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기,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군산-익산 단체장들이 반드시 이뤄내야”
통합논의를 조속히 공론의 장에 올려 리스크를 최소화 할 동력을 확보해야
최근 ‘메가시티 서울’ 이슈가 전국을 달구고 있다. 2010년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10여 년 동안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영역이었던 지방의 합종연횡이, 이제는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들의 제세동기로 떠오른 것이다.
“수도권이 점점 팽창하는 마당에 ‘메가시티 서울’이 웬 말이냐”는 반발도 ‘지방 메가시티’론의 발화 기제다. 절박한 지방이 행정구역 통합을 출구로 인식하고,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한 저항이 그동안 가라앉아 있던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수면 위로 밀어 올렸다.
최근 군산시의회가 익산시의회에 양 시의 통합 논의를 제의한 것도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 특히 익산-군산 통합으로 서로가 손해 볼 게 없고, 군산-익산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금강권인 충남 장항·서천을 비롯해 새만금권인 전북 김제·부안 등과 2차 통합을 위한 전열을 갖출 수 있다.
이 같은 광역화 모델은 불가능한 구상이 아니다. 2010년 특별법 제정 이후 정치권은 뜨뜻미지근 했지만, 익산·군산의 경제 단체들은 양 시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었고, 통합이 광역시의 기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여기에 행정구역통합에 대한 자치단체의 인식 변화도 서로 맞물렸다. 익산시와 익산시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헌율 익산시장과 강임준 군산시장은 얼마 전에 국회에서 만났고, 양시의 통합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사회적 분위기와는 별개로 정헌율 익산시장은 통합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자유롭다. 3선으로 익산시장직을 갈무리하고 있는 중이고, 향후 통합시의 경쟁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오직 지역발전을 위해 통합에 매진 할 수 있다.
강임준 군산시장의 입장에서도 호재다. 재선인 그는 행정구역 통합성과를 발판 삼아 3선 통합시장 가도를 선점할 기회에 노출되어 있다. 통합 과정에서 그의 인지도가 크게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시가 통합을 통해 획득하게 될 이익도 대동소이하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2009년 정부에서 “자율적으로 통합하는 시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후 같은 해 9월 10일 익산시의회에서는 "내륙의 익산시와 해양의 군산시가 통합하면 서해안의 중심도시는 물론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점이 통합의 당위로 제기됐었다.
또 인구·경제·문화 등에서 이질감이 덜한 두 지역은 법원과 검찰, 축협 등이 통합되는 등 양지역의 행정구역통합은 이미 진행형이라는 점도 강조됐었다.
익산은 고속철 등 육로교통이 발달했고 공주, 부여와 함께 백제문화권의 중심지라라는 역사적 자원을 갖고 있다.
군산시는 새만금 신항만과 신공항 등 바다 및 하늘 교통수단의 발달을 앞두고, 새만금 매립지에 대해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드나드는 물류 및 내륙산업 물류를 항만·공항과 연계시키는 철도·도로 인프라가 구축되면 통합시는 전북 광역교통망의 중추가 되는 등 상전벽해의 통합효과를 견인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지난 6월 9일 제정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통합 지방자치단체에는 통합에 따른 새로운 부담 추가를 금지한다(불이익 배제의 원칙 ‘제48조’).
통합자치단체에 대한 특별지원도 명문화 했다. ‘각종 보조금 지급 시 우대 지원, 재정투융자사업에 대한 심사시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특정 지역의 개발을 위한 지구·지역을 우선적으로 지정할 때에는 통합 이전의 지방자치단체를 기준으로 하며. 각종 시책사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것(51조)’ 등이다.
지방교부세 산정에 관한 특례도 마련됐다. 폐지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액을 합한 금액보다 통합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액이 적을 때에는 그 차액을 4년 동안 보정할 수 있다(52조).
통합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은 설치된 해의 직전 연도의 폐지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통교부세 총액의 100분의 6을 10년간 추가로 지원한다(특교세 50, 국고보조 50)한다(53조).
또 54조에는 4년 이내의 범위 내에서 폐지되는 각 지방자치단체 간의 세출예산 비율이 유지되도록 하는 ‘특례’를, 55조에는 통합지방자치단체가 설치된 후 새로운 지방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의장 1명과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수만큼의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하는 ‘특례’를, 56조에는 통합자치단체의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최초 선거의 선거구 획정은 인구의 등가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특례‘를, 통합 지방자치단체의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적용할 운임과 요금에 대한 기준 및 요율은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기준 및 요율에 따르도록 하되 1년 안에 이를 조정하도록 하는 ’특례‘를 명시했다.
2010년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이 통과 된 후, 민주당 익산지역에서는 “익산과 군산 뿐 아니라 백제문화권인 서천과 부여, 논산을 통합해 백제시 또는 금강시를 세우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것과, “익산·군산은 지리적으로 이어져 있고, 산업적으로도 통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김제까지 아울러 새만금권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 등의 추상적인 통합 방안이 나온바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통합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고, 익산시도 통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작업이나 이렇다 할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2009년 군산시와 익산시의 상공인들이 양 지역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한 차례의 발표를 한 이후, 통합논의가 중단 된 익산시와 달리 군산시는 주변 시군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는 새만금 소유권을 놓고 부안군 및 김제시와 갈등을 빚어 온 군산시가 새만금에 걸쳐있는 시군간 통합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군산시는 3+1전략, 즉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충남 서천군을 통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이어 군산상공회의소와 군산대, 지역 사회단체들이 3+1전략을 담은 ‘새만금시’ 또는 ‘금강시’ 설치를 제안했다.
이 같은 군산시의 시·군 통합 추진은 급물살을 탔다. 군산상공회의소 등 8개 단체가 ‘새만금-금강권 통합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산시민과 서천군민을 상대로 주민 서명을 받아 전라북도에 시군통합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전라북도가 이 통합 건의서를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에 전달하기 전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서천군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입장을 밝혔고, 이어 서천군 통합추진준비위원회가 주민들로부터 받은 서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성명 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서명부를 반려했다.
이 파장은 군산시가 계획한 ‘새만금시’ 또는 ‘금강시’ 설립계획에 양 지역 의회 및 주민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게 했다.
익산시의 입장에서 보면, 군산시는 100만 이상의 광역시로 가기 위한 전초전을 벌여 통합의 토대를 마련했고, 군산 시민적 통합 역량을 키웠다.
그동안 익산시 일각에서는 ‘익산 군산’, ‘익산 전주 완주’, ‘익산 군산 김제 새만금’, ‘익산 부여 공주 서천 논산’ 등의 통합방안이 설왕설래 했다.
하지만 전주, 완주, 김제, 부여, 서천, 논산, 새만금과의 통합은 장기적 과제로 남겨두더라도 우선 군산시와의 통합론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합은 먼 길이다. 통합의 과실이 절실한 입장에서 주춤거리다가는 낙오하기 십상이다. 당장 시민사회와 지역사회를 담론의 장에 모아 통합의 동력을 생성하고, 한 치의 오차 없는 통합 전략으로 시간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통합은 빠를수록 이익이 크다.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명제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