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44개 업체 모두 협상력 갖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야

익산시는 낭산면의 한 폐석산에 부적정하게 매립된 폐기물(발암물질)을 적정한 매립장으로 옮기는 행정대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을 반입한 업체들이 행정대집행 비용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건건이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행정대집행 절차가 장기화 되는 등 터덕거리고 있다.

현장의 긴급성을 감안해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서 해당 업체들이 조치명령 이행을 위한 복구협의체에 가입 및 후속절차를 조속히 이행하도록 중재하는 것이 절실한 실정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낭산면 소재 석산복구지에 매립된 부적정폐기물은 총 143만톤이다. 익산시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을 실시했고, 총량의 7.4%에 해당하는 10만6천톤을 이적처리 했다. 이 행정대집행 비용 180억원 가운데 2021년 분 91억5,000만원과 2022년 분 88억5,000만원을 폐기물을 반입한 35개 업체들에게 각각 반입량에 비례한 비용을 납부하도록 계고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이 계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2021년 7월과 2022년 9월 처분 취소소송을 연거푸 제기했다. 주요 쟁점은 ‘지자체의 행정대집행 근거조항인 폐기물관리법 제49조 2항이 2019년에 신설됐고, 최초 부적정폐기물 매립사실이 적발된 2016년에는 해당 법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소급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고, 법원은 “불법행위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어서 이유 없다”며 기각해 익산시의 행정대집행은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런데 소를 제기한 업체들은 포기하지 않고 쟁점을 추가해 2021년 7월 및 2022년 9월에 제기한 두 건의 계고처분 취소소송은 1심 법정에 그대로 계류되고 있다. 추가 된 쟁점은 익산시의 계고처분과 행정대집행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고, 비용 납부 명령도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익산시는 해당 업체들이 폐석산내 발암 성분이 섞인 폐기물 제거 및 침출수 적정처리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주변 마을과 생활터전 및 하천에 침출수가 범람할 위험이 상존하는 등 긴급성을 감안해 관련법에 따라 계고처분과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는 반박이다.

실제로 석산 복구지에서 계속 시커먼 침출수가 발생하고 있고, 심각한 악취를 풍겨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해당 사건을 심리중인 재판부도 지난 달 30일 현장 검증에 나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익산시와 주민들은 해당 업체들이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긴급성을 확인하는 절차이행 없이 행정대집행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등의 억지 논리로 소송을 질질 끌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본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체들이 지자체가 진행하는 절차와 대응의 부당성 시비를 조장해 소송의 쟁점을 흐리며 시간을 끌고 있다”면서 “다 차치하고 해당 석산복구지에 매립된 폐기물이 재활용이 아닌 것은 명백한 사실인 만큼 행정대집행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업체들이 제기한 소의 청구 이유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적정 폐기물을 해당 석산에 반입한 업체들은 총 44개사 인데, 원상복구를 이행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행계획 자체가 없다”며 “그나마 35개사는 소송을 제기한 반면, 8개사는 지난 2019년 11월 복구협의체를 구성해 조치명령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일말의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35개사는 해결의지가 있는 복구협의체의 의사결정까지 교란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시는 이 문제와 관련해 갑이 아니라 을이 된 형국이다”며 “위법한 정도를 보면 허가 업에 대한 취소도 할 수도 있는데, 허가 취소를 할 경우 행정대집행 비용 환수 대상이 사라지게 되는 만큼, 이들 업체들이 어떻게 든 업을 영위하도록 해 비용을 책임지도록 해야 하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업체들은 소송으로 비용 납부를 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과, 복구협의체에 가입해야 비용 납부액 및 납부방식 등과 관련한 협상력이 생긴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등 정치권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익산시는 해당 업체들에게 비용납부를 계고 한 만큼 사전절차가 마무리되는 9월께 제 2차 행정대집행을 개시 할 계획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