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의 태동, 1979년 12ㆍ12쿠데타로 철권 군부정권 탄생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 정권 말 부산 마산지역에서 시민 학생들이 궐기하여 유신독재 반대를 주장하다 공수부대가 투입된 진압작전으로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부상한 이 사건은 곧 정치권의 중요한 쟁점이 되어 1979.10.26일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경호실장이 부마사태 해결방법을 놓고 연회석에서 대통령과 논쟁하다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국 혼란을 틈타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인 전두환 보안사령관 등 하나회세력이 1979.12.12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다.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을 확대하자 전국적인 저항과 광주 시민들이 궐기,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자 군부세력이 1980. 5.18일을 전후 광주시민들을 강경 진압하여 시민을 대량 학살하면서 군부독재를 확고히 하였다.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구현'과 '의식 개혁', '선진 조국창조'를 부르짖으며, 1980년 말 언론사를 통폐합하고 언론 기본법을 만들어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노동관계법, 국가 보안법 등을 개악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5공 정권에 대한 반감은 더욱 깊어져 각 분야에서 저항과 구속이 이어지면서, 1985년 3월 노동자·농민·청년·언론 등 사회 각 분야 총망라된 25개의 재야 민주화 운동단체들이 연합하여 발족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을 결성하여 군사독재정권퇴진과 민주헌법쟁취 서명운동을 확산시킨다.

정치권에서는 김영삼씨가 죽음을 각오한 23일간의 단식과 미국 망명 2년여 만에 85년 2월 김대중씨가 귀국하여 민주화 세력이 결집, 전두환 정권과의 일전 불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86.3.30일 군사독재 퇴진 함성이 전국을 휩쓸며 광주에서만도 40만 명이 운집하는 등 민통련 간부 회원 청년 학생 등 58명이 구속되거나 수배되고 노동자, 학생, 농민들의 분신이 이어졌다.  

학생 등 엘리트 계층의 운동권 출신들이 직접 노동. 농민 생산 현장 속으로 들어가 연대 활동을 본격화 하는 가운데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활동하던 권인숙은 1986년  6월 부천 경찰서에서 ‘5ㆍ3 인천사태’ 관련 수배자 소재지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담당 형사가 성고문을 한 사실을 언론과 여성단체에 알리고 담당형사와 사건 관련 경찰 6명을 독직, 폭행 및 가혹행위로 고소, 고발하는 등 정권의 부도덕성을 들춰 내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그렇게 해를 넘기고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터졌다.
박종철은 반정부운동을 하던 친구의 행방을 대라는 남영동 대공분실 수사관들의 요구에 불응하며 물고문을 받다가 목숨을 잃었다.

사망 다음 날 치안본부장은 박종철의 사망 원인을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받던 중 책상을 '탁' 치니 박종철이 '억!'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하였다."고 발표하여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망 경위 발표로 정국은 중대 고비를 맞았다. 5월 18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경찰에 의해 축소 은폐되었음을 폭로하면서 국민들은 전두환 정권에 크게 분노하였고,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 각지에서 자주 일어났다 

공화당 레이건 정권하에 미국이 지원하는 남미 군부정권의 잇단 몰락과  필리핀에서 민중혁명이 일어나 마르코스독재 체재가 무너져 86년 2월 마르코스가 하와이로 망명하고 이어 아키노가 정권을 잡는다. 레이건 행정부는 한국에서도 전두환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점차 가열되어 동북아의 보수적인 지배구조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보수대연합’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레이건 집권 2기의 제3세계 정책인 친미(親美)의 범위 내에서 ‘민주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신 개입주의의 한국적 적용이었다.
그리하여 슐츠, 시거, 솔라즈 등 미 국무부의 고위관리들이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여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수대연합’을 권하였다. 미국의 보수대연합 정책은 6월 민주항쟁 시기에 긴박하게 추진되었으나 ‘국민적 반대에 의해 와해’되고 말았다. 보수대연합 구도가 물 건너간 후 전두환 정권은 자신의 사조직인 하나회에 의한 영구 집권을 꾀하였다.
전두환 대통령은 후계자로 노태우 민정당 대표를 택하였다.

87년 4ㆍ13 호헌 조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열망에 찬물
국민들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 하면서 시위를 했는데, 전두환 대통령은 이를 일축하면서 1987년 4월 13일, 선거인단에서 대통령을 뽑는 간접 선거제를 그대로 수호한다는 호헌 조치를 선언한다.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 등 각계 인사들은 4·13 호헌 조치를 비판하는 시국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전두환 정권의 4ㆍ13 호헌 조치는 각계의 시국성명과 농성시위 등을 촉발시켰다. 그러던 중 5월 18일 카톨릭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조작되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되면서 대대적인 반정부 투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5월 들어서 대학생들이 ‘호헌철폐와 민주개헌쟁취를 위한 서울지역학생협의회’를 결성하여  6ㆍ10 대회를 준비한다.

건국 후 최대 반독재 연합,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결성
1987.5.27.민통련과 김대중씨와 김영삼씨가 연합한  통일민주당이 주축이 되어 각 사회운동 세력과 종교계, 학생운동 조직 등이 광범위하게 연합하여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한다. 국민운동본부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분산적으로 싸워오던 모든 부문의 조직적인 운동세력이 함께 참여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반독재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민주화 세력을 결집시켜 6월 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국민운동본부’는 박종철 고문치사를 규탄하고, 호헌 철폐를 요구하는 국민 대회를 6월 10일 대규모로 열기로 결정했다. 민주화운동의 목표는 민족통일과 민중적 경제 질서의 확립을 가능케 하는 민족 민주정부 수림과 한국 민중경제를 압살하고 광주민중학살을 주도한  전두환 군사독재의 장기집권 음모를 분쇄하고 민중들에게 민중권력 창출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 이었다

전 민중적 항거로 군부독재 철권통치 분쇄   1987년 6월 9일, 1,000여 명의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6·10국민평화대행진’을 하루 앞두고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연세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한열이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맞고 사망하였다.

이 사건은 1987년 5월 18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직후에 발생한 일이어서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6월 10일은 민정당 대통령후보지명대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국민운동본부는 ‘6·10 국민평화대행진 행동 요강’을 발표한다. ▷ 오후 6시 국기 하강식을 기하여 전 국민은 있는 자리에서 애국가를 제창한다. ▷애국가가 끝난 후 자동차는 경적을 울린다. ▷전국 사찰, 성당, 교회는 타종을 한다. ▷전 국민은 비폭력으로 저항한다.  
6월 10일 마침내 ‘박종철군 고문살인 및 은폐 규탄 호헌철폐 국민대회’가 전국 17개 도시 및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6월 10일 민정당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에서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12시가 되자 성공회 대성당 종탑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국민운동본부가 성명서를 낭독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온 국민의 이름으로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이 무효임을 선언한다.” 6시가 되자 '호헌 철폐', '독재타도', 거대한 함성이 도심을 울리고 차들은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6.10국민대회는 전국 22개 지역에서 24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로 발전하였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가 격화되면서 전국에서 3,831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날 저녁 명동성당에서는 8백여명의 학생과 시민들의 농성 투쟁이 이어졌다. 6월 15일 대규모 시위에 이어6월 18일에는 전국에서 150만 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 국민운동본부에 성금과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

경찰을 통한 강경진압에도 시위가 가라앉지 않고 거세어지자, 6월 21일 민정당은 비상총회를 소집하고 대통령 직선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전두환대통령과 김영삼총재가 만나 직선제, 국민투표 도입방안을 논의했으나 회담은 결렬되었다.
6월 26일 시위는 전국 33개도시 등에서 180만 명이 참가하였고, 전국에서 3,467명이 연행되었다.

6월 10일 이후 약 17일 동안 전국에서 모두 2,145회의 시위가 발생하였고, 35만 발의 최루탄이 발사되었다고 한다. 이런 국민들의 거대한 힘에 놀란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민정당 대표는  직선제 개헌, 김대중 사면·복권 등 8개항의 시국수습을 위한 특별선언을 발표(6·29 선언)한다.
‘국민운동본부’는 즉각적인개헌작업 착수와 양심수 전원석방 및 수배해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 했다. 이후 제6공화국 새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거쳐 1987년 10월,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이 이루어졌다.   

대통령 직선제 외에 성과가 없었다는 실망과 뒤이어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양김세력의 분열로 항쟁에 참여한 국민을 배신한 과오가 있지만, 6월 항쟁은  유신독재와 1980년 이후 축적된 민주세력과 시민의 역량으로 군부독재의 철권통치를 분쇄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존중되는 새로운 역사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6월 항쟁을 계기로 이 땅에는 각계각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들이 출현하여 환경, 인권, 경제정의, 정치개혁, 부패청산, 교육개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였고, 반외세자주화와 통일운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