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지역주의‧정치 불신 구조 해체론 봇물
정치개혁 위해 정치공학 탈피한 ‘멸사봉공’ 필요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 해체와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치 일신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여야와 군소정당 모두 그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정치개혁 시계는 빠르게 돌고 있다. 특히 20년 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시작 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 행보는 지난 대선이래 주요 당론이 되었으며 거듭 재확인 된 방향성이다.
그러나 김수흥, 한병도 의원의 행보는 시대적 조류에서 벗어나 있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의 토론회가 9차례나 열렸지만 토론회를 주도하는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에서 탈피해 멸사봉공의 자세로 정치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편집자 주>   

소선거구제 개편론

승자독식과 지역주의를 부추기면서 대표성을 잃은 현행 ‘소선구제‧준연동 비례제(이하 소선구제)’ 개편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제 22대(2024년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 전 선거제도 개정 법정 시한인 4월 10일 이전에 소선구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지역은 일대 지각변동을 겪어야 한다.

특히 익산지역의 경우 인구 하한기준에 미달하면서 지역정가는 2개의 국회 의석 중 1개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텃밭의 의석을 지키기 위해서 ‘김제,완주,군산 등 연접지역 일부와의 합구’를 생존전략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가 도입 되면 전면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수반 할 수밖에 없어, 합구와 같은 정치공학적 타협이 부를 변화는 ‘새 발의 피’다.

현행 소선구제는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1명만을 선출하는 탓에 2, 3위 유권자들의 선택은 휴지통에 버리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 채 지역주의 심화만 불러 정치 불신을 낳는 근원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원로 정치인과 학계‧시민사회 지식인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공유되어 왔고, 최근에는 여야 의원들이 결성한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의원들의 ‘소선구제 개편’ 논의를 촉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여야 양당과 정의당·시대전환 등 원내 정당이 모두 모인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은 지난 해 9월 2일 국회에서 첫 토론회를 연 이래 광주와 대구에서 순회토론회를 여는 등 공론화작업을 이어왔는데, 지난 달 23일 9번째 토론회의 공동주최자는 49명으로 늘었다.  

이탄희 의원에 따르면 토론회의 방향성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대로 행사 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것이다. 또 이 담론의 한 축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정치 무관심과 냉소, 포퓰리즘을 일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담고 있다.

그동안의 토론회에서는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과 동시에 비례대표제 확대, 정당기호제 폐지,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법 개정의 논의들이 이어졌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지방선거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조성주 전 정의당 전 부의장은 “다수당은 버티고 소수당은 비토놓기에 열정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정치”라며 “미디어 환경과 선거 기법이 달라진 만큼 선거제 개선의 효과도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며 여론을 반영한 선거제 개혁을 주문했다.이탄희 의원은 “현재 국회의원 소선거구가 행정구역과 너무 달라서 혼란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며 “권역별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민병덕 의원은 “지금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사법까지 장악하면서 삼권분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행정, 입법, 사법이 균형을 갖추기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이 재조정되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양정숙 의원은 “정당별 기호제가 원래는 없다가 유신체제 국가재건최고회의 때 만들어진 제도”라며 “거대양당에만 유리한 선거제는 기득권 지키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최형두 의원은 “국회의 비례대표 확대를 위해서는 지방의회 비례대표도 같이 확대해야 한다”며 “의원정수 10%에 불과한 현재 지방의회 비례대표제는 주민들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비율이 2대 1, 또는 1대 1까지 되어야 국민 비례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김성주 의원은 “국회의원과 기초, 광역의원의 역할이 모호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방선거 제도개혁도 선거제 개혁에서 발맞추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통합 정치개혁 의원결의’를 채택했고, 곧이어 3월에도 이재명·김동연 당시 두 대선 후보가 ‘정치교체와 국민통합 공동선언’을 발표해 정치개혁 추진을 재확인했으며, 지나 8월 전당대회에서도 민주당 전 당원의 이름으로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공식 채택한 바 있다.

한병도 의원은 진행되고 있는 정치개혁에 대해 “적극 공감하며 관심이 많고, 이번에 꼭 선거구제가 개편 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수흥 의원은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등에 대해 “나는 그런데 안 들어간다. 지역이 중요하다. 아무리 해 봐야 제도화가 안 되니까”라며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

선거구획정 앞둔 익산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하한 기준일이 한 달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익산시의 인구는 지난 11월 말 현재 27만4,317명이다. 이 중 익산 갑은 13만1,241명, 을은 14만3,076명으로 갑 지역의 경우 기존 인구 하한 기준인 13만6,565명에 5,324명이 미달한다.

이에 따라 2개의 국회의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한 기준일인 이달 31일까지 익산시 전체 인구를 둘로 나눠 갑‧을이 13만7,158면씩 확보하거나, 앞으로 한 달 동안 익산시의 인구가 대폭 감소해 둘로 나눠도 하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기존 의석을 잃게 될 처지에 있는 김제부안 또는 인구가 하한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연접도시 군산과 완주 등의 일부 행정구역을 합구하는 방안이 제시 된다.

그러나 민주당 갑‧을 지역위원회는 선거구획정을 통한 2개의 의석 유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특히 통상적인 예로 보면 선거구획정은 오는 12월에나 결론이 날 것이기 때문에 인구 하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선거구획정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개입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판의 이동이 또다시 중도하차 할 것이냐 이번에는 끝내 목적지에 당도 할 것이냐가 다가올 총선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