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추진하는 전북산재병원 건립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노동부가 용역비를 반영했으나 기재부 단계의 3차에 걸친 예산심의 전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익산시는 국회를 대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장차 전북산재병원의 서비스를 공유할 전북 정치권의 한목소리가 절실하다.
익산시는 4,5000㎡의 부지에 연건평 25,600㎡, 200병상 규모의 전북산재전문병원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비와 의료장비 등 총 1,250억원이 소요될 사업비는 전액 국비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업기간은 2024년~2028년까지다.
산재전문병원 건립사업 내용은 전북권 및 충남 서남부 산재거점 전문 치료 및 재활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특화진료과 운영(암·백혈병 등 업무상 질병관련 재활의학과 및 전문치료센터 운영 및 진폐전문 호흡기내과·다문화 복합의료지원을 위한 가정의학과 운영), 산재환자 예방사업(방문형 상담·교육·산재예방 안전보건 컨설팅) 등이다.
익산시는 전북산재전문병원을 익산에 건립해야 하는 당위성으로 우선 전라북도에서 제조업체 (3,173개)와, 종사자수(25,204명)가 가장 많은 점과 10인 이상 제조업체 411개(22.7%) 및 종사자 18,864명(22.3%) 등도 도내 1위인 점을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북 재해다발 상위업종은 건설업, 제조업,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순이며, 산재로 인한 요양재해율은 전국 4위로 높다.
전북산재전문병원 건립의 필요성으로는 산재의료재활 사각지대 상존과 직업성 질환자 증가를 든다. 민간병원은 저수익성을 이유로 산재 환자를 기피하고, 재활 분야는 원가보전율(75%)이 낮아 투자를 꺼리는 탓이다. 또 첨단산업 등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직업성 질환 증가로 유해요인과 질병과의 인과관계 규명 및 첨단 치료기법 개발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장기 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아급성기(병의 진행과정에서 급성기를 지난 시기) 환자의 진료 인프라가 전무하고, 산재지정 의료기관 268개소만 운영 중이다. 지역균형과 산재환자 건강권을 위해 전북권에 산재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한 당위다.
특히 전라북도 산업단지 총 94개소(완료 85, 조성중 5, 예정 4) 중, 새만금산업단지(18.5㎢,560만평), 완주테크노밸리 제2단지(2.1㎢, 64만평) 등 조성으로 향후 50,800명의 산업인구가 신규 유입돼 익산·전주·군산 등의 산재 환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북산재전문병원 건립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전북지역의 요양재해율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14개 시·군과 충남 서천군(보령군) 일원을 진료권으로 설정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의 골자를 보면, 연간 산재 환자 수는 약 4,000명(±0.5%) / 외래환자수 : 약 230,400명, 새만금산단 고려 시 2030년 이후 263,400명 추정된다.
입지는 전주·익산·군산의 중심점인 만경강 수변도시 일원이 1순위로 분석됐고, 목천동 일원이 2순위, 익산역 역세권이 3순위로 꼽혔다.
익산시는 지난 해 6월 3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를 접촉해 산재전문병원 건립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타진한 이래 같은 해 7월 20일 산재전문병원 익산시 설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 연구용역에 착수해 올해 3월 16일 완료 했으며, 연구용역 과정과 완료 이후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 전라북도 관계자를 지속적으로 만나 해당 사업의 추진을 관철시켰다.
전라북도는 전북산재전문병원 건립사업을 2022년 중요사업으로 선정했고, 익산지역 국회의원과 전라북도 관계자, 익산시장 등이 해당사업에 대한 국비반영을 줄기차게 건의해, 지난 5월 30일 고용노동부 예산안에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이 반영됐다.
그러나 정헌율 시장 등 익산시 관계자들의 예산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재부 3차 예산심의에서도 해당 사업의 용역비 전액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일단 용역비가 국가예산으로 편성되면 사업비도 자동 연계되기 때문에 기재부가 제조업의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나 울산에 건립중인 점 등 부정적인 현상만 중시한 탓이다”며 “해당 용역비를 국회 쪽지예산에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우리시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남원과 군산에는 공공의료원이 있는데, 전주와 익산은 민간 대형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역간 의료 불균형 문제도 크다는 점과, 익산은 철도와 서해안고속도로 등 광역교통 중심지로서 우수한 접근성으로 전북권 및 충남 서남부 산재환자의 신속한 치료와 교통비 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국회 설득 과정에서 강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익산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요산재 질환 중 진폐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익산을 비롯한 남원, 충남 보령 등은 토석채취와 석재가공이 향토산업이어서 진폐환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광대학교병원이나 전북대학교병원 등과 협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산재전문병원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