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브랜드마케팅 현주소 진단

지역마케팅 천혜의 보고(寶庫)인 익산에는 보석, 미륵사지석탑, 서동설화, 고도, 마한문화와 백제문화, 함라 서원, 이병기 생가, 입점리 고분, 날씬이고구마, 순수미, 서동마, 참외, 마국수 등 지역을 표방하는 많은 브랜드 슬로건과 유형. 무형의 지역 매력 요소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이 도시 브랜드 마케팅에서 지역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살아 움직이는 도시가 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재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발전적인 도시 브랜드 마케팅의 현주소와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개별 브랜드 단일화 필요
익산지역에는 다양한 유형.무형의 매력 요소가 살아숨쉰다. 보석의 도시 익산, 마한문화와 백제문화에 따른 국보 3건, 보물 5건, 사적 7건, 천연기념물 2건, 무형문화재 2건 등의 국가지정 유산, 전북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 다수, 전통적인 쌀과 농산물, 날씬이 고구마 참외, 서동마 그리고 온화한 기후, 금강과 만경강, 그에 따르는 평야지대, 농경지와 평지, 철도와 도로교통의 중심지등 익산을 특정할 만한 유.무형의 자산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특히, 익산은 미륵산을 중심으로 한 마한의 맹주로서 서동설화의 주인공이 자리한 동양최대의 사찰로서 미륵신앙의 본산이었던 미륵사지, 무왕의 천도지역인 왕궁, 이리 향제 줄 풍류까지 타 지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역사, 문화의 보고다.

그러나 익산은 이 같은 매력요소들을 집적화시키지 못해, 통합 브랜드를 창출할 정체성 확립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런 현상은 익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의 퇴색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조선의 남하를 비롯한, 마한의 중심지, 고구려의 후예인 백제의 고도라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서동설화와 미륵신앙 등 문화유산의 체계적인 정리가 미흡한데서 비롯한 진단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과거 패망한 백제의 후예 고을 익산의 고대사는 대부분 멸실되었고, 익산을 대표하는 서동. 선화의 사랑이야기 마저 설화집인 삼국유사에 의존할 뿐이어서 이를 정체성으로 자리매김시키는데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 같은 족보의 단절은 주체성 상실로 이어져 지역구성원들의 결속력을 해치고, 지금의 도심지인 익산이 일제시대에 형성된 이래 '속리'-'솜리'-'이리' 등의 지명 변천사에서 보존성이 강한 지역의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나는데도, 도시의 이미지가 가장 크게 부각되는 부당한 현실에 처해있다.

따라서 부서진 역사 기록들을 모으고, 불투명한 역사적 사실들을 재해석해 정체성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여망이다.

익산의 브랜드 ‘사랑’

익산의 도시브랜드 마케팅을 위해서는 개별 브랜드 전체를 지원할 브랜드 전략 구축이 절실하다는 요청이다.

보석, 날씬이 고구마, 참외, 백제문화, 왕궁, 순수미 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브랜드 집적화를 통한 개별 브랜드 발전 전략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널려 있는 다양한 브랜드가 하나의 슬로건으로 집약되어 모든 브랜드를 포괄하도록 해야 브랜드 마케팅효과가 극대화 된다.

신분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도시

태국의 경우 불교문화를 브랜드로 한 각종 다양한 관광 컨텐츠를 포괄하고 있으며, 경주 역시 불교문화가 경주의 브랜드가 되어 기타 볼거리, 먹을거리, 만질거리 등 다양한 개별 브랜드들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그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익산은 이미 서동설화가 우위를 점위하고 있다.

축제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축제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익산이 지닌 가장 큰 경쟁력은 서동설화이고, 서동설화의 본질인 '사랑', 즉 '서동요'를 테마로 하는 컨셉이 전국 또는 세계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백제의 고도 익산만이 유일하게 지닌 서동.선화의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스토리를 능가하는 스토리를 지닌 데다, 동심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서동요를 현실과 접목시켜 되살려 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랑'이라는 주제는 종교성, 신성성, 경제성, 문화성, 역사성 등 모든 면에서 컨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브랜드의 소재라고 평가한다. '가장 오래 키스하기' 기네스북 세계대회도 하나의 사례로 소개된다.

사랑에 관한 초콜렛도 한소재가 될 수 있고, 연인만들기 페스티벌, 노인 중매 축제, 결혼박람회, 사랑고백 페스티벌, 사랑 민속음악제, 사랑 동요제, 이 밖에도 사랑과 성(性)을 주제로 한 각종 콘텐츠 또한 '사랑의 도시' 브랜드 마케팅에 걸맞는 브랜드 슬로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동설화를 모태로 한 다양한 브랜드를 수용하여 지역의 유형자원과 연계하고, 무형 자원과 결합하여 보고, 만지고, 듣는 등의 오감(五感)을 넘어서 육감(六感)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지역마케팅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여망이다.

인프라 확대

지역마케팅이 성공하려면 먼저 익산이 가지고 있는 지역매력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이를 미래지향적인 시대 조류 속에서 강력하게 호소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의 대학과 향토사학자, 예술가, 농상공인들과 익산시가 전문가 집단들과 협력해서 새로운 지역 이미지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을 포함하는 장단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전문성 확보

지역브랜드 마케팅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는 바로 전문성이다.

익산이라는 지역의 특수성과 역사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미래 방향성 제시를 위해서는 전문가 확보가 대안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익산시 담당부서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역사와 문화, 그리고 관광에 대해 무지한 행정직인 점을 감안하면, 도시발전기획 전담부서 또는 전문가 영입에 의한 브랜드마케팅 전략수립을 위한 전문가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차별화 된 컨셉 확립
지난 달 익산시가 '어메이징 익산'을 도시 브랜드로 표방하고 나섰지만, 이같은 브랜드에 향토색 짙은 개별 컨셉들이 집약된 것이 아니고, 막연한 미래지향성적인 슬로건에 그치고 있어 브랜드 파워를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냐는데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익산시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유치를 비롯한, 미륵사지 금제사리장엄 발견, 보석산업 등 위대하고 경이로운 미래지향적인 도시 건설을 위해 앞으로 남아 있는 과제들이 더욱 중요함을 인지하고, 사람중심의 여성친화 명품도시를 만드는데 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브랜드 슬로건을 설정했다.
익산시 관련부서 담당은 "익산의 브랜드 슬로건에는 여성친화, 아시아 식품산업 선도 등의 미래 지향이 담겨있다"는 짤막한 말로 브랜드 설정 배경을 가름했다.
"미래 지향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점진적으로 미래에 세워 나아갈 것이다"고 답변했다.
브랜드에 대한 이같은 추상적인 접근법이 익산시의 현주소이다.
브랜드를 개발하고 운영전략 수립을 거쳐 브랜드에 대한 철저한 피드백 및 관리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브랜드는 세우지 않음만 못하다.
유형 무형의 자원을 토대로 개별 브랜드를 집적화 한 하나의 중심 통합 브랜드 창출이 절실하다.
이를 연계한 인프라 형성과 민-관 네트워킹 체계의 구축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이 그 대안이다.
브랜드 개발 단계에서는, 그 브랜드를 통하여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도시를 찾는 방문자가 받게 되는 편익(Benefit 또는 이익)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주는 게 브랜드 개발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에 따르면, 그 덩어리를 만들기 이전에, 단지 브랜드만을 만들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브랜드 마케팅은 고전하게 된다. 결국 여기에서 말하는 브랜드란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뿐이다.

정말 중요한 브랜드의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연상속성 곧, 이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컨셉을 확립하지 못하면 그 브랜드의 수명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 이다. 

도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란
만들기만 했다고 해서 브랜드 마케팅이 바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보석의 도시 익산'이라는 브랜드화 전략의 실패가그 단적인 예다.
'보석의 도시 익산'에는 기실 원석이 없다.
다만 그 브랜드명은 보석 '가공'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외지에서 익산을 방문할 경우 보석 가공공장을 둘러볼 수 있거나 보석 가공을 가까이서 체험해볼 수 있는 아무런 체계나 장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지 보석 박물관을 통한 관람과 판매에만 중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원석이 없는 익산이 적어도 보석의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보석의 가공부터 도시전체의 디자인까지 모두가 보석으로 점철되어야 한다는 것이 방문객들의 요청이다.
명확한 목적과 내용이 없는 브랜드라면, 이는 브랜드 마케팅이 아니라, 오히려 쓸데없는 마케팅 역량의 분산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브랜드는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상징물들의 조합 이다. 그 브랜드만이 제공하는 그 무엇의 가치는 유형자산보다 훨씬더 큰 무형자산이 된다.
이같은 '가치제공자'로서의 기능에 대한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지 식별과 차별만이 브랜드의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브랜드를 내세우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차별화된 가치의 속성은 개별 컨셉들의 집적화에 있는 것이다.
브랜드를 개발하려 하는 시점에서는, 왜 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며, 이 브랜드를 통하여 어떤 편익을 제공해 줄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브랜드의 목적과 존재가치를 분명히 설정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단지 근사하고 이쁜 이름, 또는 경쟁자가 우리와 비슷한 상품에 별도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우리도 일단 '낳고 보자' 식으로 브랜드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 브랜드의 개발이 브랜드 마케팅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