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유해성분 조사 및 최대량 기준 설정 미비

고시 개정 통해 퇴비 원료 중 연초박 삭제 촉구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민간위원들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인 연초박과 관련해 농촌진흥청의 부실한 비료 관리 책임을 지적하고 관련 고시 개정을 촉구했다.

민간위원들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진진흥청이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 고시에 의거,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유해성분에 대한 배출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없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면 비료관리법에 명시한 비료 공정규격을 잘못 관리한 것으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농촌진흥청은 관련 고시를 개정해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을 퇴비 원료에서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린 이유는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 때문이다. 마을 인근 비료공장이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가열 건조공정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TSNAs(담배특이니트로사민)가 배출돼 주민들이 집단으로 피해를 당했다.

장점마을 역학조사 보고서에서 제시한 외국의 연구논문을 보면 담뱃잎 내 TSNAs는 보관(저장) 장소의 온도가 높을수록, 담배 안에 질산염 농도가 증가할수록 생성 농도가 높아진다. 이는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을 가열 건조공정뿐만 아니라 여러 유기성 폐기물(특히 가축분뇨)을 혼합해 발효시키는 퇴비 공정에서도 TSNAs가 증가돼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비료관리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고시로 보통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부산물비료 지정을 하고 있으며,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 고시는 비료의 종류, 함유해야 할 주성분의 최소량, 함유할 수 있는 유해성분의 최대량, 비료의 원료 등을 규정하고 있다.

농진청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 고시를 보면 담배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식물성 잔재물인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나, 함유할 수 있는 유해성분의 최대량은 기준이 없다.

민간위원들은 “농진청이 고시에 의거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유해성분에 대한 배출조사를 했어야 하며, 2017년 9월 18일 유기질 비료 원료인 아주까리(피마자) 유박 원료 비료에서 Ricin(리신)의 함량 기준을 10mg/kg으로 설정한 사례(농진청 고시 제2017-18호)처럼 연초박을 사용할 경우 TSNAs 등 발암물질에 대해 함유할 수 있는 유해성의 최대량 기준을 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농진청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허용하기 전에 발암물질 배출 여부 등 유해성 조사를 충분히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면서 “농진청은 연초박에 대한 사전 유해성분 조사 결과가 있다면 공개해야 하고, 유해성분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장점마을 집단 암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2의 장점마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고시를 개정해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을 퇴비 원료에서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은 같은 날 익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 사후관리 간담회에서 현재 연초박의 유해성에 대한 실험이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비료관리법 개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