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지 않은 채 미터기 하자보수 1년 6개월 허송, 행정력·혈세 ‘줄줄’

익산시가 67억 원을 들여 설치한 스마트 미터기가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원격검침’ 구현인데,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미터기들이 줄줄이 고장 나는 바람에 미터기 교체 작업은 준공 이후 7개월이 지나도록 현재 진행형이다. 막대한 혈세로 불량품을 구매하고 ‘원격검침이 불가능한 상태’의 스마트 미터기사업 준공으로 행정력과 혈세를 낭비하고, 원격검침 개시 계획에 차질을 초래한 것이다.

이 사업은 수도 요금 부과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비롯해 난 검침지역 문제 해소, 신속한 누수 대응, 사생활 보호 등의 목적에 따라 시행됐고, 인력 검침에 따른 ‘검침 수수료 절감’이 기대효과였다. 그러나 지난 3월 18일 준공 이후 11월 1일 현재까지 3,043전의 미터기가 지속적으로 고장 났다. 이 중 51.4%에 해당하는 1,564전의 미터기 상당수는 하자보수 기간이 지나 익산시가 자비를 들여 교체하는 혈세 낭비의 늪에 빠졌다. 이로 인해 7개월 동안 원격검침 요금을 부과하지 못했고 검침원을 단 한명 도 감원하지 못했다.

특히, 익산시는 미터기(18억9,300만원)를 2021년 6월부터 7월 사이에 미리 구입하고, 원격검침단말기(47억1,600만원)를 2022년 12월에 구입해 2023년 3월까지 설치·준공했는데, 미터기의 경우 사용하지도 않은 채 1년 6개월의 하자보수 기간을 허송해 그 책임이 가볍지 않고, 준공 검사 과정에서도 제품의 하자 상태 점검을 소홀히 한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익산시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3만8천600전의 스마트 미터기를 구매·설치했고, 지난 3월 18일 이 원격검침사업이 준공됐다. 그러나 3월 18일부터 실현됐어야 하는 원격검침은 미터기의 계속되는 결함 또는 고장으로 지난 11월 1일 현재까지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며, 고장이 언제 잡힐지 조차 불투명하다. 미터기 고장률은 11월 1일 현재 8%에 육박하고, 이중 평균 교체율은 68.93%에 이른다.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결함 또는 고장 난 스마트 미터기는 총 1,124전이었다. 미터기 지침이 보이지 않거나, 지시부 접촉 불량으로 깜빡거리거나, 숫자 멈춤, 파손 등이 그 양상이었다. 

익산시는 미터기를 납품한 7개 업체에 미터기값과 공사비 보상을 요구했고, 익산시 공무원들과 미터기 납품회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육안검사와 미터기센서 연결 이상 유무 검사, 재검사 과정을 거쳐 최종 776전의 미터기가 결함이 있는 것으로 합의 했고, 해당 업체들은 미터기 현물과 공사비를 보상했다.

그런데 미터기 하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 19일부터 8월 30일까지 3개월 여 동안 1,600전의 미터기 결함 또는 고장이 추가로 발생했다. 그런데 이때는 상황이 달랐다. 익산시가 해당 업체들 쪽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하자보수 기간인 2년(2023년 6월)이 도과했다는 이유로 업체들이 보상을 거부했고, 6월 이후에 결함으로 판별된 미터기를 익산시가 자비를 들여 교체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미터기 결함 또는 고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9월 1일부터 11월 1일 현재까지 319전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익산시는 자비로 미터기 교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미터기는 1전 당 4만9,000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익산시는 부적정한 준공으로 11월 1일 현재까지 상당한 혈세를 낭비했다. 앞으로도 계속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부적정한 행정행위로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징벌과는 별개로, 반드시 배상 책임을 묻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불렀다.

익산시 담당자는 자부담 문제에 대해 “당초 공문을 보내서 보상 요구를 했는데, 한국계량계측기협동조합에서 조목조목 이의를 제기해 하자로 인정된 1차분 776전에 대해서만 현물과 공사비 보상을 받았고, 2차분에 대한 보상 요구를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나 더이상 진행하면 업체와 소송까지 될 것 같아 상수도과 현장 팀이 교체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또 “미터기는 총 7개업체가 납품했는데, 이 중 고장률이 가장 높은 미터기 업체는 ‘그린플로우’와 ‘삼성계기’이다”고 밝혔다. ‘대한계전’과 ‘경성제닉스’도 대동소이하게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이 스마트한 검침시대가 열리지 않고, 수도요금 검침이 기존 인력 검침에 의존하는 낡은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검침수수료 절감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에 따르면 수도요금 검침 구역은 27개 코스로 나뉘어져 있고, 29명의 검침원들이 6만3,495전의 검침을 담당하며, 1인 당 평균 약 2,352건을 검침하고 있다.

월평균 검침 수수료는 총 5천352만 여원씩 지급되고 있는데, 5천여만 원의 검침 수수료와 256만원의 교통보조비로 구성된다. 일반주택(6만1,766전) 검침 수수료는 1전 당 800원씩이며, 매월 4,941만1천원이 지급되고 있다. 공동주택(1,313전) 검침 수수료는 1전 당 400원이며, 매월 52만5,200원이 지급되고 있다. 일반산단(854전) 검침 수수료는 1전 당 1,200원이며, 매월 102만4,800원이 지급되고 있다.

교통보조비는 가급지(20명)의 경우 1인당 1만원씩 매월 2백만원이, 나급지(4명)에는 1인당 8만원씩 매월 32만원이, 다급지(6명)에는 1인당 4만원씩 매월 24만원이 각각 지급되고 있다. 

10월 30일 현재 검침원은 주민이 21명, 통장이 8명이며, 여자가 23명, 남자가 4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