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출신들이 회계·인사·대외창구에 포진.. 비서실의 조직장악 수단 의혹

“계약 민원, 발주·계약부서 책임에 감사 대상.. 비서실 개입은 직권남용”

2014년 5월 7일, 초선에 도전했던 정헌율 익산시장 후보는 “지역 발전과 새로운 정치 지도자 양성을 위해 3선 도전은 결단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시장에 당선되면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일 하겠다”며 “지역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8년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도 했다.
그는 특히 “3선에 도전하는 것은 개인적인 과욕일 뿐”이라며 “지역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시 재선 시장이던 이한수 후보를 겨냥해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격언처럼 한 사람이 12년 동안이나 시정을 이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누구나 오래 하다 보면 주변 사람에게 많은 신세를 지게 되고 결국 인사나 이권 청탁에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3선에 도전해 결국 당선됐고, 그의 남은 임기는 2년 남짓이다. 그가 자신의 관점을 몸소 입증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가 ‘거짓말 달인’의 아이콘답게 재선의 이한수 전 시장에게는 ‘3선=부패’라는 낙인을 찍고, “나는 청렴하다”는 인상을 시민들에게 심기 위한 기만술 이었는지가 드러날만 한 시기다.
본지는 앞선 3월 3일, 정헌율 시장이 지난 ‘2018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혐오 표를 줄일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직권남용을 했다는 공무원 A의 폭로를 보도한 바 있다.
정 시장이 조작을 지시해 무력화시킨 행정 시스템은 시민들의 위법행위를 징벌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 시장이 자신의 혐의를 덮기 위해 또다시 행정 시스템 조작을 지시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은 탓에 경찰이 정 시장을 구속수사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우려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시장의 자진사퇴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경찰의 수사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내부고발자인 익산시 공무원 A 등에 따르면, 정헌율 시장은 6.13 지방선거가 한창 진행되던 2018년 5월 28일 8시 7분 경 당시 교통지도계장이었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현직 시장인 자신의 우호표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2주 동안(선거기간) 불법주정차 고지서를 발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당시 교통행정계장 A는 실제로 계원 B에게 “같은 기간 동안 불법주정차 고지서 발송을 하지 마라”고 지시했고, B는 담당자인 C에게 이를 지시해 C는 실제로 선거기간 중에 고지서를 발송하지 않다가, 고지서에 기재되어있는 10일의 의견 진술 기간을 30일로 수정·기재하여 선거가 끝난 직후에 발송했다.
정 시장은 재선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말을 입증한 것이다.
<편집자 주>

초법적 기구

최근 1년 사이 “익산시는 원광고등학교로 통한다”는 말이 시청사 안팎에 무성했다. 회계과장, 계약관리계장, 행정지원과장, 비서실장, 대외협력보좌관 등이 원고 출신들로 포진된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원고 출신들이 익산시에서 발주하는 물품, 용역, 공사계약과 인사 부서를 장악하고 어떤 체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시정 농단을 자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오래 하다 보면 주변 사람에게 많은 신세를 지게 되고 결국 인사나 이권 청탁에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정 시장의 말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익산시 조직 일각은 그 원고 출신들 및 그들과 관계된 공무원들의 전보나 승진 인사를 예의주시하는 새로운 세태를 보인다.
특히, 비서실이 물품, 용역, 공사계약을 지연시키면서 관련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익산시 비서실 직원 비서 K씨는 “비서실이 계약부서에 물품 발주를 홀딩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다”면서, “시장 결재 라인상 어떤 업체가 특정 업체의 문제점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을 때 그렇다”고 설명했다.
비서 K씨에 따르면, 민원 내용은 ‘물품의 품질이 현저하게 낮은데 그 업체하고 자꾸 계약을 한다’거나, ‘(설계 또는 계약부서와) 특정 업체가 모종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등인데, 사실관계 확인차 비서실이 계약부서의 물품 발주를 홀딩하고 있다.
비서 K씨는 “우리만 하는게 아니라 (해당)과에도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도 하고, 과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입증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들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는 주관적으로 (조치) 할 수 있는 거다”면서 “(조치를 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 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묻고 싶다. (사실관계에서) 잠재적 범죄자가 있을 수도 있고, (홀딩이) 과하면 사업추진 시기를 늦어지게도 해 (과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비서 K씨는 또 비서실이 홀딩하는 물품 계약이 수의계약(경쟁 없는 임의계약) 건이라는 점을 전제로, 입찰방식이 아니어서 볼멘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성능이나 가격을 조건으로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들어 “왜 여기를 구매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면, 외부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비서 K씨는 이 같은 비서실의 활동을 “비서실장에게 보고한다”고 답했다.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나는 비서 K에게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런 보고를 받지 않는다”며 “비서 K는 시장님을 독대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고 밝혔다.
다수의 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물품계약에 문제가 있으면 발주부서나 계약부서가 책임질 일이고, 비리 의혹 민원이 제기되면 감사를 통해 밝히면 된다. 그래도 부족하면 수사의뢰를 하면 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시스템이다”며 “비서실이 민원을 빙자해 물품계약을 막고 지연시키는 것을 타 시·도에서는 본 적이 없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명백한 월권이고 직권남용이다. 그 이면은 감사와 수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