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바라보는 익산시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당초 농식품부가 띄운 애드벌룬에 충만하게 부풀었던 기대감이 14년여 년 동안 서서히 빠져나간 탓이다. 우선 국책사업 답지 않게 국내‧외 식품기업 유치 실적이 14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데다, 산단 조성기간의 장기화로 제풀에 지쳤다. 또 국가식품클러스터 1단계 사업은 5년 전에 준공됐고, 지난 8일 현재 75.8%의 분양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익산시민들은 10년 전 농림식품부가 확정‧발표한 마스터플랜의 기대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과를 지역과 공유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은 최근에야 이루어졌고 실적은 극미하다. 동북아 식품허브를 담당하기 위한 식품수출거점기지는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2단계 사업에 부속 될 ‘배후복합도시’ 부재로 반쪽짜리 식품산업문화도시(푸드 폴리스)에 머물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한 이유다. 익산시는 2단계 사업 실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선결과제들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실효적인 방향성인가에 의문을 갖게 된다. 당장 마스터플랜상의 수출지향형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지역농업과 식품기업간 연계를 통한 성과공유의 활성화 방안이 긴요하다.<편집자 주>

현주소

농식품부가 2012년 7월에 확정‧발표한 ‘국가식품클러스터 종합계획’에는 약 5,535억원을 투입해 식품전문산업단지와 배후복합도시를 조성하고 160여개의 식품기업과 연구소를 유치‧입주시켜 2020년부터는 매출 15조원과 2만2천명의 고용창출, 농어업 성장 견인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의 목표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익산시에 따르면 2015년을 완공 목표로 2009년에 조성을 시작한 국가식품클러스터는 2017년 12월에서야 준공했다. 또 농식품부와 익산시는 2008년부터 기업유치에 들어갔으나 2022년 3월 8일 현재까지 14년 동안 전체면적(45만2,000평) 대비 67.9%(30만7,000평)가 분양됐고, 공고면적(39만6,000평) 대비 75.8%(30만평)가 분양됐다.

또 지난 8일 현재까지 116개사가 분양계약을 체결해 107개사가 준공해 가동 중이며 18개사가 착공했는데, 가동중인 62개사는 1,324명을 고용하는데 그쳤고 연간 약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과 고용창출이 당초 목표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들이 대부분 소규모인 탓으로 나타났다. 또 식품산업의 특화와 고부가가치 식품을 개발하는 역량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마스터플랜과 동떨어진 클러스터

국가식품클러터 종합계획은 식품전문산업단지(70만3,000평)와 배후복합도시(38만1,000평) 등 총108만여 평을 조성해 ‘글로벌 5대 식품클러스터 육성’을 목표로, 식품산업의 패러다임을 고부가가치, 네트워크 중심, 수출지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구상됐다.

특히 이 마스터플랜에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었던 것은, 농협과 수협을 통한 식품원료의 안정적 공급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은 고품질 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지역은 원료 생산‧공급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성과 공유’ 지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 국가식품클러스터는 2단계 사업이 동반하는 ‘배후복합도시’와 ‘식품수출거점 기지’의 부재로 수출지향형 클러스터의 방향성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5대 식품클러스터’로 발돋움하기 위한 외연 확장의 동력을 갖추지 못했다.

비즈니스센터를 비롯한 ‘푸드테크 R&D 허브’ 및 ‘디지털 플랫폼’ 구축, 푸드파크 조성 등 4차산업혁명시대에 부응 할 인프라 구축은 2단계 사업으로 밀렸고, 그 실현 여부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2단계 사업과 그에 부속될 ‘배후복합도시’는 식품산업간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를 구축할 초연결사회와 초지능화에 기반하는 스마트시티다.

가뜩이나 중소식품 제조업체들이 대종을 이루는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일부 입주업체들의 매출신장에는 도움이 되고 있지만, 가공식품의 특화를 통한 전문산업기지화를 주도할 구조 개선을 촉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농식품부는 또 ‘수출지향적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이라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그 핵심시설인 수출검역‧검사 통합사무소를 준공 이후 5년 동안 설치하지 않고 있다. 이 사무소는 수출관련 행정업무를 원스톱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필요하며, 수출정보 제공에서 바이어 상담까지 일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수출 애로를 해소하는 등의 역할을 할 계획이었다.

식품수출의 활성화를 위해서 바이어 초청, 박람회 참가 등 기업의 수출시장 개척에 대해서 지원을 하고 물류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식품수출의 거점화를 지향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특히 산지 농가와 기업간 계약재배를 활성화해 클러스터와 지역간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시스템을 클러스터 조성 이후 4년 만에 구축했고, 식품 전문 물류체계의 핵심인 ‘농식품 원료 중개공급센터’를 최근에야 설치‧가동해 그 실적이 미미한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월 생산 농가와 식품기업 사이의 원료 수급을 중계‧관리할 지역 농협과 계약을 체결했고, 농협은 같은 때부터 190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농식품 원료 중개공급센터’를 운영했다. 이는 지역 농가의 판로 걱정없는 원료 생산과 기업의 적정한 가격에 퀄리티 높은 원료를 공급받는 시스템이어서 적잖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식품진흥원에 따르면 농협이 지난 1년 동안 기업과 농가 사이에 연결한 계약재배는 단 두 건에 불과했다. 1건은 콩(서청자)15t, 1건은 참깨 1.3t으로 나타났다.

익산시는 2단계 사업을 92만평 규모로 구상하고 있다. 공장 등 산업용지 45만평과 복합배후도시 47만평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는 사업비를 7천2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9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 사업 구상안은 완성 된 상태다.

2단계에는 기술집약적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해, 국가식품클러스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식품산업 혁신성장의 메카로 자리매김 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2단계 배후도시에는 산업단지 종사자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타운하우스, 한옥타운, 아파트 등이 들어서고, 비즈니스 파크를 비롯한 외국인학교, 식품특성화고교와 대학, 식품박물관, 글로벌 테마파크, 업무‧문화‧상업 등의 복합기능을 수용한다.

특히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지향하는 외연 확산은, 기업‧연구소가 입주하는 식품전문산업단지와 주거‧교육의 배후복합도시가 결합한 식품산업문화도시(푸드폴리스)가 완성했을 때 가능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푸드폴리스가 성장하면 전주농생명혁신도시, 대덕연구단지‧세종과학벨트의 R&D기능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광의의 클러스터(식품과학벨트) 이른바 ‘식품 R&D 삼각벨트’가 형성된다.

더 나아가서 푸드폴리스는 최광의의 국가식품클러스터(글로벌 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있다. 동북아 및 글로벌 식품‧기업‧연구소‧대학 등과 R&D‧생산‧마케팅 분야에 네트워킹과 비즈니스를 공동 추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동북아의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미진한 분양실적을 핑계 대며 2단계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단계 사업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으나, 지난 9일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이 사업 추진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역 농업패러다임 변혁 이끌어야

선진 식품 클러스터의 어느 곳을 보아도 농업경쟁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식품산업이 발전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고부가가치 식품을 개발‧생산하기 위해서는 지역특산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푸드벨리 데마크‧스웨덴의 외레순, 미국의 나파벨리 등 해외식품클러스터 사례에서 발견되는 시사점이다.

예컨대,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는 발효유 식품, 데마크 외레순은 유가공식품 및 기능성 식품, 미국 나파밸리는 와인 그리고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는 햄과 치즈 등 지역특산물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 왔다.

특히 기존의 지역특산물이 기업을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식품 원료를 신선도가 높고 질이 좋은 상태로 공급할 수 있는 지역농업 환경도 기업을 유인하는데 긴요하다.

이같이 식품클러스터 내의 기업과 지역농업의 긴밀한 연계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성과공유를 넘어 기업의 고부가가치 식품개발을 가능하게 해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우선되는 요건이다.   

마스터플랜상 국가식품클러스터의 핵심 취지는 기술을 집약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지역의 농정패러다임의 전환을 견인하는 것이다. 기업과 연구소가 집적된 국가식품산단과 국내 산‧학‧관 네트워크, 지역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클러스터 구축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