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효율성 분산, 내실 취약.. 2년 뒤 3천억원 빚더미, 지자체 도산 예고
독단행정 악화일로. 민생경제 마인드 부재, 침체일로 대형사업마다 잡음

임기 후반기에 진입한 익산시 민선4기는 극단적으로 명암(明暗)이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례 없는 도덕적 해이와 독단 행정으로 각종 물의를 빚어 왔는가 하면, 식품클러스터 등 신성장 동력 확충 측면에서는 눈부신 업적을 쌓기도 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익산의 비전을 조명하고, 부정적인 면에서는 대안 모색에 필요한 다양한 관점을 모으기 위해 본 란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민선 4기 익산시는 인구 50만 도시건설을 표방했지만, 오히려 지난 4년 반 동안 30만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2005년 말 31만8,506명이었던 익산시 인구는 2009년 11월 말 현재 30만6,999명으로 1만 1,507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매월 240명 가량이 줄어든 추세이다. 익산시를 비롯한 여러 기관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익산시의 인구유출 현상의 가장 주된 원인은 열악한 교육환경과 기업환경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인구감소를 막는데 필요한 분야에 예산을 적정하게 배분하지 않고, 오히려 비효율적인 예산을 증액하면서 한편으로는 예산 형편상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익산의 경우 지방세원 확충이나 일자리 창출에 앞서 교육 및 기업 지원 등으로 내실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도외시하고 신규사업들을 계속 늘리면서 예산을 분산시키면 오히려 인구유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경고도 뒤따른다.

그러나 민선 4기 익산시는 1백만평규모의 익산일반산업단지를 신규로 조성하고, 소각장과 같은 비효율적인 시설을 건설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발생시켜 1,360여억원의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익산일반산업단지조성사업비만 해도 2,666억원으로 완공연도인 2011년까지 약 1,900억원의 부채를 추가로 발생시킬 예정이어서, 준공 이전에 업체 유치를 하지 못할 경우 자치단체 도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예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인구 감소추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가파른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인구감소추세는 농촌권역보다 시내권역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로 상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도시민들이 상점의 공급과잉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특단의 인구 유인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민선 4기 익산시는 실효성이 부족한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무성한 특혜 의혹을 낳았고 오히려 상업환경을 저해하여 상인들을 전통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익산시는 또 전통시장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주체인 기존 상인회를 배제하고 새로 구성된 상인회와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인들간 갈등과 반목을 야기하는 등 사업의 취지를 역행했다는 비난이 높다.

공조직 유린한 기업형 '팀제'

이같은 익산시의 현실은 공조직에 협치 또는 혁신 시스템을 구동시키지 못한 원인에 따른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공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며 지난 2007년 5월에 도입했던 '기업형 팀제'는 오히려 조직에 충격과 혼란만 안겨준 채 철저하게 실패 했다.

의욕만 앞세워 선결해야 할 준비 과제들을 도외시 한 탓이다. 1년 동안 시행 된 팀장 중심의 팀제는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대신 위계질서를 흐트러뜨려 연대책임의식을 약화시켰다.
공조직의 수평화는 허리를 담당하는 6급 공무원들을 무력화 시켰고, 팀장들을 과중한 업무와 책무에 짓눌리게 한 반면, 간부공무원들의 의욕저하를 초래했다.

이는 대국대과체제 보다 몇 곱절 더 많은 민원을 발생시키는 기제로 작용했다. 또, 현업부서를 현장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니 시청을 찾은 민원인들이 출장 나간 실무관들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잦았다.

불완전한 팀제 도입은 결국 백화점식 공조직을 통합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당초 취지를 역행 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만 키운 꼴이 되었다.

이런 조직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고 민선 4기 익산시는 대형사업을 벌일 때 마다 각종 의혹을 낳았다.

그 가운데 2,700억원대 규모의 익산일반산업단지조성사업은 설계용역 발주단계에서부터 잡음이 일었다.

벌이는 대형사업마다 잡음

특히, 당초 최저가 입찰 계획을 돌연 설계와 공사 등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 입찰방식으로 변경하고, 업자 선정 과정에서 업체를 사전에 내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등 턴키 입찰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를 전격 조명할 필요성이 대두 됐다.

익산시는 당시, 공사계약방식을 변경한 이유로 '속도전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주변 지자체들의 산단 개발 러시가 한창인 가운에 분양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익산시는 특히 지난 3월에 개발계획 수립에 착수하는 등 가시적인 추진 현황를 보이는 완주군을 가장 큰 경쟁상대로 의식했다.

그러나 완주군이 추진하는 약 320평방미터 규모의 테크노벨리 조성사업은 현실적인 면이나 합리적인 면에서 익산시가 현재 상황에서 극복할 수 없는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아마추어 마인드로 팀제 서둘러
인사 두 차례 더해 잡음만 무성

민선 4기 익산시는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정규 인사를 두 번 더 실시했다. 생산적인 조직을 표방한 '기업형 팀제'를 도입하면서 한 번, 실패 한 뒤 본래 조직으로 회귀하면서 한 번이었다.

이로써 타 자치단체의 민선 4기가 4년 동안 8회의 정기인사를 실시하는 동안 익산시는 10회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대신 익산시는, 팀제 도입에 따른 조직을 수평화 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고, 민원행정에 심각한 누수를 초래했다.

특히,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보다는 극단적인 폐쇄성으로 뻐걱거렸다. 팀간 이기주의로 '공유'와 '협력'이 실종되고 중간관리자의 무력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성과분석이나 직무분석 등 현장업무, 기획업무, 지원업무 등 다양한 직무를 난이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직무분석평가지표'가 접목된 성과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팀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요청을 묵살한 탓이었다.

이로인해 백화점식 행정업무를 아무런 준비없이 마구잡이로 분장한 꼴이 되었고, '무늬만 팀제'가 꾸려졌다.

더구나 인물을 평가할 잣대가 없는 상태에서 6급 계장 위주의 팀제를 도입하는 바람에 여기에서 배제된 상당수 6급 계장들은 보직을 받지 못했고, 또 일부는 아얘 업무를 배당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5급 사무관들이나 4급 서기관들 역시 팀제의 중간관리자로서 통솔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결제라인 밖에 있는 경우는 업무진행사항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소외 된 공무원들은 갑자기 공조직 밖으로 내몰린 자신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이런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들은 성과 경쟁에 나섰고, 단순한 민원업무는 내팽게친 채 밖으로 나도는 바람에 하나의 민원으로 몇차례씩 시청을 찾아왔다가 담당 공무원의 빈자리를 확인해야 했던 민원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모든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공조직의 '팀제'를 아마추어식 마인드로 서둘러 밀어붙인 데 있었다.

이에 따라 민선 4기 익산시는 1년 만에 팀제를 해체하고 대국대과제로 회귀했으며, 팀제 도입을 위해 발주한 성과분석시스템 구축 용역비 1억원만 날린 꼴이 되었다.

그러나 이후 팀제를 주도한 이한수 시장은 '팀제'와 관련된 행정누수와 예산낭비, 혼란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아 익산시의회 등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익산일반산단 입찰 의혹 투성

"업자선정, 조작 가능성 높다"

익산시는 지난 2007년 4월 2일 '익산산단 설계용역' 업자선정 공모를 실시하고 5월 7일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용역입찰 자격요건을 완화해 무자격업체가 낙찰받도록 하는 등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샀다.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2조에 의한 공동도급계약운용요령 (회계예규) 제7조 및 제9조와, 행정자치부예규 제189호 '지방자치단체 공동도급계약 운영요령'에 따르면, 익산시가 실시한 공동도급계약방식의 '익산산단 용역'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기준은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신고 상 도시계획, 상.하수도, 토목구조, 토질 및 기초, 도로 및 공항, 교통, 조경 등 7개 분야의 면허를 소지해야 하고, 환경부문에서는 수질관리, 폐기물관리, 대기관리, 소음진동 중 하나를 선택하여 면허를 충족해야 하며,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대행자로 등록을 필하는 등 계약사항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면허.허가.신고.등록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익산시는 이를 어기고 '익산산단 설계용역' 공모요강의 참가자격 4)항 중에 '공동도급사로 공고일 현재 과학기술부에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평가 분야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신고'를 필한 전북도내 업체로 자격조건을 임의로 완화, A사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무자격업체 B사가 용역을 낙찰받게 했다.

최저가 입찰, 턴키 방식으로 전환

특히, 익산시는 완료되었던 산단 설계용역 공동도급계약을 사실상 파기하고 지난 1월 턴키사업방식으로 전환해 새로운 의혹을 불렀다.

게다가 A사는 이 같은 익산시의 방침에 따라 같은 달 15일, 당초 낙찰 받아 계약을 체결한 기본계획 설계와 실시설계 중 기본설계(16억원)만 수행하고 실시설계(19억원)를 포기하는 합의에 동의,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업계에서는 A사가 이미 낙찰을 받아 계약을 체결했고, 용역수행의 결과물만을 납품하면 되는 지위에서 법상 보장받는 권리를 쉽게 포기한 배경과, 익사시가 공동도급방식에서 턴키방식으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감추지 못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업계에 따르면, 공동도급방식은 낙찰 받은 업체가 독자적으로 용역을 수행하여 결과물을 납품하면 되지만, ‘턴키’는 설계 및 공사를 일괄 발주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익산시가 수시로 간여 할 수 있어,  업체선정에도 편법이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관련법과 계약서에는 계약의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과업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해명했다.

또, 계약업체인 (주)동호에게 19억원 규모의 실시설계를 포기하도록 요구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완주, 김제 등이 산단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익산시가 분양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자체보다 먼저 분양에 들어가야 되는데, 그 방법으로 설계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턴키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진행중인 소송과 관련해서는 "무자격자를 (주)동호의 ‘한 컨설턴트’에 참여시킨 것은 위법이지만, 지역업체들이 법상 자격요건을 모두 충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고 지역업체들을 참여시키려다보니 발생한 일이며, 법의 본래 취지상 큰 하자가 아니다"며, "소송을 제기한 B사도 같은 조건으로 전주에서 사업을 시행하는 등 그 같은 선례도 있어 이를 기조로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완주 산단, 제3섹터방식  민자로 추진.. 1석 3조

익산시의 해명에 따라 완주군의 산단조성사업 추진과정을 살펴 봤다. 그러나 완주군은 민자를 도입하고, 조성 이후의 민분양 사태에 대한 부담을 원천적으로 제거했다.

자체재원으로 산단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미분양에 따른 위험을 전면적으로 감수하고 있는 익산시의 처지와는 전혀 다른 추진상황이었다.

완주군은 지난 1월 봉동읍 장구리, 제내리 일원 320만평방미터(약 97만평)에 테크노벨리(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국내 굴지의 그룹이 주도하는 민간투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제 3섹터방식으로 시행되는 이 사업은 총 사업비 4,200억원 가운데, 산업은행이 15%, 완주군이 20%, 사업자인 한화도시개발이 65%를 투자하며, 모든 비용을 한꺼번에 투자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공사에 필요한 금액 400억원을 갖고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이 기관에서 사업의 전반을 담당한다.

특수목적 법인에는 완주군과 산업은행, 한화도시개발 관계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며, 이 3개 기관은 우선 특수법인 설립에 필요한 기초자금 400억원의 15%, 20%, 65%를 각각 투자하게 된다.

나머지 사업비는 사업의 진척도에 따라 비용별로 투자하게 되며, 한화도시개발은 제반 행정절차를 밟고 착공에 들어가면서 산업용지와 주택용지를 선 분양해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으로, 완주군은 최소의 자금을 투입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 하면서 용지의 미분양에 따른 손실 부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1석3조의 여건을 마련했다.

완주군은 지난 2006년 7월 산업단지 타당성조사 용역을 마치고, 2007년 10월 민간사업자 공모절차를 이행해 대덕연구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한 바 있는 한화도시개발을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으며, 현재는 개발계획(기본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다.

재원 및 투자계획을 보면, 총 사업비 4,200억원 가운데, 완주군은 2009년가지 81억원만 투자하면 되고, 국.도비 580억원과 민자 3,539억원이 2012년까지 투자된다.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유상공급면적인 산업. 물류. 지원 등 산업용지가 160만평방미터, 주거용지가 32만평방미터, 지원시설용지가 17만평방미터, 공공용지가 2만5천평방미터 등으로 나타났으며, 무상공급면적인 폐기물처리장. 폐수처리장. 공원. 녹지. 도로 등 공공용지는 111만평방미터로 나타났다.

이 같은 테크노벨리 조성사업은 유치예상업종에서도 익산시와 유사한데, 익산시는 279만평방미터에 투입될 지방산단 총 사업비 2,554억원 가운데 국비 271억원 외에 2,283억원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특히, 익산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444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인데, 이 같은 부채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수익금을 1,139억으로 예상하고 있어, 장기 미분양사태에 직면 할 경우 직접적인 손실 뿐만 아니라 특화 사업인 종합의료산단 조성사업 등 공기업 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내에서 유사한 산단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김제와 정읍 역시 토지개발공사에 사업을 위탁하는 등 자치단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사업시행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주변상황은 익산시의 사업추진이 무모하다는 것을 백일하에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의 산단조성사업 추진 방식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최저가입찰방식 돌연 '턴키'로 변경
혈세 638억여원 낭비, "왜 그랬나"
부정부패 담합의 온상 턴키 입찰제

더욱 문제는 익산시가 익산산단 조성사업을 최저가 입찰에서 턴키 방식으로 변경하는 순간, 수백억원대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점이다.

또, 턴키 입찰제도가 부정부패와 공사.업체간 담합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익산시가 최저가 입찰에서 턴키방식으로 입찰 방식을 변경한 행정행위는 결코 심상찮은 일이다.

익산시는 턴키방식으로 익산산단조성사업을 발주하면서 설계금액(1천725억5천만원)의 94%인 1천622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입찰 방식을 변경하지 않고 당초 대로 통상 설계금액의 63%대인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공사를 발주했다면, 1천87억원에 계약을 체결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익산시는 계약 방식을 변경하면서 638억4천만원 가량의 혈세를 낭비한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가 계약방식을 변경한 이유는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선택했어야 하는 타당성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얼마 전에 불거진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티니 건립공사'의 턴키 입찰 비리 사례는 익산시의 돌연한 계약방식 변경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많다.

경찰에 따르면 파주시청 공무원은 지난 5월 말 K건설 측에 평가위원 후보자 918명의 명단을 넘겨준 대가로 3차례에 걸쳐 총 8,000만원을 수수하고, 수차례의 술접대를 받아왔으며, 평가위원 2명은 각각 4만달러와 2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K건설은 이렇게 넘겨받은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을 통해 학연과 지연을 따져 평가위원별로 담당자를 지정한 뒤 술과 골프 접대 등을 통해 관리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D건설이 교하신도시와 별도로 다른 공사를 따내기 위해 조달청 직원과 LH공사 직원, 교수, 영관급 장교 등 유력한 평가위원 후보자 25명에게 2~3년간 향응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사실도 밝혀냈다.

이 가운데 평가위원 후보자와 D건설 영업과장 등 총 15명을 뇌물수수와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고, 현역 군인은 군 수사기관에 이첩된 상태다.

총괄부서, 기술검토의견서 작성 논란
공개경쟁, 공정성. 공신력 훼손 지적

이런 가운데 익산시 총괄부서에서는 지난해 11월 초 미리 작성된 검토서(평가서)를 직렬별 각부서 전문직공무원들에게 배포, 기술검토 수행자들의 독자적인 평가권을 침해하는 등 기술검토의견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공산이 높다는 의혹을 초래했다.

특히, 10명의 부문별(단지계획, 도로, 구조, 상.하수도, 토질, 토목, 조경, 기계, 전기, 환경) 기술검토자들에게 배포된 총괄부서의 검토서 검토의견에는 특정업체의 설계서가 입찰안내 충족 면에서 3개 업체 가운데 가장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 등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총괄부서 담당자가 공개경쟁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익산 산단 조성사업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일각에서는, 익산시의 산단 설계기술검토는 전문직공무원들의 고유권한으로 총괄부서에서 미리 작성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총괄부서가 미리 작성한 검토서를 기술검토를 수행하는 부문별 전문직공무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불공정한 행위이며, 특정업체와의 결탁의혹 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업체에서 납품된 설계서는 분량 면에서 2백 쪽으로 수주전에 참여한 3개업체의 설계서는 총 600쪽 인데다, 설계 기술 분야가 10개 전문 영역인 것을 감안하면 총 30개 영역인데, 이같이 방대한 양의 설계서를 총괄부서 담당자가 납품일로부터 불과 6일 만에 검토하여 검토서를 작성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총괄부서 담당자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10개 항목의 전문 기술부문 설계서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따라서, 특정업체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설계전문 업체가 총괄부서의 검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산시 산단 조성사업 관계자는 "검토서를 특정업체에서 작성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직접 작성했다.

당초 일정상 11월 18일까지 각 직렬별 검토자들로부터 검토의견서를 제출받았어야 했는데 차질이 우려됐다.

사전에 평가서 양식과 예시 문을 업체에서 납품한 설계서와 함께 검토자들에게 줬는데, 같은 날 3개 분야의 검토자들만 검토의견서를 가져오는 등 대부분 기술검토자들이 검토의견서 작성방법을 몰라 일정의 차질이 우려돼 자체에서 작성한 검토서 1-2쪽을 작성방법 설명을 위해 샘플로 배포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담당자는 또, "기술검토자들이 대부분 출장이 잦고, 이 같은 기술검토의견 수행요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데다, 시간이 없어 자체적으로 별도의 검토서를 작성한 것이다"고 밝혔다.

담당 공무원, 말 바꾸기로 본질 흐려
특정업체 기술우위 조작 가능성 높아

지난해 11월 26일 익산산업단지조성 사업자 선정을 추진(총괄)하는 부서의 담당직원은 핵심 쟁점사항에 대한 직답을 회피하고 말 바꾸기로 일관하면서 본질을 흐렸다.

산단 조성사업 수주전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익산시의 불공정거래행위로 문제를 삼는 쟁점은 3가지로 압축된다.

10명의 각 부문별 전문직 공무원들의 설계도서 검토 과정에서 추진부서가 사전에 작성된 평가서(검토서)를 배포해 기술검토자들의 검토의견을 왜곡했다는 점, 평가서의 존재 유무, 같은 평가서가 특정업체에서 작성되었을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추진부서의 담당직원은 "기술검토자들에게 평가서를 미리 배포한 사실이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가, "기술검토자들이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몰라 산단 사업자선정 평가 일정에 차질이 우려 되어 자체적으로 작성한 평가서를 참고자료로 배부한 것이다"고 말을 바꿨다.

담당직원은 또, 처음에는 "있지도 않은 평가서를 어떻게 배포할 수 있느냐"고 발뺌했다가 "기술검토자들이 출장이 잦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일정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 11월 12일 업체들의 설계서가 납품된 직후부터 21일까지 자체적으로 검토서를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담당직원이 답변한 자체 검토서 작성기간은 설득력을 잃고 자가당착의 일단으로 포착된다.

산단조성사업 추진부서는 11월 24일로 예정된 민간기술위원회에 제출할 전문직공무원들의 검토보고서를 21일까지 마무리해야 했고, 이를 위해 18일까지 전문직공무원들로부터 검토의견을 받아야 했지만, 이날 3개분야의 전문직공무원들만이 검토보고서를 내는 등 일정의 차질이 우려되자 자체적으로 작성한 검토서를 각 분야별로 배포했다는 답변과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방대한 분량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10개 분야(단지계획, 도로, 구조, 상.하수도, 토질, 토목, 조경, 기계, 전기, 환경)의 설계 도서를 토목직 공무원인 담당직원이 6일만에 검토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담당직원은 "자체적으로 작성한 검토서는 업체들이 납품한 설계서가 입찰안내서를 충족했는지를 단순하게 비교. 검토한 것"이라고 말 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강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한 목소리이다.

납품된 설계도서는 한 업체당 약 30억원씩을 들여 작성한 것으로, 이 같은 설계용역을 수행하는 설계업체들의 기술력은 대동소이하고, 입찰안내서를 충족시키는데 기술력을 집중시키기 때문에 통상 그 결과물의 차이는 극미한 것이 현실인데, 추진부서에서 전문직공무원들에게 배포한 검토서는 특정업체가 일방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나머지 두 개의 업체의 설계도서의 경우 상당히 흠결이 많은 것으로 검토의견을 달고 있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컨소시엄의 설계업체가 검토서를 사전에 작성해 추진부서에 제출, 문제를 출제하고 답안을 작성한 격이다"는 일부 업체의 의혹제기에 무게를 실어주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게다가, 설계도서 검토의견 작성은 전문직 공무원들의 고유권한으로, 추진부서는 이를 취합해 기술위원회에 제출하면 되는데, 사전에 자체적인 검토서를 준비한 것은 전문직공무원들의 검토의견을 취합, 검토보고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을 조작하려는 저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제기에도 추진부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검토보고서는 기술위원회의 질문지 작성의 기초자료라는 점에서, 설계평가 결과를 좌우한다. 12월 1일 열릴 토론회에서는 평가위원들과 기술위원, 각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술위원들이 기술검토결과보고서를 기초로 적출한 질문지에 따라 각 업체에 질문하고 답변하는 것을 평가위원들이 청취하면서 배점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