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명부터 세스코.. 불친절 공무원은 박멸되어야 할 ‘바퀴벌레’
진상 민원인 불친절 신고도 3회면 징계 대상 “공무원이 감정 노예냐”    

익산시의 친절 프로젝트 CESCO 추진계획이 직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공무원의 친절 정도를 바퀴벌레 따위로 구분하고, ‘박멸백신 투여’ 같은 불친절 처방 계획이 그 진원이다. 특히 ‘친절’에 대한 주관적인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익산시는 지난 14일 해충방제 전문기업 세스코(CESCO)의 솔루션을 도입한 ‘친절 CESCO 프로젝트 추진계획’ 시행을 위한 ‘친절키맨 추진단 구성에 따른 직원 추천 요청’ 공문을 각 부서에 배포했다.
행정지원과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불친절을 발견-박멸-부서별 솔루션에 따른 케어활동-친절부서 인증 등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불친절이 발생하는 환경과 상황을 제거(박멸)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친절을 유지하는 3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그 하나는 민원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서비스이고, 또 하나는 민원인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을 때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유감표명’ 서비스, 다음 하나는 처리 불가한 민원에 대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설명하고 지원가능 하도록 노력하는 ‘대안제시’ 서비스 등이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 및 친절부서 선정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불친절한 개인 및 부서에 대한 페널티 기준제시로 친절 동기를 부여하고, 다양한 친절교육 및 친절 직원 칭찬 릴레이, 벤치마킹, 친절경험 공유 등으로 친절 역량을 높이고 의욕을 고취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친절 CESCO 프로젝트 추진계획’에서 쓴 표현이 ‘친절이 공무원의 인권보다 중요하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익산시 공무원 A는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민원인과의 트러블을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서류는 오만가지 다 발급해야 하고, 휴직했다 그만뒀다 기존 인원보다 줄어든 상태에서 바퀴벌레, 개미, 쥐 따위와 비교해가며 친절을 운운해야만 했냐”고 물었다.
그는 또 “박멸, 백신 투여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성실히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의 사기마저 저하시키는 것이 행정지원과에서 하는 일이냐”며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친절하고 싶었던 일말의 마음마저 싹 사라지게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반응했다.
공무원 B는 ‘친절 CESCO 프로젝트 추진계획’ 중 직원이 불친절 했을 때 주는 페널티 가운데 ‘불친절 사례 3회 적발시 자원봉사 실시’라는 항목의 문제점을 짚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전 전두환 정권때의 삼청교육대도 아니고 너무나도 직원 개개인의 행동을 사실상 물리적으로 견제하는 것이다”며 “자원봉사라는 것은 용어 그대로 스스로 원해서 하는 숭고한 일인데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것도 회사에서의 방침에 의해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C는 “‘친절 CESCO 프로젝트 추진계획’ 내용 중 ‘친절·불친절 사례 판단기준’은 불친절 판단기준에 ‘해당 없음’ 사례로 민원인의 민원 미해결 등으로 인한 과잉반응 및 주관적 감정·오해, 민원인의 욕설 모욕, 폭행 등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요구하는 경우에 대한 응대 불친절을 들었다”며 “그러나 ‘친절·불친절 사례 판단기준’에서는 또 ‘해당 없음’의 불친절 신고 사례가 3회 누적될 경우 불친절 사례로 인정해 페널티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는 자가당착이며 공무원에게 민원인 감정의 노예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이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D는 “친절과 불친절의 기준은 어떻게 잡나? 민원인 본인이 느끼는 대로? 나는 친절하게 싹싹하게 해도, 혓바닥으로 구두를 핥아줘도 불친절하다고 느끼면 그냥 바로 불친절이 되나요?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인데?”라고 꼬집었다.
공무원 E는 “무조건적인 친절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공무원 될 정도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친절하다”며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나 험한 말을 들어도 고목마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공문원 F는 “지금이 워커 독재? 아님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닥치고 계획서대로 해, 안 그러면 입틀막 인사조치? 기안자나 결제한 사람이나”라고 빈축을 날렸다.
공무원 G는 “불친절의 원인이 되는 시스템, 환경적 요인을 제거하자는 취지로 작성하셨다지만 추진계획 내용엔 정말 그 환경적 요인에 대한 언급은 없고 해결방안에 친절교육, 아침방송, 페널티 언급뿐이니 이런 반응들이 아닌가 싶네요. 무조건 친절을 말하기 보단 직원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B는 “노조에서는 단호하게 이 점에 대해서 합의해야 한다고 사료되며, 향후 이렇게 전체 직원에게 속하는 계획을 추진할 때에는 그 해당부서에서 시행전 반드시 노조위원장에게 협조 결재를 득하고 시행하게 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친절은 공무원의 의무 중 하나이고 청렴을 위한 기본가치인데, 친절에 대한 기준과 개념은 모호하고 친절정책들은 공무원 변화만을 강요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환경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고자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러한 취지를 직관적으로 표현, 알리고자 민간기업 CESCO의 사업 일부를 인용하여 계획서에 반영했다”며 “우리시는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으로 인한 공무원을 보호하는 조례를 갖추고 있고 직원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불친절 사례 패널티 적용에 있어서도 직원 다수가 공감 가능한 경우에 한해 적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