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구 의장 “948억 신청사, 100% 익산시 돈으로 짓는다”
임형택 의원 “LH와의 계약사항 공유하고 책임소재 가려야”
의회, 익산시에 사기당했다는 기류 팽배, 전향적 태도 바라

익산시의 신청사 건립사업 절차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익산시의회가 지난달 16일 “수탁 기관인 LH의 투자 계획이 명확하게 확정된 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익산시는 지난달 19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이후 임시청사 이전 등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의회 내부는 익산시에 사기를 당했다는 기류로 팽배하다. 익산시의 투명성 회복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가 절실하다.
<편집자 주>

축소·은폐

익산시의회는 신청사 건립사업 수탁 기관인 LH가 신청사를 짓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특히 익산시가 신청사 건립비용 일부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비용을 익산시 돈으로 감당한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

익산시는 지난해 2월 신청사 건립은 익산시가, 공유지 개발은 LH가 각각 담당하기로 상호 약정했다. 그런데 익산시는 이 같은 사실을 의회에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익산시의회는 최근까지 수탁 기관인 LH가 공사비를 투자해 신청사를 건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익산시는 지난해 9월 국토부·주택도시보증공사와 신청사 건립비 중 400억원을 연리 1.8%의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또 나머지 공사비 중 266억원은 올해에, 246억원은 2023년까지 청사건립기금을 조성해 충당할 계획이다. 총 912억원 전액을 익산시가 빌리거나 예산을 세워서 선투자하는 구조다.

익산시가 추산한 신청사 건립사업비는 948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전라북도 지방재정투자심사를 거쳤다. 그런데 익산시는 최근까지 “475억원을 LH가 투자하고 나머지 473억원은 익산시가 부담한다”는 기존 사업비 투자방식을 변경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게다가 익산시는, LH가 익산시의 공유지에 아파트를 개발해 얻는 수익이 얼마일지 검증하지 않았다. 또한 LH는 아파트 개발을 통해 얻은 수익금 475억원을 익산시에 주기로 했는데, 쌍방은 이를 확약하지 않았고, 미분양에 따른 수익 손실분에 대한 보전 장치도 하지 않았다. LH의 투자액 475억원은 지난해 LH가 익산시에 제출했던 수탁기관지정 신청서에 ‘투자 계획’으로 존재할 뿐이다.

유재구 의장은 지난 6일 “의원들 대다수는 LH가 신청사를 건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 신청사는 100퍼센트 익산시비로 짓는 것이다. 나도 최근에 신청사 건립 과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며, 지금 추진되고 있는 신청사 건립에 대해서 “정헌율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의 노후공공건축물리뉴얼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공짜로 익산시 신청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는데 완전히 바뀐 것이다”고 지적했다.

유재구 의장은 “익산시 의회 의장단은 4월 12일 의장단 간담회를 열어 최근 벌어지고 있는 LH 직원들 비리를 우려하며, 신청사 건립과 관련된 LH 리뉴얼 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예비 타당성 조사가 오는 6월 중 완료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LH의 명확한 투자 계획이 확정된 후 임시청사 이전 등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익산시에 전달했다. 그런데 익산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임시청사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유 의장은 또 “의회가 신중하고도 면밀한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은데 서두르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담당과장에게 물었더니,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공고를 조달청에 등록하기 전에 사전 절차를 끝내야 하는데 차질이 생겨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하며, “LH에서 475억원이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또 모자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논의를 끝내고 예비 타당성 조사가 끝난 뒤에 신청사 건립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더니, 담당 과장이 ‘따로따로 간다’고 하더라. LH의 수익사업과 별개로 신청사를 익산시가 짓는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유 의장은 이어 “그런데 익산시는 의회의 요구에 직답을 피하면서, 의회가 청사를 짓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의회가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포커스가 잘못된 것이다. 의회는 시공사를 선정해서 시공사로 하여금 구청사 건물을 철거하게 하면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익산시는 뚜렷한 명분도 없이 신청사 건립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밀실행정

익산시가 신청사 건립사업비 규모를 축소하고 사업비 부담 주체를 은폐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겨 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업 주체를 변경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등 ‘밀실 행정’에 따른 갖가지 우려와 의혹을 불렀다.

익산시는 지난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의 노후공공건축물리뉴얼사업 공모에 선정돼 다음 해 4월 국토부 및 LH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익산시는 당초 신청사 건립사업비가 총 480억원 이라며 그 산출 근거를 내놨다. 또 수탁기관인 LH가 선투자해 공공업무시설(신청사)을 비롯한 주민편의시설, 수익시설 등을 복합개발하고 공사비는 수익시설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등으로 충당할 수 있게 하는 사업 방식을 발표했다.

그런데 시민설명회와 설문조사 이후 사업비는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불어나는 과정을 거쳐 총948억원으로 확정됐고, 익산시는 이 가운데 472억원을 부담한다고 발표했다. 또 노후공공건축물리뉴얼사업 수탁 기관인 LH는 2020년 2월 신청사는 건립하지 않고 공유지 개발에 따른 수익사업만 하는 사업자의 지위를 확보했다. 익산시가 신청사는 직접 건립하고 LH에 공유지 개발을 맡겨 청사 건립비 절반을 환원시키기로 쌍방 간 역할 분담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사업비 투자책임을 떠맡고 LH가 사실상 책임에서 벗어난 꼴인데, 그동안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초래했다. 특히 익산시는 LH의 ‘수익사업 투자 확약’이 없는 상태에서 LH가 수탁 기관 지정신청서에 제시한 수익사업 투자금 475억 중 400억원을 주택도시기금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정해 위험부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LH가 공유지 개발 규모나 방식을 확정하지 않아 불투명한 상태에서 익산시는 신청사 건립사업비 전액을 부담하는 셈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당장 400억원에 대한 이자를 연간 1.8%씩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연간 7억2천만원의 이자까지 안게 된 것이다.

익산시 의회가 ‘공유지 위탁개발 시 위험부담은 원칙적으로 수익의 귀속 주체인 익산시가 져야’하는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 입각해 “LH 책임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이유다.

진실과 대안

유재구 의장은 “익산시가 LH의 수익성을 담보해 주기 위해 구 경찰서 부지나 상하수도사업단 부지를 내주는 것은, 예산이 직접 투입되지 않을 뿐 시민세금으로 마련한 공유재산을 내준다는 점에서 익산시가 재정부담을 하는 것이다”며, LH가 수익사업을 통해 환원하는 수익금이 익산시비가 아니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 의장은 실질적인 신청사 건립비용과 관련해서는 “총 1,200억원은 필요하다”며, “익산시는 신청사 건립을 본청(구청사) 건물을 철거한 뒤에 지하주차장을 2층으로 설계하고 있는데, 주차 수요를 보면 최소한 지하를 4층 정도 파서 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했지만 본청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바로 연접한 곳에 신청사를 건립하다 보니 공법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됐다. 그래서 익산시는 지금의 제 2청사 자리에 주차타워를 건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걸 감안하면 최소한 1,200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달청에서 발표한 공공건축물 단위면적(㎡)당 평균 공사비 219만원과 현 계획상 부지 1만9,000㎡를 기준으로 보면 한 층당 416억원의 공사비가 추산된다. 또 지하층의 경우 지상보다 단위면적당 1.5~2배의 공사비가 들어간다.

노후공공건축물리뉴얼사업 관련 국내외 추진사례를 보면 공공청사와 수익시설은 사업시행자(LH)가 자체 자금으로 건설 후 수익시설 임대료로 충당하고 부족분은 지자체가 부담(장기 분납 가능)하는 구조다.

사업부지는 지자체가 계속 소유(사업시행자에게 30~50년 사용허가)하고 공공청사는 준공 즉시 지자체에 소유권이 귀속(기부채납)되며, 허가 기간이 종료되거나 청사 건설비 회수 시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그러나 익산시는 이 같은 선례를 완전히 벗어나 LH에 구 경찰서 부지와 상하수도사업단 부지를 개발하는 수익사업만 맡긴 것이다. 말하자면 LH는 익산시의 공유지를 개발하지만, 언제 얼마를 투자할지에 대해 확약이 없는 상태인데 다 익산시 신청사 건립에 따른 비용 증가에도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 지위에 있는 것이다. 익산시가 당초에 발표한 노후공공건축물리뉴얼사업 개념은 온데간데 없는 실정인 것이다.
임형택 의원은 “예타 결과가 나오면 익산시와 LH 간에 투자 시기나 투자 규모, 수익 예측, 분양 책임 등에 대해 협약을 체결한 뒤에 청사 건립을 추진해도 늦지 않은데, 익산시가 왜 의회의 의견을 묵살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익산시는 LH와의 계약사항을 의회와 공유하고, 지금이라도 신청사 건립과 관련한 LH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최근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의원은 또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익산시가 신청사를 짓는 것인데, LH에 공유지 개발을 맡겨야 할 까닭이 없다”며 “구 경찰서 부지와 상하수도사업소 부지를 좋은 조건에 개발 할 수 있는 민자사업자를 추후에 선정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