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통합의 틀 도출할 논의구조 구축 필요

군산-익산 통합론의 단초는 군산시의회의 통합의향 타진이었다. 익산시의회는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아 ‘찬성’으로 화답했다. 익산시장과 군산시장도 같은 배를 탔다.
군산시의회가 익산시의회에 통합을 제안한 목적은 ‘도시의 규모화’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통합에 따른 혜택과 부가이익을 얻는 것은 물론, 타 시·군과의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절박한 입지 탓이다.
군산은 새만금 동서도로, 새만금 신항만 관할권을 놓고 김제시와 장기간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는데, 법원이 “매립지 관할권은 연접한 지자체에 귀속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결한 이후 군산시는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관습법상 새만금 전부가 자기 관할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군산시로서는 뜻밖의 상황 전개다.
군산과 김제는 그동안 충돌을 거듭해 왔고 갈등은 심화 일로인데다 누가 보아도 양 시는 관계회복이 불가능한 대척점에 놓였다.
군산시의회가 통합에 따른 산술적 손익에 구애받지 않고 익산시의회에 손을 내민 배경이다. 산업구조 및 물동량, 자원, 미래가치를 담보하는 SOC면에서 비교열위에 있는 익산시로서는 놓쳐선 안 될 기회라는 게 지역 정·재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다만, 실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난한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통합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 기간을 가늠하기 어렵고, 통합이 실제로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양 도시가 “치열한 토론과 의견 수렴,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상황적 명제 앞에 선 것은 명백하다.   

통합의 풍향
익산시와 군산시의 통합은 ‘광역행정구역의 확장’이 아니라 ‘시세가 비슷한 기초단체 간의 단일화’다. 통합 이후에도 기초의회의 정원이 유지되고, 국회의원 수는 통합의 시너지효과(인구 증가)에 힘입어 현재 지역구 정원이 유지되거나 늘어날 확률이 높다.

더구나 양 시의 통합이 어느 한쪽을 흡수하는 합병이 아닌 이상, 자치와 분권이 침해당하지 않는 동일 생활권(경제권·정주권), 동일 행정구역’을 구현할 수 있다.

통합이란 공공재 공급의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구역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두 개의 생활권(정주권, 도시개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공재 공급을 확대하는 것’으로 정의 된다.

그런데, 앞선 타 지자체 간 통합과 그 이후 갈등의 양태를 보면, 주민들의 기호에 맞는 공공재 공급을 위해 행정구역 축소의 최소화가 조건명제로 떠오른다. 지역 자치에 기반 한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세분화된 행정구역 유지는 통합의 새로운 방향성이다.

통합이 지향하는 효율성 증대에 경도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론과 분리론의 군형을 잡을 기준이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자치권 저해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여 기존 자치단체의 고유성을 지켜내기 위한 통합논의기구가 구성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통합시의 행정구로 전락하거나 행정조직의 축소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을 막고 지역정체성이 보존되는 상태의 지속 가능한 통합 방안 도출이 통합의 전제 조건이다.

대도시의 행정 서비스를 온전히 누리면서도, ‘지방행정의 효율성 증대’라는 통합의 원칙을 균형 있게 적용해, 통합에 따른 갈등과 지자체 간 알력을 미연에 방지하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통합의 길은 멀다. 통합의 공론화가 시급한 이유다.

메가시티 중핵 새만금

올해 들어서는 새만금 내부 대동맥인 동서·남북도로가 지난 7월 완전 개통된 데 이어 미래 먹거리 산업인 이차전지 분야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라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립된 산업단지가 부족해 기업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을 이어주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33.9㎞)다. 방조제 안쪽에는 27만 명의 인구를 수용할 국제도시(291㎢ )가 건설된다.

새만금 내부 개발 사업은 지난해 10월 26일에 본격화됐다. 전체 계획인구 60%, 즉 16만명 가량이 살아갈 도시 용지와 관광 용지 일대를 연결하고 내부 개발을 촉진할 도로망 건설 사업비 1조554억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전격 통과된 것이다.

이 사업은 새만금 중심부인 2?3권역을 잇는 왕복 6차선 규모의 간선도로와 순환도로를 건설하도록 계획됐다. 새만금 내부 대동맥인 동서·남북도로는 지난해 7월 완전 개통된 상태다.

기본계획상 2권역은 새만금 신항만 배후이자 국제업무, 문화예술, 중심상권 등이 집중 개발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일부 도시개발용지는 현재 매립공사가 한창이다.

3권역은 새만금 홍보관과 간척사 박물관에 있는 1호 방조제와 맞닿은 곳으로 관광레저시설을 집적화 하도록 구상됐다.

2·3권역은 새만금 노른자위로 꼽히고 있다. 이 도로망 구축사업은 새만금 내부 개발을 가속화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할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새만금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게 된다. 재개에서는 이 같은 새만금의 미래를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로 전망한다.

중국 ‘푸둥’신구와 새만금

군산·익산 및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익산-군산 통합의 가치를 가까운 곳에서 한마디로 말해주는 사례는 중국 상하이시에 있는 ‘푸둥’신구”다. 아직 계획단계이지만 새만금 내부 개발과 철도, 항만, 국제공항 및 군산-익산의 각종 산업 및 도시 인프라가 ‘푸둥’화의 조건으로 제시된다.    

푸둥에는 현재 중국 최초의 보세구를 비롯해, 무역가공업과 창고, 운송업종 만이 허용되는 수출가공구, 금융의 중심지인 루자쭈이금융무역구, 첨단기술기업단지인 장장고과기원구의 4개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푸둥은 2009년 남후이구를 합병해 해정구역은 13개 가도, 25개 진, 면적은 532.8㎢, 인구는 194만(2008)으로 확대 되었다.

푸둥신구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도 GRDP 잠정치가 1조 4500억 위안(약 270조 8890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푸둥신구 연매출 2000만 위안(37억 원) 이상 기업의 공업 총생산액은 1조 2300억 위안(229조 7886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돼 10% 이상 늘었다.

논밭이 펼쳐져 있던 푸둥신구에는 모든 기능을 갖춘 새로운 현대 도시가 들어섰다. 푸둥 선도구의 중요 방향은 하드코어 테크놀로지다. 일례로 푸동신구의 모든 도로는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 할 수 있도록 다차원센서 등 첨단 교통시스템을 갖췄다. 산업체계 구축 방향도 이와 같다.

군산시와 새만금권 도시

그런데 군산시는 뜻밖의 도전 앞에 섰다. 김제시와 부안군이 제기하는 영토분쟁에 휘말린 것이다.  

정부는 2010년 새만금 3호(2.7㎞)·4호(11.4㎞) 방조제를 군산시에 귀속시켰는데, 김제시와 부안군이 이에 반발하며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3년 “방조제 제3·4호에 대한 군산시의 관할권을 유지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김제, 부안과 연접한 방조제는 각각 김제, 부안에 귀속시키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결정했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 이를 바탕으로 새만금 1호 방조제는 부안군에, 2호 방조제는 김제시에 할당했다.

그러자 군산시는 2021년 2월 해당 판결의 근거가 된 구 지방자치법 제4조 제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으나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군산시와 김제시는 새로 생긴 새만금 동서 도로와 새만금 신항만의 관할권을 놓고 다시 충돌했다. 대법원 결정으로 2호 방조제를 확보해 유리한 고지에 선 김제시는 2021년 4월 새만금 동서 도로는 우리 관할이라며 전북도에 행정구역 결정 신청을 냈다.

군산시는 이에 맞서 김제시가 측량성과도 등 신청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행정구역 결정 신청을 낸 것은 주변 자치단체 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김제시 신청의 반려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북도에 제출했다.

하지만 김제시는 더 나아가 새만금 2호 방조제 관할권이 김제로 결정된 만큼 방조제와 육지와의 연접성을 근거로 외측에 있는 새만금 신항만(공사중, 대형 부두 9선석 규모로 2026년 입항 목표, 새만금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계획된 대형 부두(5만t급)를 갖춘 시설)은 당연히 김제시에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군산시는 새만금 신항은 군산시 자치 권한이 존재하는 비안도와 무녀도 사이에 있어 당연히 군산시 관할이라고 주장한다. 군산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할 뿐 아니라 모든 행정서비스와 인프라를 군산에서 관리하는 만큼 신항은 명백하게 군산시 관할이라는 것이다.

군산시의회는 새만금 신항이 조성되는 공유수면은 군산시가 120여년 동안 점유사용허가와 어업 면허, 어족 자원 등을 관리해 왔으며 예산과 행정력을 부담해 왔다며 관할권을 주장했다.

최근에는 새만금지구에 개발 중인 신항의 명칭을 ‘군산새만금신항’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군산시의회는 군산새만금지킴이 범시민위원회를 출범해 시민과 함께 새만금 관할권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김제시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산시와 김제시가 동서도로 관할권을 놓고 다투는 이유는 새만금 내부 매립지 행정구역을 결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서도로 관할권을 가진 지자체가 인구 2만 5000명을 수용하는 스마트수변도시, 수목원, 농기계 실증단지, 해양생명과학관 등이 들어서는 새만금의 노른자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새만금과 동북아의 교두보 역할을 맡게 될 새만금 신항만의 관할권과도 직결된다.

군산시는 대법원이 절대적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한 해상경계선을 여전히 고수하려 한다. 새만금 간척지 70% 이상은 군산시 해역이라며 바다를 땅으로 매립했다고 해서 관할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김제시는 대법원에서 방조제 관할권을 나눈 건 간척지(해역 포함) 전체를 방조제 기준으로 나누라는 의미라고 반박한다.

학계도 시점과 종점이 김제시 관할로 결정된 2호 방조제, 김제시 진봉면과 연결됐고 만경강을 넘어서지 않아 김제가 유리한 입장으로 본다. 이에 군산시는 최근 새만금을 세로로 횡단하는 남북도로 27.1㎞에 대한 관할권을 신청했다. 남북도로는 군산에서 부안까지 새만금을 관통하는 도로여서 김제시뿐 아니라 부안군까지 영토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대법원 판결 이후 군산시는 새만금 제2호 방조제와 연접한 새만금 내부 개발지에 대한 관할권 분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다.

전북도는 이 같은 지역간 분쟁을 해결하고 새만금의 산업과 경제적 효과를 전북 전체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새만금 특별지자체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김제시가 이를 반대하는 바람에 첫발도 디디지 못한 상태다. 

한편, 특별지자체는 인근 자치단체들끼리 기능적으로 협력하는 제도로, 공동 지방의회를 꾸려 조례를 만들 수 있고 공동 단체장이 공무원도 임용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지자체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조직과 운영을 위한 규약을 만들고 각 지방의회 의결과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