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협의 칼날에 저는 패가망신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선출직 단체장체제가 낳는 가장 큰 폐단은 일극 중심의 맹종이다. 단체장을 향한 맹종은 단체장의 임기가 길어질수록 심화한다. 승진하거나 요직에 전보된 직원들의 수가 단체장의 임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맹종이 일상화 한 조직은 사유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부패하기 마련이다. 조직의 정당성을 지탱하는 ‘적법과 공정’은, 과도하게 신분 상승에 경도된 직원이나 보은하려는 직원에게는 오히려 걸림돌 일 뿐인 탓이다.
최근 익산원예협동조합(이하 원협)에서 투영되는 불편한 민낯이다. 조합장 가족에게 점포 운영권을 주기 위해 기존 점포 운영자를 조직적으로 내쫓았다는 의혹을 낳고, 조합장을 비롯한 대출 관련자들이 고액 연체사고의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특정 직원의 인생을 조직 차원에서 짓밟았다는 의혹을 낳았으며, 적법하지 않은 개인 사찰 의혹을 낳았다.
나아가서는 인사위원회의 의결행위가 조합장 한 마디에 부정되었다는 의혹도 낳았다.
조합장에게 맹종하는 원협은 적법한 절차를 생략하는가 하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는 예단을 의사결정의 준거로 삼았으며, 의결기관의 결정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무효처리 했다.
특히 대출사기에 휘말린 사건에서 그 책임이 관련자 모두에게 있고, 최고 책임자인 조합장의 책임이 가장 무거운 데도, 원협은 대출 담당직원에게 일방적으로 과도한 불이익을 줬으며 민·형사 재판에서 담당직원을 어떻게든 낭떨어지로 떨어뜨리기 위해 전 조직 차원의 해코지를 자행했다.
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원협의 악랄성은 관련자 모두가 담당직원을 희생양 삼으려는 의도와 조합장 1인을 향한 맹종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본란이 원협의 자정기능 회복에 일말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나는 억울합니다”

앞선 검찰 수사결과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L씨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구속이었다. 그가 차가운 철창속에 갇혀있는 동안 어머니는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시집도 안 간 마흔살 여동생은 쇼크로 쓰러지더니 그대로 숨을 거뒀다. 아홉 살난 아들은 급변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뒀다.

“이런 지경에 감히 내가 나는 우울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L씨의 절규다.   

L씨를 상대로 한 원협의 고소와 검찰의 기소는 당초부터 무리였다. L씨는 주된 혐의(배임)와 관련한 검찰의 소명이 모호해 공소사실 대부분을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 담당자라는 이유로 대출사기범들과 함께 억울하게 구속을 당했다.

특히 검찰은 무려 1년 7개월 동안 1심 재판에서 공소장을 5차례나 변경하는 등 L씨에 대한 지극히 이례적인 처벌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법원은 주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L씨의 대출로 인해 원협의 재산상 손해 또는 그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대출 당시 L씨가 대출금 전부를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의도했다거나 인식했다는 증명이 없다는 취지다. 또 지난해 11월 14일의 항소심판결도 ‘배임’ 혐의에 대한 무죄를 재확인했다.

이 같이 무리한 검찰의 기소는 원협이 새로운 혐의를 창출하는 줄기찬 탄원서?진정서?의견서 등을 제출한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2022년 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서 1 차례 더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L씨를 배임죄로 처벌하기 위해 집중되었던 모든 노력은 결국 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건의 실체

원협은 2018년 6월 20일 L씨를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했다. L씨가 대출인들과 공모해 대출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시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1년 가까운 수사 끝에 2020년 5월 28일 L씨를 배임, 사기, 신용협동조합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L씨는 그로부터 4일 전인 5월 14일 구속됐다.

그러나 L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사기’는 2020년 11월 24일 검찰이 두 번 째 공소장을 변경 할 때 삭제되었다. 사기범들과 L씨가 공모해야 L씨의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인데 공모를 입증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1심 법원은 2021년 12월 9일 L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신용협동조합법위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판시를 요약하면 실제 차주는 2명(대출사기로 재판중인 브로커들)인데 6명의 차명에 각각의 여신한도를 적용해 한도액을 초과하여 대출해줬다는 것이다.

L씨는 이에 대해 “채무자들이 직접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고 대출서류에 자서를 했을 뿐만 아니라 서류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그런데 대출상담을 하고 대출서류를 작성 할 때 브로커들이 차명 채무자들과 함께 왔기 때문에 미필적으로라도 차명 대출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게 판결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원협의 잔혹성    

원협은 L씨의 1심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탄원서와 진정서 등을 10여 차례 법정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는 98명의 원협 직원들이 서명한 진정서( 2021. 9. 13일 접수)도 있다. 그들 중 대다수는 해당 사건 내용을 잘 알리가 없는데도 “L씨가 명의를 나누어 대출하는 것으로 하여 대출심사위원회 안건을 회피했다”는 등 관련없는 허위의 진정에 동원됐다.

원협이 제출한 한 탄원서(2020. 10. 13일 접수)에서 대출 책임자들은 대부분 여신업무로 잔뼈가 굵은 직원들인데도 불구하고 “대출책임자들은 비전문가들인데 L씨가 속여 결재를 받아 대출해줬다고 허위의 사실을 주장했다. 이 탄원서 제출자는 ‘1,400명 조합원 대표 김봉학’으로 되어 있다.

원협은 또 2021년 8월 20일 탄원서에서는 “여신 업무 지식이 부족한 여성책임자와 함께 현장 답사했다”고 주장했는데, 여성책임자들도 여신업무 취급 등 실무 전 과목에서 출제되는 4급 승진고시에 합격한 직원들이다. 이 탄원서 제출인 역시 ‘1,400명이 조합원 대표 조합장 김봉학’이 필두이고, 15명의 임원이 서명했다.
 이 밖에도 원협은 2020년 3월 17일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대출사기 브로커에게 특별승진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해달라는 인사 청탁을 해 특별승진대상자로 선정되자 해당 토지관련 대출에 착수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관련문서에 따르면 시상 신청자는 해당 농협 조합장으로 김봉학 조합장이 농협 창립 54주년 기념 정기표창 상신을 통해 우수직원 L씨를 특별승진대상자로 추천했다.

선무당들

2019년 2월 21일의 제1차 인사위원회는 대출 취급 소홀에 따른 손실발생사고 관련자 10명 에 대한 변상책임액 감액을 논의하고 징계 량을 결정했다. 그런데 대출 담당자 L씨에 대해서는 원심(농협중앙회 전북검사국 결정)이 정한 변상책임 비율 30%를 40%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다른 관련자들에게 허용 된 표창 감경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여신우대포인트를 사용 할 수 없도록 했다.       

여신우대포인트란 대출이 이루어질 때마다 적립되는 대출 금액의 일정액과 대출 이후 매월 발생하는 이자 수익의 일정액으로 구성된다. 여신우대포인트는 원협이 대출 사고발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신취급자별로 실적 포인트를 적립하는 제도다.

이날 인사위원회는 또 관련자 10명 중 9명에 대해서는 원심(농협중앙회 전북검사국 통지)의 결정을 준용했다. 그러나 대출담당 L씨에 대한 징계 량은 원심이 정직 6월로 결정했는데도 ‘징계 해직’으로 의결 했다. 
 
원심의 결정 통지 이후 새롭게 밝혀진 개인적 귀책사유가 없고, 해당 대출 취급 소홀 사건이 대출담당 L씨가 대출사기범들과 공모해 발생했다거나 고의적으로 저질렀다는 확증 및 법적 판단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인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