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대표이사 고석정님께서 지난 3일 오전 6시 50분,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생때같던 어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희생되셨기에 이별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어른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합니다. 창간이래 소통신문의 하늘에 늘 떠있던 별이셨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고 대표께서는 교육자의 외길을 걸으시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셨고 퇴직 후에도 존경받는 교육자이셨습니다. 63년을 원불교에 다니시며 법강항마위에 오르신 구도자이기도 하셨습니다. 지역사랑의 열정이 식지 않았던 향토사학자이셨고 멈추지 않는 진자와 같은 한 집안의 가장이셨습니다. 이와 같이 한 생의 표상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표님의 족적을 오늘 이 란에 조사(弔辭)로 새깁니다

당신의 체화된 배려와 존중을 기억합니다. ‘다른 이의 삶은 다 알 수 없다’ 여기시고 ‘다른 이의 세계는 다 이유가 있다’ 여기셨습니다. 어떤 삶도 평가하지 않고 누구에게든 당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소통신문의 어떤 보도에도 ‘불간섭의 원칙’을 지키셨으며, 오직 비판과 칭찬의 균형, 정론직필과 공명정대라는 언론의 본령을 말씀 하실 뿐이셨습니다.  

기상과 취침이 일정했고 할 일을 미루지 않으시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예불을 올리시고, 경전을 읽으신 뒤 꼭 필사를 하셨습니다. 그 사경집 안에는 당신이 행한 일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일, 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이 꼼꼼하게 기록되었습니다. 그것은 당신께서 주어진 삶을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셨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보셨기에 말을 아끼시고 자신에게 이로운 일을 하실 적에는 남에게도 이익이 되기를 바라시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마음을 밝히는 경전의 대목들을 만날 때마다 들려 주시고 몸에 좋은 음식은 자신이 먹는 때에 가장 가까운 이와 꼭 함께 나누셨습니다. 떠나시기 직전까지 매일 7천보 1만보를 걸어 건강한 몸의 모범이 되면서 주변 사람들을 섬기며 사셨습니다.

가족과 다른 이들을 위해 한 일은 금새 잊어버리시고 받은 일은 끊임없이 되뇌시며 기필코 보은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여건만 만들어지면 장학회를 만드시고 장학금을 기부했으며 모금운동에 앞장서셨습니다. 당신을 후배들이 존경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당신의 달지 않고 짜지도 않은 순수한 물 같은 성품과 좋은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지 않고 슬픈 일을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으며 과도한 것을 경계하시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지역을 사랑하신 당신을 기억합니다. 공단에는 어떤 기업이 새로 들어왔는지, 지역사정이 어떤지, 지역의 발전상이나 비전은 무엇인지를 늘 알고 계셨고 지역의 지리와 명소를 달달 외고 계셨습니다. 지역의 변혁을 이끄는 역사의 현장에는 반드시 먼저 가보 고 싶어 하는 호기심 많은 향토사학자이시자 문화해설사이셨습니다.

이렇듯 당신은 말이 아닌 일상의 태도와 행동으로 우리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셨습니다.   현생의 업장은 현생에서 소멸되어야 한다고 믿으셨고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를 천도하는 법력을 이루셨습니다.

시간이 영원한 줄 착각하여 참된 구도자를 불각시에 여의였습니다. 당신을 더 사랑하지 못하고 당신의 마음에 우리의 마음을 더 부비지 못한 시간들이 애통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당신의 물 같은 성품에 기대어 당신을 담담하게 보내드려야 하는 것을 압니다.

부디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