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훈 익산시 복지정책과 맞춤형복지지원계장

파란 가을 하늘에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다. 갈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며 햇살이 몸에 휘감겨 온다.

소라자연생태공원을 산책하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마냥 가볍고 경쾌하다. 소나무 숲 속의 군데군데 평상에서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장기두기와 여담을 즐기고 있다.

익산시내 도심 한복판에 우거진 숲속에서 자연과 함께 노닐기 안성맞춤의 날씨이다.

이 산 지명인 소라는 순수 우리말이다.

영등1동쪽 소라산 내에 송전내(松田內)라는 마을이 있었다. 순수 우리말은 솔밭안이다. 소리 나는 대로 부르다 보니까 소라단이 된 셈이다.

마치 이리(裡里)를 우리말 솜리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산 주변에는 소라 이름을 딴 소라연탄, 소라골, 소라아파트, 소라산음악학원 등 정겨운 간판이 자리하고 있다.

소라산은 영등1동을 비롯하여 남중동, 신동 일원에 걸쳐서 분포하고 있다. 전체면적 208,428㎡ 중 임야가 110,099㎡(52.8%)로 가장 많다.

그 외 밭, 논, 공원, 대지, 도로, 잡종지, 유지, 공원, 학교용지 등 순이다. 소유자별 토지현황은 사유지 185,673㎡(89.1%)와 국·공유지가 22,755㎡(10.9%)를 차지하고 있다. 수목은 소나무가 으뜸이고, 잣나무, 곰솔, 활엽수, 침엽수림 등 각종 나무들이 분포하고 있다.

지형은 비교적 완만하고 최대표고가 30m, 최저표고 10m로서 구릉성 지대이다.

소라산 주변 행정 연혁은 익산군 북일면(신리, 소영등리, 신성리, 영등리)에 속해 있다가 1974년에 이리시 북일동으로 편입되었다.

1996년에 북일동이 영등동과 어양동으로 분동되었다. 또, 2003년에 영등동이 영등1동과 영등2동으로 나뉘어졌다.

신동은 1974에 익산군 북일면에서 이리시 북일동에 편입된 후, 1990년에 신동으로 분동되었다.

남중동은 이리시 동(洞)제 실시에 따라서 1946년에 개칭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이리시는 1995년에 익산시로 통합되었다.

소라산은 1990년대 영등택지개발이 되기 전까지는 이리시의 변방이었다. 그 한복판에는 예나 지금이나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이 산 노른자 땅은 나주 정씨 종중산이다. 조선 정조 무렵부터 200여년의 세거지로서 제실과 묘지, 비석이 즐비하다.

윤흥길 작가의 1950년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라단 가는 길」과 「땔감」의 무대이기도 하다.

소라산체육공원 옆 나주 정씨 선산이 초·중·고등학교 소풍 장소로도 유명했다. 주민들이 소라산 산림감시소의 눈초리를 피하여 땔감을 구하기 위한 곳이기도 했다.

이리시 예비군훈련장과 헬기장이 있었고, 지금도 예비군회관 건물이 남아있다.

옛 전라북도종축장 자리에는 남성고등학교가 1980년에 이전을 시작으로 남성학원 중·고등학교가 둥지를 틀었다. 그 종축장은 김제시 백산면으로 이전해 갔다.

영등동 황토밭에서 경작한 영등고구마가 한때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긴 능성이’란 영등(永登)의 유래지이기도 하다. 1977년 이리역폭발사고 때 이재민 수용소가 신동 신기마을 주변에 설치되었다.

2015년 소라산자연마당이 영등1동에 55,000㎡가 조성되었다. 시민들이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산책하는 공간이자 영유아들의 생태학습체험장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9년에는 주민들이 마을복지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제2회 영등1동 소라산 마을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익산시는 2020년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소라산에 민간개발방식을 도입하여 LH 시공사와 아파트단지, 문화체육시설을 건설할 계획에 있다.

이처럼 소라산 옛 길을 걷다보면 사람과 자연, 역사와 문화의 자취가 온전하다. 그 체취와 향기는 고스란히 소나무 밭에 스며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빼곡한 소나무들이 소라산을 지키며 소리 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그 속살에 감추어진 옛이야기를 들려줄 할아버지·할머니 같은 분이 마냥 그립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