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공화국 익산, 곧 파산합니다”

“처벌받지 않으니 거짓말을 자기 능력이라고 여겼을 것” 

짐짓 ‘재정전문가’의 부채 ‘뻥튀기’<속보>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익산시장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4월 11일이었다.  정헌율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갖고 '익산시 재정파산대책본부'를 출범하는 배경을 밝혔다.<관련기사,  6월 7일자, "거짓말 이번에는 반드시 단죄해야">

중앙정부가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하면 가장 먼저 익산시가 파산 지방자치단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사실을 감추며 도리어 재정상태를 호도하기에만 급급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지방재정 전문가로서 익산시를 파산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 전문 연구위원과 자문위원단으로 구성된 익산시 '재정파산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고 했다.

이 본부는 문제점을 정확히 규명하고 규명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정확히 제공하며 대안과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재정이 부족해 시민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인데, "지방재정의 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익산의 부채문제 해결에 자신이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의 뜻을 묻기 위해 오늘 '재정파산대책본부' 출범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이 정헌율 예비후보가 보도자료를 통해 익산시를 ‘부채공화국’으로 낙인찍으며 불안감을 조장하다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도시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위기감을 부추기자, 이한수 예비후보는 4월 14일 “정헌율 후보가 ‘마치 곧 파산할 것’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한수 예비후보는 “참고 또 참았으나 전혀 근거 없는 주장과 점점 더 무책임해지는 도발적인 언동으로 소중한 익산을 망치고 있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헌율은 경선에서 탈락했고, 본선에 오른 이한수 후보는 대승적 차원에서 고발을 취하했다. 그러나 무소속 P후보는 본선 과정에서 정헌율이 조작한 부채논리를 집요하게 확산시켰고, 이한수 후보는 낙선했다.

익산시의 부채 논란은 민선 5기 전반기에 정리됐다. 2015년 8월 초 행정자치부가 각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익산시의 2014년 말 기준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17.3%로 우려할만한 수준의 등급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 초과시 ‘주의’, 40% 초과시 ‘심각’ 단계에 해당된다. 특히 익산시의 채무 절반 이상이 악성채무가 아니어서 부채 해소 전망도 밝은 상태였다.

익산시가 공시한 부채 3,379억원에 민자사업(BTL/BTO)에 따른 운영비 2,973억원과 이자 등 기타 항목 240억원을 포함시켜 부채를 부풀리는 방식의 ‘정헌율 부채 뻥튀기’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하게 일었던 이유다.

익산시장 P씨의 선거법위반죄가 당선무효 형으로 확정되는 바람에 치러진 민선 5기 익산시장 재선거에 무소속후보로 출마한 정헌율은 민주당 후보 강팔문을 누르고 당선됐다. 그러나 정헌율은 2년 동안 시치미를 뚝 떼고 책임론을 뭉겠다.

짐짓 ‘행정전문가’의 신청사 국비건립 ‘뻥’

익산시는 지난 2019년 신청사 건립비를 948억원으로 확정했다. 이 중 473억원은 익산시 자체재원으로 투입하고 400억원은 연리 1.8%의 주택도시기금으로, 나머지는 청사건립기금을 조성해 충당하게 된다. 익산시는 이를 위해 전라북도 지방재정투자심사를 거쳤고, 국토부 및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협의를 마쳤다.

결국 익산시는 시비를 선투자하거나 빚을 내서 신청사를 건립하는 꼴이며, 빚은 익산시의 돈으로 갚아나가게 된다. 청사 신축비 전액이 사실상 익산시 시비인 것이다.

그런데 앞선 2018년 6.13 익산시장선거에 나선 정헌율 민주평화당 후보는 같은 해 4월 유권자들에게 배부 된 선거 공보물에 중앙인맥을 활용해 ‘국비사업’인 신청사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허위사실을 기재했다.

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2016년 익산시장 재선거에서 당선돼 시정을 운영하던 정헌율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 둔 2018년 1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에서 공모한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에 익산시가 선정됐다"고 발표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 시장은 이날 “이번 공모사업 선정은 중앙 부처 및 LH 등 관련기관과 협업체제 구축, 정치권과의 공조 등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으로 이루어낸 쾌거”라고 자랑했었다.

그는 특히 청사건립에 따른 주요 추정사업비 480억원은 국비로 지원받게 됐고, 신청사 건립 시공자인 LH의 적자 추정 분 100억원 가량은 시 재정으로 보전해 준다고 했다.

‘노후 복합개발사업’과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사업‘ 등은 애당초 국비지원이 일절 없었으나 정헌율 시장의 ’국비로 신청사를 짓는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사기극은 행정행위의 전문성 때문에 누구도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한 달 뒤인 2018년 2월 1일 오전 당시 김대중 민주당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비로 짓는 것이 아니고 전액 시비로 짓는 것이다”고 폭로하면서 진실이 밝혀지는가 했다.

그러나 행정전문가 정헌율은 이날 오후 즉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을 향해 “힘을 모아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단 말에요” “박수는 못 칠망정 뒷다리는 잡지 말아야지”라며 김대중을 ‘모르는 소리로 태클을 걸지 마라’는 식으로 몰아세우며 능숙하게 위기를 수습했다.

그는 “시민들 세금 추가로 한 푼도 안 걷고 예산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시민세금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예산이나 시 재정을 들여서 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로부터 4일 뒤인 2월 5일 한 지역 언론사는 정헌율 시장의 기고문을 게재했는데, 정 시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하려니 몇 십 년을 두고도 못 지은 것을 당장 세금 한 푼 안 걷고,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지도 않는다”며 “익산시 공공청사는 올해로 지어진 지 47년이나 되어 안전진단에서 위험등급이 D등급을 받고도 1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건축비 부담 탓에 그냥 미루고만 있었다“며 ‘신청사 국비 건립’이라는 치적을 부각시켰다.

이후 익산시 청사를 비롯한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는 치적을 홍보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결국 정헌율 후보가 2018년 4월 6.13 지방선거 예비후선거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은 ‘전문성을 앞세우면 시민들을 속일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으로 읽힌다.
그는 5월 31일 KCN금강방송 토론회에서도 “우리 예산이 별도로 들어가지 않고 청사를 지을 수 있는 방안을 국가공모사업을 통해서 제가 해결했습니다”라고 거침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

정헌율은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후보를 3.8%표차로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거짓말이 부른 밀실행정

익산시의 오랜 숙원이었던 신청사 건립을 국비를 따내서 추진하게 됐다는 그의 거짓말은 선거가 끝나고도 계속 지속됐다. 익산시가 진실을 정면으로 밝히지 않았고, 정헌율 시장은 4년의 임기 동안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탓이다.

익산시는 4년 전에 정헌율 시장이 발표한 신청사 건립비 480억원을 948억원으로 늘리는 것조차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했다.

또 신청사 건립비 전액을 익산시비로 부담한다는 것과, 신청사 건립사업 수탁기관인 LH는 익산시의 공유지를 개발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추후에 475억원을 익산시에 준다는 것과, 신청사는 익산시가 새로 지정하는 시공사가 건립한다는 사실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익산시의회는 익산시의 밀실 행정을 규탄했다. LH의 수익사업과 별개로 신청사를 익산시가 짓는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헌율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의 노후공공건축물리뉴얼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공짜로 익산시 신청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는데 완전히 바뀐 것이다”고 질타했다.

또 “LH가 익산시의 공유지에 아파트를 개발해 얻는 수익이 얼마일지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LH에서 475억원이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또 모자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논의와 확약을 끝내고 예비 타당성 조사가 끝난 뒤에 신청사 건립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 했다.

익산시가 들고 있는 LH의 공유지 개발(아파트 개발)수익 지불 근거는 LH가 익산시에 제출했던 수탁기관지정 신청서인데, 신청서의 475억원은 ‘투자계획’으로 존재 할 뿐이다.

의회는 특히 “익산시가 LH의 수익성을 담보해 주기 위해 구 경찰서 부지나 상하수도사업단 부지를 내주는 것은, 예산이 직접 투입되지 않을 뿐 시민세금으로 마련한 공유재산을 내준다는 점에서 익산시가 재정부담을 하는 것이다”며, LH가 수익사업을 통해 환원하는 수익금이 익산시비가 아니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익산시의회의 정당한 요구에 익산시는 되레 “의회가 발목을 잡는다”고 반발하면서 목하 신청사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

정헌율의 거짓말에 대해 한 시민은 “필요할 때마다 전략적으로 허위사실을 생산하고 공표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그래도 처벌받지 않으니 거짓말하고 들키지 않는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여겼을 것”이라며 “그래서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거짓말로 왜곡하고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익산시 행정이 건립비용 관련 과거의 발언이나 발표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시민공론화마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더 꼬이기 전에 시장이 직접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모든 걸 열어놓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