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 없는‘읍참마속’은 흥행 아닌 파국의 서막
김수흥,“근거무근의 의혹 제기, 취지에도 불부합”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부실한 조사와 의혹제기, 민주당의 경솔한 조치로 상당수 무고한 현역 국회의원들이 호사가와 정적들의 먹잇감으로 내던져졌다. 특히 고발장을 접수받은 국가수사본부의 조사가 늦어지면서 왜곡된 사실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당사자는 물론 해당 지역구 주민들이 억울하게 당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기에 훼손된 명예를 회복 할 수 있도록 진실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이유다. <편집자 주>

도덕성 회복의 희생양

민주당은 지난 3월,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계획과 연관된 지역에 집단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제기되고 이후 추가 폭로 및 조사결과에 의해 관련 공직자들의 전방위적인 투기 논란으로 확산되어 재보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등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자 권익위에 민주당소속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요청 했다.

이에 따라 3월 30일 공식출범한 권익위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 두 달에 걸친 전수조사 끝에 총 12명에 대한 16건의 투기 의혹 내용을 국가수사본부에 넘겼다. 건별로 보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6건)',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3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 '건축법 위반 의혹(1건)'이며, 3기 신도시 관련 의혹은 2건 등이다.

민주당은 이들 의원 전원에게 탈당 권유 및 출당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4선의 우상호 등 일부 의원들은 국민권익위원회의 부실한 조사에 반발하며 탈당을 거부했다.

실적에 눈먼 권익위

익산 갑이 지역구인 김수흥 의원도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민주당에 제출한 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김수흥 의원이 2016년 9월 군산시 대야면 복교리 1598-3,4의 논을 취득했는데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있으므로 농지법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권익위는 김수흥 의원이 이 논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았다는 것과 농사를 짓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김수흥 의원이 이 농지를 취득해 소유하는 동안 경기도 고양시 또는 서울 옥수동 등 먼 거리에 거주했기 때문에 농사를 직접 짓고 있지 않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권익위의 김수흥 의원에 대한 조사결과는 당장 민주당의 '부동산 투기' 척결이라는 조사 요청 취지에서 이탈해 있다. 김수흥 의원은 부동산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20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던 아버지의 논을 증여받았다. 조사결과를 보면 권익위는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김수흥 의원은 애초에 조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1996년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농지와 소유자 간 통작거리 제한은 사라졌다. 교통이 발달하고 인력과 기술 수급 시스템이 발달한 농촌의 현실 속에서 ‘통작거리 제한’은 당초 입법취지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가 고향에서 농사짓던 땅을 증여받는 경우는 거리와 상관없이 위법 대상이 아니다. 

귄익위는 농지법이 정한 자경(직접 영농)의 단서조항을 살피지 않은 것이다. 실적에 혈안이 된 나머지 보고 싶은 것만 본 폐단이라는 지적을 부른 대목이다. 이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현 정권의 부동산 투기 관련 투명성 회복과 권익위의  실적 쌓기의 희생양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지를 취득한 이래 직접 농사를 짓던 김수흥 의원은 공직 출마를 앞 둔 2018년 12월 농지법 23조 1항 6호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에 소유농지를 위탁해 임대하도록 했고, 동생가족을 수탁자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농지 대차계약을 맺어 농사를 짓고 있다. 이는 농지법상의 자경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김수흥 의원이 농지를 증여받기 위해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농지법을 저촉하는 사유가 있었다면 소유권 이전은 불가능하다. 필수 요건인 농업경영 계획서 등이 부적격하면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을 발급 받을 수 없고 소유권 이전도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수흥 의원 쪽은 “권익위가 부동산투기의혹을 조사하면서 토지 거래 사실도 없는 경우를 끼워넣고, 법적 근거도 없이 농지법을 위반한 것처럼 제시하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30만 익산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고 지적했다.

경솔이 부른 진퇴양난

더욱 문제는 민주당의 경솔한 조치다. 우선 권익위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규명에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점을 도외시한 것이다. 권익위는 제한적인 권한의 범위 안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그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라는 방대한 업무를 처리했고 의심가는 사례를 적발해 민주당에 제출했다.

더구나 권익위의 조사 활동은 서류 검토 위주로 이루어져 그 결과의 신빙성은 검증 대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권익위 조사 결과에 대해 당사자들이 소명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 당무 규정상 통상의 절차다. 그런데 민주당은 일말의 소명 절차도 없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탈당 후 국수본의 수사를 받으라고 공지했다.

익산지역의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LH사태로 잃은 신뢰를 이번 권익위 조사로 만회할 생각이었겠지만, 스스로 억울할 행태를 양산하는 이러한 행태는 오히려 민심이반을 불러올 뿐이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편 김수흥 의원 등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부당한 당명에 항거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뜻은 일단 탈당해서 수사를 받고 무혐의 또는 무죄를 받은 뒤에 복당하라는 것이지만, 민주당은 탈당 뒤에 복당한 당원에게 주어지는 패널티 등의 불이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일부 해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의 발표에 의해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데, 국수본의 수사 결과에 따라 결백이 판명되어도 탈당 후 복당에 따른 패널티를 면제해줄 장치를 미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적 살인이나 다름없다.

당초 해서는 안 될 탈당 권유였다. 이제와서 당명을 철회할 수도 없는 민주당은 진퇴양난에 처한 꼴이다. 집권세력이 이렇게 미숙해도 되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당성 없는 ‘읍참마속’은 흥행이 아니라 파국의 서막을 열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