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와 ㈜하림은 서로 협업 또는 협력하는 관계다. 지역발전이라는 합목적이 이 관계형성의 동기다. ㈜하림이 지역에 투자한다거나 익산시가 ㈜하림의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그래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져 왔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치킨로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익산시는 국내 최대의 닭 가공업체가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외지 관광객들이 익산에 오면 최상의 복지를 누린, 최고의 선도와 육질 등 독보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그 닭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한다.

치킨로드는 익산의 먹거리를 상징하는 장이 될 것이고, 중앙동 일원의 구도심 먹자골목이 되살아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 할 것이다. ㈜하림에게는 살아 숨 쉬는 홍보의 장이 될 것이고, 이윤을 극대화 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익산시는 중앙동 요지에 위치한 시 소유의 건물을 ㈜하림 쪽에 치킨로드 안테나 샵으로 제공했다. ‘계화림’이 그곳이다. ㈜하림의 요청에 익산시가 부응했다. 익산시는 ‘계화림’이 닭 음식거리의 효시이자 닭 맛의 모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익산시를 찾은 외지 방문객들의 일정에 ‘계화림’ 경유를 포함시키고, 정헌율 시장은 익산시의 크고 작은 행사 뒷풀이를 계화림에서 하고, 계화림 발전에 익산시가 적극 나서라고 독려하고 있다.

치킨로드 뿐인가. ㈜하림과 익산시가 협업중인 ‘NS푸드페스타’는 ‘국내 최대’의 요리경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대’의 식품산업축제를 꿈꾼다. 올해는 1박 2일의 축제였지만, 기간을 늘리고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가동 중인 식품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기획안이 마련됐다. 익산시는 이 축제에 점차 더 큰 비용을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

‘치킨로드’나 ‘NS푸드페스타’는 무엇보다 기업과 관이 협업해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함께 번영을 누리자”는 합일된 의견의 소산이라는 측면에서 시사점이 크다.

㈜하림과 익산시의 이례적이며 희소한 협업사는 타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 또 ㈜하림과 익산시만이 구축할 수 있는 경쟁력은 도시의 무한 잠재력을 깨우고, 기업의 성장을 추동할 것이다.    

그래서 익산시의 ㈜하림 지원을 놓고 익산시민 누구도 그것이 특혜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의식의 중심에는 향토기업에 대한 자긍심이 있고, 공존과 번영이라는 가치 추구가 있다.

기업과 관의 이 같은 관계의 진전과 기대로 시민들의 가슴은 뛰고, 이제 막 달아오른 은근한 온기에 기대가 부풀었다. 그런데 최근 ㈜하림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익산시가 상수도 공사를 추진하면서 사전협의를 하지 않고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했다”며 지난달 31일에 이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익산시는 금마저수지 주변의 상수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금마배수지 확충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기본계획 수립 등의 각종 행정절차를 거쳤고, 지난해 10월 25일 공사에 착공해 오는 2024년 12월 완공을 앞둔 4개년 사업이다.

이 사업의 주 목적은 정족물류단지와 ㈜하림 등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84억3,000만원이며, 국비 40억500만원과 시비 17억1,700만원 및 원인자부담금 27억800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익산시는 정족물류단지와 ㈜하림 등 수요처의 원인자부담금 부과를 위해 관련법령에 따라 수도시설공사 신설로 발생하는 비용부담 비율을 산출해 수도정비계획에 반영했다. 정족물류단지에 원인자부담 산정액은 4억2,767만2천원이고, ㈜하림의 부담액은 27억800만원으로 산정되었다.

그런데 익산시는 2023년 2월 28일에서야 원인자부담금 부과에 따른 사전협의차 ㈜하림을 방문했다. ㈜하림은 “이는 사전 협의가 아니라 원인자부담금이 이렇게 산정되었으니 납부하라는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행정심판은 사전협의 책임이 있는 익산시가 직무를 해태한 귀책 여부를 다투는 것이어서 익산시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결론이 날 경우 익산시는 23억원에 달하는 원인자부담금을 ‘자부담’으로 충당하게 된다.

㈜하림은 또 원인자부담금 산정 방식도 문제를 삼았다. 낭산사거리에서 낭산공장(익산시 망성면 망성로 14)까지 설치한 상수도 사업비를 대비해 원인자부담금을 산출했다면 수용할 수 있으나, 전체 사업비 총액을 기준으로 원인자부담금을 산출한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피부과자 입장에서 억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림은 지난 2015년 “낭산공장 증설에 따라 하루 평균 8천㎥의 물이 필요하다”며 익산시에 상수도 공급을 요청한 바 있다. 익산시의 금마배수지 확충도 이 수요에 맞춰 추진됐고, 같은 양을 공급하는 것을 기준으로 원인자부담금이 산출됐다.

여기에 적용된 산출식은 법령에 따랐으니 다툴 여지가 많다. 특히 금마배수지확충 사업의 원인을 제공한 하림의 입장에서 ‘사전협의’를 문제 삼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하림은 어차피 물을 써야하는 입장이다. 원인자부담은 피할 수 없고, 원인자부담금 부과 면제는 법률상 허용되지도 않는다.

‘사전협의’ 불이행은 익산시의 과실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중대한 과실은 아니다. 게다가 ㈜하림은 8년 전에 공장 증설에 따른 물 공급을 익산시에 요청했기 때문에 상수도 설치공사가 시행되리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하림은 익산지역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우수기업이다. 기본적으로 지자체와의 분쟁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에 있고, 근래에는 도시의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구나 윈-윈의 관계에 갈등구조를 만드는 것은 여러모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법은 최후에 선택하는 것이라는 금언을 놓고 보면, 덜컥 행정심판을 제기한 어리석음이 무엇을 초래할지 알게 될 것이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길 원한다면, 단절을 부추기는 행정심판을 철회하고 소통의 테이블에 앉는 것이 마땅하다, 

행정심판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