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제안을 환영한다. 지역주의를 없애고, 국회의원이 지역에 매몰되지 않고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 비생산적인 정치의 뿌리에는 지역주의 정치가 자리잡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며, 의정 활동도 국정보다는 지역이 우선하게 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아무리 말해도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는 한 극복할 수 없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진통제로만 다스릴 수 없다.

그렇다면 1선거구 당 1명만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치개혁론은 참여정부에서도 논의 된바 있다. 그 때 제안 되었던 중대선거구제가 현 정부에서 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낼 실현 가능한 구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먼저 지역 경계를 종횡으로 재편하는 행정개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은 그 뒤로 미뤄도 된다.

그래서, 행정구역 개편을 자발적인 통합에 맡겨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의 말 대로,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면, 최소한 3개 이상의 도계(道界)를 하나로 묶는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논의 할 국회원들 부터 초당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하고, 지역주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지역주의 극복은 땅 나누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악용하는 정치세력들을 먼저 청산했을 때 가능하다.

정당이 자신의 무능을 가리는 수단으로 지역주의를 과도하게 확대하고 재생산해 온 사실을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때다. 지역주의가 한편으로는 정치적 이익을 취하는 수단이 되고 한편으로는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이 되는 이상, 어떤 정치개혁도 지역주의 극복의 근처에 조차 갈 수 없다.

오래 된 제도, 거기에서 파생되는 폐해를 고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자기희생이 수반되어야 한다. 스스로 쥐고 있는 기득권을 놓지 않고서 더 크 것을 손에 쥘 수 없다.

정부와 여권은 이런 순리에 입각해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은 개혁이다. 제안하는 쪽이 먼저 위선의 껍질을 벗지 않으면, 결국 국론분열만 초래하고 중도하차 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