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예결위원을 밀실담합으로 추천한 민낯이 본회의장에서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또 유재구 의장은 예결위원 선임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원의 정당한 반대토론을 일방적으로 묵살해 ‘함량미달’이라는 꼬리표 부착을 자초했다.
특히 유재구 의장은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이 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조남석 의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그를 예결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뜻을 피력하는 등 상임위의 예결위 추천에 개입하고도 ‘상임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정당한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 신청을 묵살하는 등 시민을 속여 익산시의회의 위상을 실추시켰다.

유재구 의장이 의장의 권한을 개별위원회와 나누고 위원회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이면에서는 특정 사안을 결정하는 방향성을 설정한 점과, 개입하지 않은 척 기만하면서 문제의 책임을 상임위원회에 떠넘긴 점은 그의 낮은 도덕성을 방증한다는 여론이다.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조남석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제236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전례상 의장, 부의장은 예결위원과 운영위원을 하지 않고 타 의원에게 양보해 왔으며, 운영위원을 위촉할 때는 예결위원을 하지 않는다”며 전례를 어긴 이번 산업건설위원회의 예결위원 추천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예결위원을 한번한 의원은 두 번 이상 할 경우에는 서로 타협을 원칙으로 해왔다”며 “예결위원이나 운영위원을 선출 할 때 적용해 오던 전례가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산업건설위원회는 윤영숙 의원과 조규대 의원을 예결위원으로 추천했는데, 조규대 의원의 경우 의장을 역임했고 예결위원으로 활동한 바도있다.

조남석 의원은 “전례를 지키며 서로 협의하면 문제 없이 예결위원을 추천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분란을 만든다는 것은 앞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며 “일부 특정세력이 저를 예결위원으로 선정해서는 안된다고 모략해 이런 사달이 발생한 것이다”고 불공정한 예결위원 선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유재구 의장은 정회를 한 뒤 상임위원장들을 소집했다. 하지만 정작 조남석 의원은 이 자리에 부르지도 않았다.

회의는 10분 여 뒤에 속개됐고 김연식 의원이 신상발언 기회를 얻었다.
김 의원은 “각 상임위에서 공고를 하고 전체가 참여한 자리에서 순서에 입각해 선출을 해야 하는데 선출하는 자리에 참여해 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고, 선출 위원이 중간에 바뀌었다면 다시 회의를 소집해서 재선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오늘 아침에서야 명단을 보고 알았다”면서 “전례를 무시한 상태에서 결정이 돼버린 것”이라며 원칙과 순서에 입각한 재선임을 건의했다.

그런데 회의를 이어가는 유재구 의장은 “예결위원 선임은 제출 된 안대로 처리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느냐”고 물었다.
김연식 의원과 조남석 의원이 “이의 있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유재구 의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준비된 안건을 처리해 나갔다.

김연식 의원과 조남석 의원이 재차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요청했지만 유재구 의장은 두 의원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다음 의안을 읽고는 “이의 없느냐”고 물었다.
조남석 의원이 “의장님 이러시면 안 된다. 의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계속 어필했지만 유재구 의장은 상기된 얼굴로 의안 처리를 중단하지 않았다. 다수의 의원들이 의장의 ‘이의 없느냐’는 안건별 질문에 “이의 없습니다”를 제창했다.
단적으로 집단 왕따 현장이었다. 아무도 유재구 의장의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는 의사진행에 이의를 재기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의원들이었고, 반민주적인 집단의 민낯이었다.
보다 못한 임형택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그러나 유재구 의장은 이마저도 묵살했다. 조남석 의원이 일어선 채 반대 의견을 요구했으나 투명인간이 됐고, 유재구 의장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된 본회의는 이내 종료되었다.

임형택 의원은 이에 대해 “조남석 의원이 신상발언을 했고 의장이 정회까지 한 사안인데, 조남석 의원에게 반대토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부당한 의사진행이라는 의견을 말하기 위해서였다”며 “조남석 의원은 정상적인 회의 절차를 밟았지만, 유재구 의장의 의사진행은 기본적인 의사진행과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또 “의장은 조남석 의원 뿐만 아니라 김연식 의원과 나의 의사진행 발언 요청 조차 묵살했다. 시의원 생활 7년 동안 처음보는 독단적 행위다. 의장은 두 의원에게 신상발언 기회를 줬으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지만 신상발언과 안건 처리는 별개의 문제다. 의장이 어떤 안건에 대해 의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면 싫든 좋든 의견을 듣고, 토론하고, 안되면 표결하던지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민주주의 과정이다. 나는 그걸 보여주는 걸 부끄럽다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의회 대표의 대단히 미진하고 적절하지 않은 의사진행을 막기 위해 발언권을 구했던 것인데 무리하게 의사를 진행하고, 의사진행 발언 요청을 묵살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밝혔다.

조규대 의원은 자신이 예결위원으로 추천 된 경위에 대해 “나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강경숙 위원장이 나보고 자꾸 하라고 했다. 의장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조남석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돌고 특정세력으로부터 조남석 의원을 예결위원으로 추천하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예결위원직을 고육지책으로 수락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추경을 처리한 뒤에 예결위원직에서 사퇴할 생각이다. 조남석 의원한테도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강경숙 의원은 “조규대 의원은 맡고 싶어하지 않았다. 조남석 의원이 예결위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유재구 의장님 한테 많이 들어왔나 보더라. 나도 (외부로부터)직접들었다. 조규대 의원을 예결위원으로 최종 추천한 것은 조규대 의원으로부터 조남석 의원과 합의했다는 말을 들어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남석 의원은 합의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강경숙 위원장이 조규대 의원으로부터 “합의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때는 본회의 개회 직전이었다.

하지만 상임위의 예결위원 추천 명단은 본회의 전날 제출 된 상태여서 강경숙 위원장의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모든 정황은 유재구 의장과 강경숙 위원장이 조남석 의원을 배제한 것으로 집약된다.
유재구 의장은 “예결위원 선출문제는 당초에 상임위원회에 전부 일임한 사안이다. 상임위에서 충분히 협의한 결과다. 본회의장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두 의원의 신상발언을 허락해줬다. 재차 의사진행발언을 받아줄 수 없다. 받아주면 회의진행이 안 된다. 나는 (예결위원 선출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한 바도 없고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바꿔달라는 주장인데, 조남석 의원이 상임위에서 얘기가 않되니까 본회의장에서 그런거다. 그래서 무시했다”고 해명했다. 

임형택 의원은 이에 대해 “상임위에서 논의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의사진행발언을 무시한 것은 잘못이다. 안 되면 표결이라도 해서 다른 다수의 의견은 생각이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주면 된다. 표결하면 못 바꾼다 그렇게 할 것이냐를 물을 수도 있었고, 예결위 선임건 의결을 유보하고 상임위원회의 재논의 기회를 줄수도 있었다. 당사자를 이해시키면 얼마든지 매끄럽게 정리 할 수 있었다. 정회까지 했는데 왜 반대를 하는지 의견이 뭔지 들어보고 방향을 제시하거나 가부를 결정해야지 무시한 것은 어떤 이유를 대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 “의원이 품위를 지키지 않거나 의원으로서 공동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서 징계하면 된다. 조남석 의원의 물의라는 것은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바도 없다. 윤리위원회가 자격정지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상 회의에 참가하는 의원은 대표성과 의결권이 있다. 특정 의원이 평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예결위 추천에서 배제하거나 발언권을 주지 않는 것은 명백히 반민주적인 행태다”며 “의원 개개인이 대표기관인데 소수의견을 묵살해도 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