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출자유지역으로서, 보석, 섬유,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풍요를 향유했던 익산이 심각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익산 경제계의 허브 역할을 관장하는 익산상공회의소 박헌재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예리한 통찰력을 토대로 확신에 찬 익산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혜안이 희망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고가. 고품질 추세 회귀 러시“익산에는 3대 비전이 있다”. "익산이 가져야 할 미래의 3대 산업의 희망 그것은 과거 풍요를 향유했던 섬유산업, 기계산업, 귀금속 산업입니다" 익산상공회의소 박헌재 부회장은 거침없이 익산이 집중해야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의외의 해법이었다.
사양산업이면서 극한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섬유와 기계산업에 대한 박 부회장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박 부회장은 우선,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으로 넘어갔던 업종의 주자들이 익산으로 컴백 러시를 이루고 있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중국에서의 저품질과 저가로 승부를 걸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고품질과 고가로 전환하고 있는 새로운 산업풍토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전 국민이 입던 '붉은악마 티셔츠'의 80%를 익산에서 염색하였다고 전했다. 익산의 염색이 전국에서 최고로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 된 셈이다. 그 이유는 바로 화강암층에서 나오는 물에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물이 좋기 때문에 전국의 염색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고, 섬유산업이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커다란 시금석이라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또, "포크 나이프 등 기계산업 역시 단순노동에 사람이 많이 필요한 산업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장점을 안고 있다"고 설파했다. 지금은 힘들어 하지만 기계산업이 익산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변해야 기업이 온다
박헌재 부회장은 외지 기업인들이 익산에서 정착하는데 가장 큰 어려운 점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융통성이 없는 자치단체의 행정'을 꼽았다. 사업장 개설에 관한 인허가에 6개월이 걸리는 데, 타 시군과 비교할 때 행정 처리기한이 너무 동떨어지고 허가 규정 등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원스톱 행정과 1일 행정이 말뿐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지는 행정체제의 개편이 절실하다"고 지적하였다. 익산은 남양자재, 한솔홈데코, 동양실리콘 등 좋은 회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는 회사가 나타나는 것은 노사의 양보력이 부족한데 기인한다는 게 박부회장의 지론이다.노사문제 해법으로 가장 먼저 염두에 둘 해법은 "근로자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못지 않게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는 명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게 한 근본적인 문제는 잘못된 정부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전북기계공고 우수인력 왜 강성 노조로 내모나
대표적인 예로 국립으로 설립된 전북기계공업고등학교에는 중학교에서 1, 2등을 다투던 학생들이 입학해서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각 기업체에 채용된다. 그러나 입사 후 현실은 업체 관리자들이 그들을 하수인으로 취급하다보니 권리를 찾게 되고 현장 밖으로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국립기계공업고등학교 출신이 강성의 노동자로 나서게 되는 것은 정부 정책이 기술인력양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부회장은 노사문제에 해법으로 타협과 화합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 도요타 회사의 경우 어려울 때 노동자들이 10년 분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였고, 회사는 경기 회복 후 이를 다시 보전하는 방법으로 회사를 살렸다"면서 상호 존중하는 지혜를 통한 현실 대처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박부회장은 문을 닫고 있는 동양실리콘 회사의 제품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박 부회장은 귀금속 산업에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 동시에 그는, "익산의 귀금속 산업에 있어 가장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실질적인 다이아몬드 가공 기술자가 1명도 없다는 것이다"며 탄식했다.
그는 또, "현재의 귀금속 판매센터의 판매환경 변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판매센터는 판매점 내 상담소가 없어 헐값 경쟁을 유발하게 되므로 상담시설을 구비하여 고가제품 판매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귀금속 산업,보증신뢰제도가 관건
그는 "가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고가제품을 사려면 익산으로 모이도록 동기를 유발하여야 한다"고 활로 모색 방안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이와 함께, 귀금속 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보증제도'를 꼽았다.
익산시와 귀금속조합의 공신력있는 품질보증을 통해 서울이나 부산 대구보다 익산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력과 신용이 익산 귀금속 산업을 번창케 하는 1등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는 귀금속 엑스포 유치 등 연례적인 외부적 홍보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다급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고부가가치 산업 양성화 절실
박 부회장은 익산의 니트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대한 양성화를 산업구조개편의 첫 번째 과제로 들었다. 익산은 섬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니트산업을 유치한 만큼, 대구가 7천억원을 들여 '밀라노 프로젝트'를 유치했듯이 익산 역시 이와 같은 정책적 지원과 프로젝트를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특히, "패션개발 시 소량의 실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롯시스템과 같은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방법론을 제시했다. 과거의 쌍방울, 백양, 태창과 같은 회사를 살려 종류에 따르는 다양한 실을 개발해 내어 섬유산업을 살리는 것이 익산의 향후 비전이라는게 박 부회장의 지론이다. /오삼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