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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본연 기능 ‘집행부 견제’ 실종

▲ 비리 의혹 중심에 섰던 하?폐수시설 재계약 동의안 산업건설위 통과

조례 위반·원가검증 불이행 안건을 만료 5개월 앞두고 서둘러 처리

글 싣는 순서

1. 반민주적 의회 운영

2. 정체성 부재

3. 토론 않는 의회

제 8대 익산시의회에서는 4건의 각 상임위 통과 안건이 본회의에서 뒤집혔다. 3건은 ‘승인’이 ‘부결’로 뒤집힌 경우이고, 1건은 수정되었는데, 타 상임위 의원의 반대 의견 제기가 대종을 이뤘고, 안건을 통과시킨 상임위 측의 방어는 반대토론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상임위 측의 빈약한 논리는 그대로 ‘불성실하며 일하지 않는 의회’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특히 제 242회 본회의에서 임형택 의원의 반대토론으로 뒤집힌 ‘익산시 공공하폐수처리시설 관리대행 민간위탁 재계약 동의안’은 조례를 위반하고 비용의 적정성을 평가하지 않았으며, 관련 공무원들이 비리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던 사안이다.

의회 본연의 기능인 ‘집행부 견제’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불렀다. 의회 내부에서 조차 상임위가 최소한의 검증만 했더라도 타 상임위 의원들이 그 결정을 존중했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비판이 일었다.

비리의혹의 중심에 섰던 안건

익산시의 2019년 공공하폐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업체선정과정은 여러 특혜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관련자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는 몸살을 앓았고, 의회는 심상찮은 사태의 전개를 아연 긴장한 눈으로 지켜봤다.

경찰 수사대상이 된 절차를 살펴 보면, 익산시는 2019년 5월 14일 공공하폐수처리시설 관리대행용역 입찰공고를 게시했고, 이 공고에 따른 기술제안서 제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9년 8월 5일 갑자기 공고를 취소했다. 사업계획, 즉 과업내용 검토라는 명목이었다.

그런데, 익산시는 사업계획(과업내용)은 변경하지 않은 채 입찰공고를 취소한 지 6개월만인 2019년 11월 14일 그대로 재공고를 게시해 업체를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의 기술제안서 평가위원들을 전체 백지화하고 위원들을 모두 다시 뽑아 새로운 평가위원들로 하여금 업체를 선정하게 했다. 특히, 2019년 8월 5일 입찰공고 취소 직전에 상하수도사업단장과 하수도과장을 교체한 것은 업체선정에 인사권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상하수도사업단장을 비롯한 과장, 계장이 전북경찰청으로부터 수사를 받았고, 해당 공무원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는데, 검찰이 최종 무혐의 처분을 해사건이 종결됐다.

집행부 불법행위에 '면죄부'

위탁운영기간은 3년인데 올해 8월 위탁계약이 만료되며, 위탁비용은 연 30억원 가량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계약만료를 5개월이나 앞 둔 지난 3월(24일~30일) 제 242회 익산시의회 임시회에 ‘익산시 공공하폐수처리시설 관리대행 민간위탁 재계약 동의안’을 상정했다.

특히 익산시는 100억원에 가까운 이 위탁사업을 공개경쟁에 붙이지 않고 기존 업체와 재계약하겠다는 것이어서, 익산시가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안건을 상정한 점과 대규모 시설의 관리위탁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려는 행태에 대한 격론이 의회 안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 됐었다.

더구나 기존 운영업체의 운영실태는 불량했다. 관리대행을 시작한 2020년 한 해에만 수질초과의 수가 5건 이었고, 방류수수질검사 및 기록보존 미이행도 5건이나 적발됐다. 현 시설들을 익산시가 직영하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수질 초과 등이 3년 동안 총 6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업체들이 다수 존재하는데도 안정적인 운영성과 측면에서 부적격한 업체와 재계약을 체결하려는 익산시의 행태는 합리적인 의심을 불렀다.

무엇보다 익산시는 조례를 위반했다. 현재 ‘익산시 사무의 위탁 조례’ 제26조 제1항에는 위탁사무 처리 결과를 매년 한 차례씩 감사하고 그 결과를 지체없이 의회에 보고 또는 제출하도록 명시되어 있으나, 익산시는 이 의무규정을 일절 지키지 않았다. 명백한 절차상 하자다.

또 ‘익산시 사무의 위탁 조례’(제16조 제3항과 제8조 제6항 및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시장은 위탁사무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위탁 만료일 90일 전까지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 또는 제출해야 한다. 이 성과평가 결과는 조례 제 16조(재계약)가 요구하는 재계약의 적정성을 검토·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데, 익산시는 공공폐수처리시설 2개소에 대한 성과평가를 시행하지 않았다.

익산시는 환경부에서 시행한 ‘공공폐수처리시설 운영관리 실태평가’를 내세우며 성과평가를 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태평가’는 환경부에서 지자체를 평가하는 것이고 ‘성과평가’는 지자체에서 운영사를 평가하는 것으로 각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익산시는 행정의무를 저버리고도 ‘실태평가’를 ‘성과평가’라고 강변하며 해당 상임위원회(산업건설위원회)를 기만했다.

또한 익산시는 이 시설 운영을 맡길 업체 선정 평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비용 검증을 하지 않았다. 적정가격을 산출하기 위한 전문기관의 원가산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전에 지급했던 연간 30억여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익산시가 기본 책무를 저버리고 조례를 위반하며 의회를 농락하는데도, 해당 동의안에 대한 이렇다 할 검토와 토론 등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임형택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익산시 공공재산이나 환경기초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시민의 혈세를 투명하게 운영, 절약하여 알뜰하게 운영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특히 행정행위는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나 밀어주기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 의원은 또 기본 조차 지키지 않는 익산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하수도과는 매년 30억원이 넘는 3년 총 100억여원에 이르는 관리대행용역을 맡기면서 원가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다. 업체가 요청하는 금액을 그대로 주는 것인지는 그것 또한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이날 안건은 기명 투표에 붙여졌고, 찬성9표, 반대 15표로 부결됐다.

한편, 익산시 ‘공공하폐수처리시설 관리대행 민간위탁 재계약 동의안’을 통과시킨 산업건설위원회 위원들은 위원장 강경숙, 부위원장 소병직, 위원 김충영, 윤영숙, 장경호, 조규대, 조남석, 한동연 등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