리 전통문화의 원류요, 전통문화의 근간을 형성시켰다고 하는 점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