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이 군부독재와 수십 년 싸워 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군부독재가 물러나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형성 된다.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로 권력이 개편되어 노태우정권이 탄생했다.

노태우 정권 아래서도 공안통치의 장벽은 만만찮아 저항과 구속, 연행이 계속되지만, 전두환 정권에 비하여 통제력이 느슨해진 가운데 그 동안 국민들의 억눌렸던 주장과 요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후 계속된 민선 정부 아래서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하여 지방분권화를 실시하고, 금융실명제 도입, 남북관계완화, 언론 자유화로 보수일색의 언론에서 중도나 진보를 대변하는 언론이 등장하고, 주민소환제 도입,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보스정치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는 등 국가적, 형식적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는 민주화가 많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내용적 민주주의는 상황이 달랐다.

토호세력화 된 지방의원견제기능상실. 기득권세력과 유착
수십 년 동안 비민주적인 독재정권은 중앙집권 체제를 견고히 구축하여, 모든 자원을 서울과 수도권,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고, 다른 지역은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말살하였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운동 결과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하게 된다.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질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첫 기초·광역 의원 선거가 실시되었고, 전면적인 지방자치는 김영삼 정권 하에 1995.6.27실시된 4대 지방선거(기초의회, 광역의회,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에서 비로소 시작 된다.

지방자치의 전면 실시로 지방분권화가 가속화되고,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향상되면서 지방의회의 권한과 위상, 역할도 높아졌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정치, 행정,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지역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등 민주정치 실현을 목표로 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시책 및 의사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그 정책이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적합하게 집행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권한과 단체장의 독주를 막고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통로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해야 진정한 지방자치를 만든다.

그러나 지방자치 18년의 결과, 초기에는 단체장의 전횡을 성실히 견제·감시하는 지방의원들도 적지 않았으나, 차츰 의회 견제능력 상실, 각종 부정부패, 이권 개입 사건으로 ‘지방의원이 토호세력’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한편 민선 자치단체장 선출로 ‘행정문턱이 낮아지고 장기적 정책 추진이 가능한’ 긍정적 면이 있으나, 선심성 예산 남발, 금권 선거가 횡행하여 민주주의적인 지방자치가 자리 잡는 데 실패하였다.

특히 영남과 호남에서 공통적인 현상은 민주화 이후 22년 이상 거의 모든 선출직들이 지역주의와 결합된 1인 독식 정당체제로 특정 당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현실이다.

특정 정당은 영호남 각각의 거점지역에서 지방정부, 지방의회를 수적으로 장악하고, 각 정당이 내세우는 구호나 이념과 상관없이 기업, 토호세력, 언론 등과 한 통속이 되어 완전히 기득권 세력화 되었다.

이들은 그 누구의 견제도 없이 지역사회의 지배 구조를 장악하여 예산을 좌우하고 개발지상주의를 부추겨 한몫씩 챙기나, 어떤 개발 사업을 해도 지역 경제나 서민가계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시민들이 폭압적 정권에 수십 년 동안 항거하여 쟁취한 국가적 민주주의 제도인 지방자치제, 지방분권의 혜택이 대다수 시민이 아닌 소수 기득권세력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6.29 이후 여러 민간정부를 거쳐 점차 언론의 자유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최근, 조 중 동 신문이 75% 이상 신문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지상파 방송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 때문에 수개월동안 여야 대치 상태고, 방송 3사 포함 대부분의 언론들은 방송법 개정을 반대하여 총 파업을 하였다.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로 다수 국민들도 방송법개정에 반대다. 중앙권력의 국정운영은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진 언론에 의해 정권에 상관없이 성역 없이 비판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조 중 동 포함 진보 보수를 망라한 거의 모든 언론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권력의 권력남용이나 부당행정에 대하여 너무나 관대하다.지방권력은 거의 모든 언론으로부터 완전 여론 독과점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방 시민들은 미디어 민주주의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홍보비를 무기로 언론을 길들이고, 지방(중앙)언론들이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보도를 하는 한 지방권력의 부패와 부당한 행정행위는 서슴없이 계속 될것이다.  

군부독재는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했던 법적 절차를 일상적으로 무시하고 공안, 정보, 치안기구를 중심으로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여 노동운동을 억압하였다. 6월 항쟁기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노동현장에서도 폭발했는데 당시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및 민주노조 보장’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노동기본권이었다.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독재를 막아내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았다는 자부심을 가진 노동자들은 그해 7월과 8월 노동자 대투쟁을 통하여 경제민주화의 요구를 분출하기 시작하였다.

군사정권의 비호아래 성장한 독점재벌에 대한 저항과 민주노조 인정, 저임금 개선 요구 등을 놓고 대파업을 하여 그 해 11월 노동법 개정으로 노동 조건이 일부 완화되기도 했으나 이후 10여 년간 노동의 민주화는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 

정치와 시민사회 일반적인 민주화의 진전과는 무관하게 노동계에 대한 탄압은   계속 이어졌고, 시민사회도 노동탄압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관대했다. 김영삼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인 노동시장 유연화를 관철시키려고 하였으나 노동계는 총파업으로 맞서 무력화 시킨다.

1997년 3월 노동법 재개정으로 노동계는 민주노조 합법화 등 최소한의 민주적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그러나 1997년 IMF로 인하여 87년 6월 항쟁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대는 10년 만에 경제위기에 의해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게 되었다.

IMF외환위기를 계기로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된다. 군부독재가 끝난 이후에도 민선 정부의 노동탄압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정부는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신자유주의 체제를 전면 도입하여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다시 축소가 되었다.

80년대 군사정권의 억압 아래서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노동자들은 민주세력들이 지지한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조차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거나 희생양이 된다.

거기다 한미 FTA 국회 비준 등  더욱더 신자유주의가 강화되어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노동자 해고로 인한 노동 조건 악화, 비정규직 노동자의 폭발적인 증가,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빈곤층의 생존권이 취약한 사회안전망 때문에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음에도 노동운동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제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권들의 인식으로 거의 고착화되었다.

12년 전에 비하여 오히려 경제적 민주주의가 후퇴 하고 있는 것이다. 6월 항쟁의 민주화 열기는 농업부문에도 불어 닥쳐 단위조합장을 농민조합원의 손으로 직접 뽑고, 중앙회장은 조합장들의 총회에서 선출하는 직선제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노령화된 농민들은 조합장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하고 나면 그뿐 실질적인 조합 운영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한다. 농협이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아 금융 사업에 만 치중하고 원래목적인 농민들의 안전한 생산과 판매망 확보는 소홀히 하는 등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 농협직원을 위한 농협으로 되었다.

역대 민선 회장들은 농민은 안중에도 없이 정부 및 정치권과 결탁하여 모조리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등 농협중앙회가 복마전으로 전락되어 직선제라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쓰고 내용은 전혀 없는 박제화 된 민주주의로 전락했다. 

농업생산부문 역시 신자유주의 체제 적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인한 전면 수입개방정책 등으로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 경제적 민주주의가 요원하다. /이금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