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방지와 비례 의석 수 유지”, 국민의 뜻 앞에 ‘복지부동’하며 차일피일 시간 끌어 

제22대 총선이 가시거리에 다가왔다. 예비 입지자들이 제법 뚜렷하게 대두되고, 갑·을 선거판도 역시 각 예비 캠프의 예측이 어렵지 않은 국면이 됐다. 여러모로 민주당 경선과 본선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초의회를 민주당이 과점하고 있고, 지역 국회 의석 역시 민주당이 독점하는 체제의 장기화에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다. 특히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역을 고민하지 않고, 유권자들을 경시한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지역 대표의 권한을 시민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정당의 이익이나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에 경도되어 야합을 일삼고 있다는 시각이 고착화 되고 있다. 큰 틀에서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각종 부정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국힘당에 틈을 줬고, 국힘당 익산지역은 ‘이번에는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모양새다. 여·야 거대 정당이 상대방의 실수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위해 이전투구를 불사하는 와중에 ‘제 3지대론도’ 만만찮게 대두되고 있다. 어쨌든 내년 4월 총선은 다양한 이유로 변수가 크기를 바라는 정치인을 양산하고 있다. 22대 총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선 등 선거법 개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편집자 주>

민주당은 새 선거제를 도입한 주역이었지만, 새 선거법을 사문화시킨 공동정범이다. 민주당이 제22대 총선을 치르기 위해 선거제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새 선거제를 준수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은 복지부동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몰려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세로 보는 관점이 적지 않다. 22대 총선은 21대에 국회의석을 구성한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다. 민주당은 시험대에 올랐고, 자기 성찰과 혁신을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할 시간은 갈수록 촉박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그 시험대를 결코 피할 수 없다. 어떤 행보가 거대 야당의 지위를 지키는 길인지 각고의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제21대 총선을 앞둔 여·야는 각자 당론을 사수하기 위해 배수의 진을 불사했었다. 결국 민주당이 양보 끝에 고수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회를 통과했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연동형’을 50% 축소한 ‘준 연동형’은 허울만 남았는데, 게다가 여러 제약이 개입하면서 누더기 선거제의 전형이 되었다.

그나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치생태계의 다양성 확보’ 또는 ‘소수 정당들의 대표성 확장’이라는 ‘연동형’의 최소한의 본래적 의미조차 퇴색시켰다.

국민의힘은 당초부터 ‘연동형’의 반대쪽에 있었다고 하지만, 국민의 뜻을 받든다며 반쪽짜리에다 누더기 선거제(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관철시켜 일대 흥행수익을 누렸던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비례의석을 훔쳤다. 이 같은 민주당의 퇴행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민을 배신했다는 책임론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리는 모든 국민의 권리행사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표(死票)를 줄이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며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제도다.

그런데 여·야간 긴 충돌 끝에 절반의 비례대표를 뽑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하면서 비례성을 축소했고, 연동형 의석도 30석으로 제한하면서 또다시 비례성을 축소했다. 게다가 비례의석 17석을 비연동형인 병립형으로 존속시키면서 누더기 선거제도의 전형을 보여줬다.

나아가 민주당과 국힘당은 정의당 등 소수정당으로 가야할 표를 가로채기 위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해 새 선거법을 사문화시켰다. 새 선거법은 폐기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국힘당은 일찌감치 국회의석을 대폭 줄여야 한다며 야당의 선거법개정 논의에 초를 치고 있지만, 문제투성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재개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방법론은 차이를 보이지만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야 국회의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초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책무는 거기에 비례한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선거제 개혁을 주제로 진행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의원 다수는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민주당 의원 30명과 비교섭단체 2명 등 32명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현행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조합된 선거제를 지지했고, 민주당 3명, 국민의힘 16명 등 19명은 전국·병립형을 지지했다. 민주당 6명, 국민의힘 10명 등 16명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했고, 민주당 1명과 비교섭단체 3명 등 4명은 전국·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했다.
지난 1월 30일 출범한 초당적 정치모임은 전원위원회에서 나온 안들을 근거로 전문가 검토와 토론회 등을 거쳐 합의가능한 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초당적 정치모임의 활동은 서서히 동력을 잃었다. 선거제도 개편 공론화는 오리무중이고, 6월 중 단일안을 내놓겠다던 열의도 식어 흐지부지 됐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귀에는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최대다수가 찬성할 수 있는 정치개혁안을 만들겠다”던 초당적 정치 모임의 선언이 귀에 쟁쟁하다.

재야와 정치인들은 “국민의 투표 절반 가까이를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패자배제’를 고착화시켜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 국민에게 큰 실망만 안기는 국회를 부추기고 있다”며 선거제 개편의 절박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회의장은 이 달 초 15일까지 선거제 개편 협상을 끝내달라고 촉구했다. 선거법 개정이 7월 중 끝나야 8월 중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고, 9월 정기국회부터는 현안과 관련 된 의안 처리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정기국회에 일단 들어가면 선거법을 다룰 여지가 거의 없고, 예전처럼 선거가 임박한 시기까지 늘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또다시 졸속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민주당 내부의 중론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위성정당 방지 방안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재야와 법조계에서는 “획정위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축소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