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대 교수 124인의 시국선언은 한국정치계에 있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이후 초유의 일이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사죄를 요청하고 "소통과 연대"를 강조했다. 이들의 선언은 다름 아닌 이미 전두환 독재시절 외치던 인간의 기본권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사법권의 독립, 대운하 정책 철회, 대북정책 수정, 노동기본권의 보장 등을 요구하는 독재시절에 있었던 구호들과 함께한 등장이다. 이날 시국선언으로, 이명박 정부는 과거를 답습한 정치보복의 행태, 소외계층 외면 등을 동반하며 기본권 마저 말살해 가는 민주주의의 역행자로 낙인이 된 것이다.
한 국가의 정치와 민생과 경제 문화 등이 리더에 의해 변화와 변혁을 달리하는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교수들이 지적한 것은, 정치노선의 차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기본권 존중과 민주적 원칙의 실천'이다. 이날의 비판이 한낮 이명박 정부에 국한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를 낳게 만든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형태로 파고드는 숙고로 이어져야 한다.
경제불황과 소득격차, 교육격차, 사회의 양극화, 보수와 진영의 대립, 정당간의 분파, 당내 갈등 등 수 많은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 곧 이명박 정부를 낳게 만들었다. 현실적 성찰도 필요한 때이다.
현 사회의 리더층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을 이끄는 담론을 추동하는 우리 모두의 시국선언이어야 한다. 학계만이 아닌 정치계에서도 문화계에서도, 시민사회계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자신의 시국선언이 있어야만 한다. 사회와 조직 구성원들은 하나의 세포로 연계되어진 유기체라는 점이 사회통합의 슬로건이 되어야 한다.
사회 전반의 국민적 연대와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복원되어져야 한다. '국민정치'가 대안이다. 권력의 힘이 아래로부터 나올 때 공동체의 "소통과 연대"가 가능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뒤이어 나온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명박 정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탈했던 길 위로 되돌아가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의 시국선언이 국론 분열과 집단간의 반목이 아니라 과거의 성찰을 통한 배려와 화해를 이끌어 이 나라 가득 팽배한 불신을 씻어내는 성수가 되기를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