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익산시는 홀로그램산업, 도시재생뉴딜, 말산업특구, 국가식품클러스터,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청년친화형 국가산업단지, 백제왕궁 등 그간 많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일부는 차근차근 준비단계를 밟고 있고, 일부는 나름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받는 보통교부세 덕에 재정상황도 한결 나아진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들이 시민들의 희망으로 환치되지는 않고 있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인구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삶의 질 향상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탓이다. 당장 힘이 들더라도 최소한 미래의 희망을 바라보며 버틸 만큼이 돼야 하는데,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성장동력, 이에 따른 미래의 비전은 곧 시민들의 기대다. 그리고 그 기대는 희망이다. 희망이 공유돼야 도시가 산다. 결국 현재의 문제는 비전과 성과를 공유하는 시스템의 부재다.

그럼에도 익산시가 부르짖는 거버넌스는 면피성 의견수렴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매번 강조하고 있는 책임행정 구현도 허울 좋은 메아리 수준이다. 이는 행정 불신을 부른다. 미래비전에 대한 공유도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소통신문은 익산이 가지고 있는 도시의 미래비전을 하나씩 살피고 시민들과 함께 희망을 공유하기 위한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지방소멸, 지역사회 붕괴를 막을 대안으로 ‘마을만들기’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 단위의 지역자원과 지역주민이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고, 새로운 가치가 자생과 지속가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는 녹록지 않다. 행정의 접근방식 개선과 주민들의 역량강화가 선행과제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마을공동체 중심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익산도 마찬가지다. 농촌중심지활성화, 권역단위종합개발, 기초생활거점육성, 마을만들기, 농촌신활력플러스 등 다양한 이름의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 규모만 해도 631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마을공동체가 정체성과 주체성 부재라는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을 담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하향 메뉴식 정책에서 벗어나, 하드웨어적 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주민역량 강화와 공동체 활동 및 시민의식 고취 등이 종합적으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방향성이 고무적이다.

마을의 문제를 주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고, 그 과정을 함께 하며, 그로 인한 결과는 주민들의 공유자산이 되는 구조다. 이는 거버넌스의 기본이며, 지방분권·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다양한 주체간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행정은 주민들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공동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중간지원조직 등 전문가를 통한 컨설팅을 통해 주민들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건물 하나 짓고 가시적인 성과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주민들 역시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가치와 가능성을 인식하고 주체로 나서야 한다. 내 집 앞 도로포장 등 이해관계에 얽매여 사회적 비용만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식 개선을 통해 마을 단위의 정체성이 동력이 되고 마을자원을 활용한 특화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개발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

◇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

문재인 정부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1조2,00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계획이다. 예년의 2배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각종 심사를 거쳐 기준에 맞는 마을만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제는 ‘예산 지원해 줄 테니 한 번 해 보라’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변했다. 마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일선 지자체가 이러한 방향성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 예산은 지원하되 결정은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주민들의 고령화, 공동경영에 관한 경험 부족, 경영능력과 전문성 부족, 주민간 갈등 등 녹록치 않은 여건이기에, 긴 호흡이 요구된다.

마을만들기를 왜 하는지,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지, 마을의 자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주민들과 함께 진행돼야 하고, 지향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상황 변화와 방향 수정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순천만 일대의 갈대밭을 지역사회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 인식하고 잠재적 성장동력으로 삼아 다양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친 결과, 현재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자리매김한 순천의 경우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연간 관광객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생태공원 외에도 순천시 공무원들과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했던 사회단체는 지난 10여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주민들과 함께 매년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기념하는 마을행사를 만들어냈다.

사회단체는 사업‘설명’회가 아니라 사업‘설득’회를 줄기차게 해왔고, 고령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화투장 일광과 500원짜리 동전을 들고 두루미 설명에 나섰다. 무대에서부터 부스까지 지금까지도 고집스럽게 모든 것을 갈대로 만드는 축제, 이벤트회사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꾸미는 무대 등이 10여년 노력의 결과물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도 긴요하다. 전문적인 컨설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도 포기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지역 내 전문가 풀이 적어 확충이 요구된다.

◇ 전문성 강화와 갈등 해소를 위한 부단한 학습

대부분의 마을공동체 사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로는 행정의 노력 부족 외에 주민들의 역량강화 부족이 꼽힌다. 마을 공동경영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수익을 비롯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고령 농민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정체성과 보유자원의 가치를 가능성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요구된다. 일부의 욕심이 사업 전체를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동의 노력이 공동의 자산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가 장려하고 예산이 지원되는 마을공동체 사업은 전부 초기 주민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거점 역할을 할 센터나 회관 등 하드웨어 구성 이후 3~4년간 전문 컨설팅업체가 상주해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구조로 돼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전문업체가 운영기간이 만료되면 주민들 스스로 시설을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데, 컨설팅 기간 동안 자립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여 마을회관 리모델링에 그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해법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직접 참여와 전문성 강화를 위한 부단한 학습이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간 갈등 해소를 위한 조율 능력 강화다.

주민 역량강화로 기초가 구축됐다면, 다음으로 요구되는 것은 투명한 경영과 이익의 분배 및 환원이다. 행정이나 컨설팅업체가 아닌 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공동체 사업의 성과가 공유돼 주민들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