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효율 둘 다 잡으며 올바른 방향성 제시

익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구 익산의제21)와 익산시가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위한 시민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행정이 적극적으로 응답했다는 점에서 원탁회의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6시 30분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시민 100인 원탁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참여자들은 늦은 밤까지 3시간여 진행된 회의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기색 없이 만족감을 표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석하고 싶다”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주제 선정에서부터 발제, 모둠 토론, 전체 토론, 정책 우선순위 결정을 위한 직접 투표, 회의 진행 등 전 과정이 체계적인 계획 하에 진행됐고, 익산시 행정이 즉각적인 정책 반영을 약속하면서 충분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평가다.

익산시는 그동안 교육, 청년, 일자리,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원탁토론회를 개최해 왔다. 거버넌스 일환으로 그 시도 자체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참여 시민들에게 정책 반영이라는 피드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반쪽짜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상존했다.

근본적 담론이나 고민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돼 단순 민원해결 의견이 반복되거나 주위의 요구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고, 공무원들이 동원돼 자리를 차지하면서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정책 결정권자와 정치인들이 축사만 하고 자리를 뜨면서 눈총을 받았고, 모둠별 토론 결과 발표가 시간에 쫓겨 일부에 국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원탁회의가 시민의견 수렴 및 정책 반영이라는 거버넌스의 취지를 뒤로 하고 이벤트성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았다.

하지만 이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마련된 원탁회의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내 숙의형 토론 분야 권위자로 손꼽히는 코리아스픽스 이병덕 대표가 진행을 맡아 유려한 말솜씨로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줬다. 그는 사전 토론규칙 설명과 계획성 있는 시간 배분을 통해 효율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었다.

모둠별로 배치된 퍼실리테이터(토론촉진자)들은 토론을 이끌며 각 주제별 의견을 정리했다. 정리된 의견은 온라인으로 취합됐고, 전문분석팀이 이를 주제별로 분류해 실시간으로 메인무대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의식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확인되면서 적절한 긴장감이 유지됐다.

또 주제별로 분류된 모둠별 참여자들은 각 모둠의 의견을 토대로 상호토론을 진행했다. 정책과 의견뿐만 아니라 이를 선택한 동기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졌고,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다른 참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진행됐다. 상호 상충된 의견에 대해서는 진행자의 통제 하에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투표에는 최첨단 장비가 투입됐다. 개인별로 주어진 전자투표기는 흥미와 효율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익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하춘자 상임대표는 “잘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이 더 오래가고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3시간여를 함께한 이병덕 대표와 퍼실리테이터들,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행정이 정책을 수립하면 실질적으로 이를 행하는 것은 시민 여러분들”이라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처럼, 익산시와 지역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보다 좋은 익산시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정헌율 시장은 “오늘 아침에 환경친화도시 관련 정책을 발표했는데, 환경과 성장은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어느 하나를 강조하면 다른 하나는 희생해야 하는 관계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성장이 조금 더디더라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살필 때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환경예산을 30% 증액할 예정”이라며 “실제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나오는 의견 중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소중하게 다듬어서 예산으로 반영하고 시책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