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매수 혐의로 재판받는 처지에 농지법위반 지방의원에 공개적인 탈당 권유

최근 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탈당 후 조사를 받으라고 한 조처가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 수사기관이 수사도 개시하지 않은 사안의 당사자들에게는 탈당을 권유하면서도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작 ‘후보매수’에 따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한병도 의원이 자신은 탈당하지 않고 버티면서, 중앙당의 조처 직후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 소속 지방의원에게 공식적으로 탈당을 권유하고 나서면서 그의 내로남불식 이중 잣대가 입길에 올랐다.
한병도 의원은 지난 달 10일,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지방의원을 향해 집권당의원의 신분을 벗고 무소속의원으로 의혹 해소에 임하라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
한 의원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공직자라면 부동산투기에 한점의 의혹도 없어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소속지역구 지역위원회 지방의원들의 부동산 거래 보유 과정에서 일체의 법 위반 의혹이 없는지에 대해서 꼼꼼하게 점검해 볼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내로남불 논란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역정가의 K씨는 “한병도 의원은 ‘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심을 받는 정치인들에 대해 탈당을 권유한 것’과 관련해 누구보다 입을 다물어야 할 당사자다”며 “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고, 억울하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고 꼬집었다.
또 P씨는 “민주당은 당시 청와대의 선거개입 사건을 기소한 검찰을 향해 ‘사법개혁에 대한 반발’이니 어쩌니 하면서 한병도를 포함한 다수의 관련자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했다. 검찰의 기소도 ‘무리하다’ ‘다른 목적이 있다’며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 사법권이 없는 권익위의 조사 결과는 맹신하면서 탈당을 권유했다.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C씨는 “지난 총선 당시에 민주당 경선에서 한병도와 경쟁하던 상대 후보가 검찰이 기소한 한병도의 선거개입 의혹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가 익산지역 총선의 이슈로 떠올랐지만, 민주당은 결국 한병도에 대한 공천을 강행했다”며, “이는 한병도의 후보매수 혐의가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개입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고 지금 그 역풍이 불고있는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의 자가당착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한병도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은 민주당 경선 과정인 2018년 2월  당내 울산시장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공기업 사장 등 고위직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권유했다.
검찰은 한병도가 공직을 제안하며 후보를 매수한 혐의에 대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등,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8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기본적으로 추대형식의 공천을 받지 않고는 당선이 어려운 상태였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들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고, 그것은 지지층 이탈을 촉발할 수 있는데다 상대 후보자의 지지표를 흡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초래되는 등 민주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송철호의 경선상대였던 임동호는 2017년 11월 하순경 한병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에게 오사카 총영사자리를 주지 않으면 경선에 출마하겠다며 공사의 직을 요구하고, 2017년 12월 12일경 울산시장 출마 계획을 대외적으로 밝히며 압박했다.
그러자 한병도는 2018년 1월 하순경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외교부에서 반발하니 고베 총영사 등 다른 자리는 어떠냐, 공공기관장 자리는 많은데 공공기관장은 어떠냐”고 말하며 마치 오사카 총영사 대신 다른 공사의 직이 가능할 것처럼 말했다.
한병도는 또 2018년 2월 12일 다음 날 울산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려는 임동호 후보에게 전화를 하여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한병도 의원은 최근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지금까지도 고베영사가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임동호가 계속 요구한 것일 뿐 내가 제안한 적이 없었다. 내가 인사수석실에 물어보니까 (임동호는) 영사자리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못했다. 내 부탁을 받고 임동호에게 전화한 행정관은 ‘가고 싶어 하시는 자리가 잘 안됐다’고 한 것이지 공사의 직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권력형 민주주의 파괴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되거나 재판을 받는 처지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닌데 한병도 의원은 자신이 억울하고 떳떳하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억울하고 떳떳할 수 있는 지방의원에게는 공개적으로 탈당을 권유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K 씨는 “부동산 투기 또는 농지법 위반이 선거법 위반(후보매수죄)에 비해 죄질이 더 나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형 후보매수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만약 법원이 한병도 의원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다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P씨는 “우리는 조국사태를 보면서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며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모든 피고인들이 더 늦기 전에 민주당을 탈당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민심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 전문가 K 씨는 “권력을 앞세운 공무원의 후보매수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대가성을 부인해도 처벌하는 등 엄격하다. 공정성을 저해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관련자들이 숙고하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