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시장,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이 지역 환경문제 해결에 대해 선거 때만 반짝하고 무관심하다”며 각성을 강력 촉구했다.

시민들의 힘으로 지역 환경현안을 해결하자는데 뜻을 모아 출범한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상임대표 박창신·이영훈·이학준·하춘자, 이하 범시민공대위)’는 지난 8일 ‘익산환경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 행동의 날’ 행사를 갖고 “영혼 없는 환경정책을 폐기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영등동 하나은행 일대에서 펼쳐진 행사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잘못된 관행과 안이한 대처 등 더 이상 행정의 힘만으로는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된 1부에서는 환경지킴이 풍선 나눔과 부채, 소원메달 만들기 등 체험행사, 익산지역 주요환경오염실태 전시 등이 진행됐다. 7시부터 진행된 2부에서는 환경현안 동영상 시청, 주민발언, 환경현안 해결 퍼포먼스, 거리행진 등이 진행됐다.

행사장에 마련된 부스에는 ‘편히 숨 쉬고 싶다’, ‘다음에 안 뽑을 거예요’, ‘이사 갈래요 냄새 심해서’ 등의 문구가 적힌 시민의견이 나붙었다.

이날 박창신 범시민공대위 상임대표는 “익산은 전통적으로 재난·재해가 없는 지역이었는데, 언제부턴가 환경재앙 지역으로 변해 버렸다”면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내버려 둔 정치권과 행정은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기재 낭산 폐석산 민관협의회 공동위원장은 “지금 속도라면 낭산 폐석산에 불법매립된 발암 폐기물을 전부 퍼내는 데만 200~300년 걸린다”며 “퍼내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하고 “불법매립할 때는 그렇게 쉽게 하더니 원상복구는 무슨 절차가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다”고 피력했다.

또 “낭산 주민들은 비 오면 침출수 넘칠까봐 걱정, 안 오면 농사 망칠까봐 걱정에 밤잠을 못 잔다”면서 “주민들만 애가 닳고 행정은 업자들 편만 들고 있는 격”이라고 성토했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격”이라며 비상식적 판단으로 비료공장과 집단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환경부 태도를 지적하고 “마을주민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며 울부짖는데도 지역구 국회의원은 관심은커녕 단 5분도 할애하지 않았고, 주민들이 죽어나가는데도 도지사는 현장에 단 한 번 와보지도 않았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또 “마을이 하나고 공장이 하나인데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주민들이 암에 걸려 죽어나가는데 공장은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세계적 코미디”라며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하고 골라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악취 해결을 위한 익산시민모임 이수정 씨는 “벌써 11개월째 익산시청 앞에서 매주 악취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찾아와 설득만 한다”면서 “언제까지 악취 맡고 살 건인지,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데 시민들이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영훈 범시민공대위 상임대표는 최근 불거진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허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법은 최소한인데, 합리적 의심에 따른 의혹제기에 대해 법대로 해서 문제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궁색한 변명”이라며 “의혹이 제기되자 익산시는 셀프 수사의뢰를 했는데, 이는 면피성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익산시는 법을 지키기 위한 행정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면서 “더 이상 쓰레기 같은 환경 속에서 살 수 없기에, 이제는 시민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