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슬러지와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시의원의 특혜 의혹 제기에 행정은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의혹 제기라며 맞섰고, 연이은 입장 발표 등 익산시의회와 집행부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달았다. 익산시공무원노조도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시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고, 해당 업체는 시의원을 형사 고소했다. 또 익산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근에는 시설 인근의 동산동 주민들이 집단 실력행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과 검찰수사를 자진 의뢰한 익산시, 허가대상 업체, 동산동 주민들 주장을 종합해 쟁점별로 짚어본다.

◇ 시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밝혀야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민간위탁업체는 지난 2018년 11월 8일 96톤 처리용량의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허가를 따냈다.

업체는 2018년 1월 26일 최초 허가를 74톤 규모 신고4종 시설로 신청했다. 이후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사업장임을 이유로 2월 1일 9가지 및 2월 22일 21가지 보완요청을 받았고, 3월 7일 허가3종으로 보완해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3월 22일 동산동 주민들의 악취 민원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끝난 10월 10일 96톤 규모 허가3종 시설 허가가 재신청됐고, 익산시는 11월 8일 허가를 내줬다.

특혜 의혹이 불거질 만큼 일사천리로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공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신청해 검토 중인 음식물쓰레기 건조시설 허가가 이뤄질 경우 하수슬러지와 음식물쓰레기를 각각 공정대로 처리하되 대기배출시설은 공통으로 사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9월 2일 제출된 음식물쓰레기 건조시설 허가 신청은 현재 검토 중이다.

임형택 의원은 9월 3일 제219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정헌율 시장이 지난해 5월 지방선거 때 하수슬러지 건조시설과 같은 악취시설을 막아내겠다고 주민들 앞에서 했던 약속을 뒤집고 정책적 입장을 바꿔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을 민간업체에 허가해 준 것은 상식적인 행정행위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시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하며 특혜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특히 ▲허가조건에 영업대상폐기물(하수처리오니)을 익산시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한정했다는 점 ▲업체가 제시한 계획이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밀폐이송하는 것으로 돼 있다는 점 ▲하수슬러지 감량화사업으로 늘어나는 소화가스(바이오가스)를 소화조 보일러 가동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판매한다는 당초 계획이 업체에 소화가스를 공급하고 건조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다시 받아 하수처리장 소화조 보일러 가동에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는 점 등을 들며, 해당 업체에 익산지역 하수슬러지 처리를 맡기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그동안 하수슬러지 처리는 공개입찰을 통해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에 위탁처리를 해왔고, 해당 업체가 건조시설을 새로 짓는다고 해서 수의계약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으며, 감량화사업 이후에도 현재와 같이 공개입찰을 통해 위탁처리할 계획”이라며 “실현되기도 전에 우려만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끝장토론 요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 결국 시민세금으로 50억원 보전 vs 공개경쟁입찰로 업체 선정하므로 정해진 것 없다

업체는 지난 9월 2일 음식물쓰레기 처리공법을 기존 ‘발효’에서 ‘건조(사료화)’로 변경하겠다며 허가를 신청했다.

임형택 의원은 민간위탁업체가 시설을 설치하거나 개선할 경우 6년간 감가상각비를 원가산정용역을 통해 톤당 처리비 단가에 반영해 보전해 주기 때문에 시민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들며, 철저한 사전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설 개선은 업체의 선택이지만, 건조방식이 기존의 발효방식보다 더 많은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방지시설이 잘 갖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익산시가 업체의 건조시설 설치를 전제로 기존 3년 단위로 위탁계약을 맺어왔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1년 단위 계약을 맺었다는 점, 현재 업체가 음식물쓰레기를 위탁처리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시설 개선에 들어간 비용들을 감가상각을 고려해 지원해 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건조시설이 들어설 경우 비용 보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건조시설 허가시 업체가 50억원을 자체 투자하는 것이고 2019년 9월에 1년간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계약도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적격업체를 선정하므로 6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절감되는 부분을 감안하면 전체 운영비는 재료비, 인건비 등 정상적인 물가상승분을 반영해도 연간 1억9,000만원 정도라는 입장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동산동 주민들은 9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식물처리장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A시의원은 주민의견 수렴을 일부 주민의견이라 폄하하는 등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면서 시설개선 공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명확한 대안 제시를 요구했다.

이후 9월 30일 정헌율 시장과의 간담회에서는 ‘현재 시설의 개선’이 아니라 ‘부송동 이전’이 주민들의 최종 요구사항임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 동안에는 예고됐던 반입 저지 천막농성이 벌어졌고, 사태는 결국 이전은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현재 시설을 개선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결국 업체가 허가를 득하는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업체가 최초 제출한 허가신청은 9월 9일 보완요청 이후 9월 23일 다시 제출됐다. 익산시는 현재 대기배출시설 관련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공단에 기술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 악취는 여전, 초과배출은 제로

업체의 굴뚝 높이를 두고 임형택 의원과 익산시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임 의원은 악취배출탑 높이는 4.95m로 낮추겠다는 업체의 계획서를 익산시가 2017년 11월 15일 수리했고, 이전까지 배출구 배출허용기준을 8.9배에서 최대 20배까지 초과했던 시설은 탑 높이가 낮아진 이후 초과배출 제로사업장이 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관련 법령은 악취배출탑 5m 이하는 배출구가 아닌 부지경계에서 악취측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배출구(기준 500) 측정시 2016년 8월 29일 1만, 2017년 7월 4일 4,481을 기록했던 시설이 탑 높이가 낮아지면서 부지경계(기준 15)에서 측정한 결과 2017년 12월 14와 10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현행법상 악취배출탑의 높이를 규정하는 강행규정은 없으며, 업체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해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악취로 인한 주민 피해 상황이 개선됐는지’ 여부다. 동산동 주민들에 따르면 업체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악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9월 30일 정헌율 시장과의 간담회와 10월 1일 천막농성에서도 지속적인 악취 피해를 호소했다.

결국 냄새는 계속 나는데, 단속에는 걸리지 않게 된 셈이다.

◇ 소각장 폐열 활용시 단순 계산상 연간 11억원 절감 가능

동산동 주민들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부송동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천안시 견학 결과 음식물처리시설과 소각장이 인접해 있어 효율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소각장 폐열을 음식물쓰레기 건조에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야적 압축쓰레기 처리가 끝나면 부송동 소각장 소각로 처리용량에 여유가 생긴다는 점도 들고 있다.

천안시 확인 결과 음식물쓰레기 톤당 처리비는 19만원이다. 단 여기에는 수집·운반비가 포함돼 있다. 천안시의 경우 수집·운반과 시설 운영을 한 마을기업에서 위탁받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의 경우 톤당 처리비는 10만2,900원, 수집·운반비는 12만5,000원 수준으로 합치면 총 22만7,900원이다. 톤당 3만7,900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일일 평균 발생량 81톤을 기준으로 천안시와의 처리비용 차이를 계산해 보면 일일 306만9,900원이고, 연간으로 환산하면 11억2,051만3,500원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소각장 인접지역으로 이전해 폐열을 활용할 경우, 산술적으로 연간 처리비 11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전 또는 신설에 따른 비용이 소요되고, 이전시 지역 반발 등은 선결 과제다.

◇ 음식물쓰레기를 집에 보관하고 있으라는 행정

동산동 주민들이 음식물쓰레기 반입 저지 실력행사를 예고하자 익산시는 전 시민들의 음식물쓰레기 배출 자제를 요청했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의 천막농성은 ‘시설 이전은 장기적 검토, 현재 시설은 개선 추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행정은 대응 미흡으로 전 시민적 불편을 야기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산환경문제해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악취배출 위법 음식물처리장에 대한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한 주민 피해와 인근지역 주민들의 예고된 실력행사에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지 말고 집에 보관하고 있으라’고 홍보하는 익산시 청소행정에 시민들은 개탄한다”며 “주민들이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이미 예고했는데도 익산시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무능한 행정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