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범죄”
한병도 “무리한 기소, 오히려 검찰의 선거 개입”
후보 매수 혐의 공방이 재판의 주요 쟁점 될 것

첫 공판

한병도 의원이 연루 의혹을 받는 이른바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첫 공판이 기소된 지 1년 4개월만인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15명의 피고인들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주요 피고인들은, 이진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현 민주당 국회의원),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민주당 국회의원) 등이다.

이날 공판 검찰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인사들과 경찰 간부, 울산시 공무원들이 부정하게 선거에 개입했다.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가 진행됐으며,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시장에 대한 내밀한 수사 보고서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과 국정기획상황실 등에 18차례나 보고됐다.

또, 이진석 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이 김기현 당시 시장의 핵심 공약이던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해, 선거 판도를 송 시장 측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한병도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은 민주당 경선 과정인 2018년 2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공기업 사장 등 고위직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권유했다.

검찰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등,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 부정한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핵심 피고인 송 시장은 이날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직 제안으로 후보 매수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임동호는 2017년 8월 당시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이었다. 한병도 임종석 등과 더불어 ’86학번 동기‘ 모임의 회원으로 친구 관계다.

송철호는 당시 법무법인 ’정우‘의 변호사였으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이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친구로 알려져있다.

임동호는 울산시장 후보를 가릴 민주당 경선에 나선 송철호의 민주당 내 경선경쟁자였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합해도 김기현 울산시장(국민의 힘)의 지지율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송철호 후보의 외부인지도는 임동호 후보보다 앞섰으나 송철호가 여러 차례 당적을 바꾸고 오랜 기간 당적을 보유하지 않아 당내 경선을 통한 공천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경선을 치를 경우 후보자들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고, 오히려 지지층 이탈 및 상대 후보자의 지지표를 흡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초래되어 민주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었다. 추대하는 형식이 아니면 송철호를 공천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고, 추대하지 않으면 본선에서도 승산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송철호 후보의 캠프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및 당시 정무비서관인 피고인 한병도 등을 통해 임동호 후보에게 원하는 공사의 직을 제공토록 함으로써 임동호 후보로 하여금 울산시장 당내 경선에 나서지 않게 하는 등의 선거 전략을 수립한 배경이다.

임동호 후보는 2017년 11월 하순경 피고인 한병도에게 오사카 총영사 등의 자리를 요구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공사의 직 임명에 대한 확답이 없자, 2017년 12월 12일경 울산시장 출마 계획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등 공사의 직에 임명되지 않을 경우 울산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하여 송철호 후보와 경쟁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임동호 후보는 또 2018년 1월 하순경 청와대를 방문해 피고인 한병도에게 오사카 총영사 등 임명 여부를 재차 문의했고, 피고인 한병도는 임동호 후보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외교부에서 반발하니 고베 총영사 등 다른 자리는 어떠냐, 공공기관장 자리는 많은데 공공기관장은 어떠냐‘고 말하며 마치 오사카 총영사 대신 다른 공사의 직이 가능할 것처럼 말했다.

피고인 한병도는 또 2018년 2월 12일 다음 날 울산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려는 임동호 후보에게 전화를 하여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또한 피고인 한병도는 대통령 인사수석비서실 산하 인사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에게 ‘임동호에게 연락하여 어느 공직을 원하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선임행정관은 임동호 후보에게 연락하여 ‘검토 중인데 어디로 가시겠느냐,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알려 달라’고 물어봤다.

검찰은 한병도의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 한병도는 정치적으로 중립의무가 있음에도 공사의 직에 대한 임명에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울산시장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함과 동시에 당내 경선에 있어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임동호 후보에게 공사의 직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맺었다.

“내가 공직 제안한 적 없다”

한병도 의원은 지난 11일 사건을 기소한 검찰이 불순한 의도를 가졌고 위법적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하며, 임동호에게 자리를 제안한 사실이 없다는 점과, 자신은 하명 수사나 정책개발 관련 사건과는 다른 독립된 건으로 기소됐다는 점을 힘주어 주장했다.

한 의원은 “6개월 동안 증거목록을 주지 않았다. 이런 법은 없었다. 형사소송법 위반이다. 검찰은 수사가 끝나지 않아서라고 했는데,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왜 기소를 하나. 법원에서 불법이니 증거목록을 주라고 하니까 결국 증거목록을 내놨는데, 나에 대한 공소내용과는 관계없는 (하명수사·정책개발) 것들을 몽땅 다 줬다. 약올리는 거지. 5만페이지 분량이면 변호사 비용이 얼마냐?”라며 검찰의 부적절 행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법원이 공소내용 전체가 선거법 위반사건이기는 하지만 한병도 피고인의 혐의 내용은 별건이니 분리하라고 하여 분리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또 “검찰은 내가 선거를 앞두고 임동호에게 자리를 제안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임동호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자리(오사카 총영사)에 보내 달라고 수도 없이 전화해서 (행정관에게) 한번 불러라고 했다. 만났더니 오사카 얘기하고 그랬다”며, “임동호가 계속 요구한 것일 뿐 내가 제안한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임동호는 워낙 유명하다. 내가 인사수석실에 물어보니까 거기(오사카 총영사)를 보내면 욕 얻어먹는다고 했다. (임동호는) 영사자리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못했다. 자격이 안돼서 공식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내가 고베로 가라고 했다는 건 (검찰의) 어마무시한 상상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고베영사가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자체를 모른다”고 일축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임동호도 오락가락한다. (처음에는 한병도가 제안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언론인터뷰에서 ‘사실은 내가 먼저 부탁했다. 기소는 넌센스다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송철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 임동호 전화에 콜백은 자주 못하지만 통화는 가끔 했다. 그가 나를 귀찮게 하니까 행정관도 거기를 잘 알게 되었다. 나한테만 얘기하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행정관 한테 ’전화 한번 해달라‘고 부탁했다. 행정관이 (임동호에게) ’가고 싶어 하시는 자리가 잘 안됐다‘고 했지 공사의 직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특히 “공소장에 대통령과 관련된 단어는 단 하나도 없는데, 대통령을 33~34번이나 언급했다. 어제 재판에서 검찰은 변호사들로부터 강하게 공격받았다.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우리 당에서는 이 사건을 검찰의 선거개입으로 다시 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