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금강동 미곡종합처리장은 일선 농가들의 추곡 수매가 한창이다. 익산농협 김병옥(61) 조합장도 수매 현장을 지키며 농민들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눈다.

추곡이 담긴 톤백을 하차하며 RPC 입구에 서 있는 김병옥 조합장을 바라보는 조합원의 눈길이 따뜻하다. 작업복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조합장은 수성펜을 들고 서 있다가 농민과 인사를 나눈 뒤 톤백에 조합원이 이름을 적어 넣었다.

조합장이 친근한 어투로 물었다. “올해 비도 많이 오고 태풍도 잦아서 작황이 좋지 않았지유?” 조합원이 “완전히 망쳤지요”하며 험난했던 여름의 기억을 꺼내 푸념을 하다가 농사 현장의 애로사항도 덧붙인다.

일일이 귀를 기울이는 조합장의 표정이 자못 무거워진다. 올해로 6년째 추곡수매 현장에 나와 있는 그는 그 이유를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조합원분들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다”고 말한다.

언제부터인가 혹여 마주치지 못하면 어디 갔느냐고 전화하는 조합원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제는 추곡 수매 현장이 조합장과 조합원이 소통하는 창으로 자리매김 된 것이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조합장은 조합원과 인사를 나누고 톤백에 이름을 적어 넣을 때 땀 흘려 수확한 추곡들이 등급을 잘 받기를 기도한다.

출근을 미곡종합처리장으로하는 김병옥 조합장은 스스로 작업반장을 자처한다. 원활한 수매를 독려하는 것도 그렇지만 조합원들의 불편사항을 살펴 즉각 해소하려면 현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익산농협 RPC를 책임지고 있는 구연태 상무는 “김병옥 조합장이 추곡 수매 시작된 날부터 깔끔한 사무실을 뒤로 한 채 먼지와 차량 매연 등이 날리는 수매현장을 하루종일 지키고 있다”며 “김 조합장의 수매현장 지키기는 올해뿐 아니라 매년 이뤄져 그 열정에 대해 조합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익산농협은 추석연휴 직후인 10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한달 이상 일정으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금강동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공공비축미와 계약재배·일반매입, 기업맞춤형 등으로 나눠 추곡수매를 벌이고 있다.

익산농협이 지난해 수매한 추곡은 40㎏기준(조곡) 35만개에 달하고 조합원들에게 수매대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240억원에 이르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이 수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곡수매는 RPC 입구에서 수매등급을 매긴 뒤 일단 하차했다가 입고하는 방식이다.

익산농협은 긴 장마와 태풍 등 예년과 많이 달라진 상황이지만 조합원들이 수확한 벼는 전량 수매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노후시설이 전부 개선됐고 특히 건조시설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수매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은 없다.

수매가격은 공공비축미의 경우 등급별 중간정산금 3만원은 11월에 지급하고 수확기(10월~12월) 산지 쌀값이 결정되면 내년 1월 초순까지 차액을 정산한다.

계약재배·일반매입, 기업맞춤형의 경우 출하선급금 40kg 기준 약 6만원을 선지급하고 올해 12월 중 최종가격을 결정한 후 차액을 정산할 예정이다.

김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힘으로 RPC 시설 개선을 이뤄냈고 이제는 조합원들이 수확한 벼를 무리 없이 전량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면서 “전 직원 마스크 착용과 발열체크, 명부작성,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한편 수매 과정에서 조합원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