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에 머무는 비용 투입, 인구절벽과 도시소멸에 부응하지 못해

‘소멸 도시’, 익산시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한마디다. 각종 도시 지표들을 보면 익산시는 위기가 아니라 소멸에 봉착했다. 익산시의 지난해 합계 출산률은 0.77명(1,022명)이다. OECD 국가 중 꼴찌를 차지한 우리나라 합계 출생률 0.78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익산시의 가임여성 (15세-49세)은 7만 1,688명은 1,022명의 아이를 낳았다. 1.4%만이 아이를 낳은 것이다.이미 인구절벽 끝에 선 익산시의 현주소다. 생산가능인구 층이 빈약하다는 것은 2022년 한 해 동안 감소한 3,967명의 인구가 방증한다. 이 같은 지표를 감안하면 익산시의 인구 정책이 ‘청년’에 집중 된 것은 바람직한 방향성이다. 그러나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지역사회적 파업의 본질을 고민한 결과물인지, 또 더러 눈에 띠는 지역 맞춤형 정책이 실질적인 결과를 견인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Ⅰ 도시지표와 겉도는 정책
Ⅱ 고용시장 구조
Ⅲ 방향성

익산시의 재정자립도는 13.5%다. 자립재원은 일반회계상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몫으로 이전하는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을 포함한 자주재원은 9,333억원이다. 2022년 예산 총액 1조7,254억원 중 54.0%에 해당한다.

이 같은 열악한 자립도와 자주재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자치단체는 매년 치열한 국비 확보 전을 치른다. 익산시는 매년 국비 규모를 크게 증액하는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22년에는 5,560억원을 확보했다.

국가예산은 자치단체에 일정비율의 부담을 요구한다. 국비 5,560억원을 확보한 익산시는 관련 사업들을 완료하기 위해 1,737억원을 부담했다. 국비 총액의 21.4%에 해당한다. 광역단체인 전라북도가 부담한 766억원(9.4%)을 감안하면 국비에 대한 지방정부의 부담 비율은 30.8%에 달한다.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국가보조금이 절실한 입장이지만 자체재원 대부분을 국가보조사업에 붙이는 악순환을 감당해야 한다. 익산시는 지난해 일반회계 자체 재원 2,330억원 중 74.54%(1,737억원)를 국비에 매칭한 것이다.

자체재원의 원천은 인구다. 자방세와 세외수입 규모를 결정하고 지방교부세 규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익산시의 주민등록 인구와 출생아 수는 걷잡을 수 없이 줄고 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익산시의 일자리 창출이란, 인구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새롭게 늘린다’는 의미여야 한다. 그러나 익산시의 일자리 정책이란 기존 일자리 풀 안에서 고용을 지원하거나 단기적 비정규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6개의 공공일자리사업을 만들어 취약계층, 청년 1,188명에게 직접일자리를 제공했다. 이 직접일자리 급여 총액 94억4,700만원을 감안하면 1인당 급여는 795만2,020원이며, 이를 월 급여로 환산하면 66만2,668원 꼴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 같은 소득 불평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규직에 비하면 직무에 필요한 교육·훈련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비정규직의 전문성이 취약 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도 같은 문제를 양산한다. 숙련된 기술의 습득이나 자신의 인적자본을 형성할 기회를 박탈한다. 또 비정규직은 법률적 제도적인 차별과 사회복지의 축소라는 불평등을 강요받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은, 익산지역의 비정규직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 기회가 더 많은 도시로 떠나고 아이 낳기를 파업하는 현상을 치환시키지 못한다.

익산시에 따르면 익산시는 지난해 연중 8회의 취업박람회를 실시했는데, 50개 기업이 참여해 385명의 구직자와 상담했고 이 중 54명이 취업했다. 취업 성공률은 14.2%다.

익산시는 취업 후 6개월이 지난 청년에게 50만원, 1년 후에 50만원 등 총 5,400만원을 인센티브로 제공했다.

익산시는 올해 1월과 2월에도 취업박람회를 실시했는데, 20개 기업이 참여해 118명의 구직자와 상담했고, 26명이 취업했다. 취업 성공률은 21.6%다. 취업박람회에 대한 관심도와 취업률의 상당한 증가 추세를 보여준다.

중앙정부는 익산시의 이 같은 직접일자리 정책을 높게 평가해 지난해 7월 2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을 수여했다.

또 익산시가 표방하는 바와 같이 다양한 공공일자리제공은 서민 가계 안정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고, 취업 지원 서비스 제공을 통한 구직역량 강화 및 취업률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익산시의 이 같은 정책과 비용 투입은 노동시장의 기존 수요를 늘리는 성과보다는 제한 된 일자리 풀 안에서 고용과 취업간 가교역할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 정책에 대해, "지역 내에 정해진 일자리를 놓고 취업 경쟁을 하는데, 어차피 붙을 사람은 붙고 떨어질 사람은 떨어지는 것을 굳이 지자체가 나서 인력 채용을 공개적으로 주선하면서 성과를 운운하는 것은 전시행정에 다름 아니다. 또 이러한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것은 올바른 살림살이도 아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노동전문가에 따르면, 익산시가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일자리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성과 여부조차 평가 할 수 없는 형식적인 사업들에 예산을 낭비 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많은 일자리를 갖춘 기업 유치와 기존 기업의 투자 확대를 돕는 데 비용을 집중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익산시는 올해 직접일자리사업(공공일자리)을 비롯한 고용장려금 지원, 직업훈련 개발 훈련 등의 사업비로 106억3백만원을 쓸 계획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