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 “조합원들 위에 군림하며 사익 취한 일, 조합 운영 근간 흔든 것 책임져야”

익산원예협동조합(이하 원협) 본점(모현동) 건물 1층 하나로 마트 내 임대점포 운영권을 원협 조합장 며느리에게 넘기는데 부당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한 관련자들에게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원협 임대점포(‘김코너’) 사건을 감사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초 김봉학 조합장을 비롯한 상임이사, 하나로 마트 축산코너 팀장 등에게 ‘주의 촉구’를, 하나로마트 점장과 부점장, 점포 임대관리 담당계장 등 6명에게 견책처분을 각각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열린 원협 인사위원회는, 수상경력이 있는 부점장에 대한 징계를 견책에서 ‘주의 촉구’로 경감하고 나머지는 원안 가결했다.   

원협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결정은, 관련자들이 규정 또는 절차 및 윤리·행동강령 등을 위반한데 따른 것이다. 처분 내용을 보면, 하나로 마트 축산코너 팀장은 기존 ‘김 코너’ 점주에게 “조합장 며느리가 입점하려고 한다”며 점포 연장계약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하나로 마트 점장 등은 ‘김 코너’ 새 점주 모집공고 기간을 규정보다 짧게 하는 등 김봉학 조합장 며느리의 ‘김 코너’ 입점을 도왔다는 판단이다.

원협 관계자는 “특히 김 코너 점주는 원협에 피해를 입힌 적이 없는 모범 점주였는데, 하나로 마트 축산코너 팀장과 점장이 계약해지를 종용하거나 연장계약을 해주지 않은 것은 임대차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다”며 “이는 조합장 며느리가 김 코너를 운영하도록 원협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을 한마디로 말해준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반적으로 생각 할 때 어떤 조합장이 아들 며느리가 기존 점포의 점주를 몰아내고 그 점포를 하고(운영) 싶다고 할 때 그러라고 할 수 있겠냐”며 “더구나 며느리의 점포 입점 절차를 철두철미하게 하라고 지시 한 것이 직권남용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사건 브리핑

A씨는 2015년 1월 20일 원협 하나로 마트 개장과 함께 ‘김 코너’를 입점했다. 개척기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먹기 좋고 맛있는 대기업의 김을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김 맛을 개발하면서 산더미 같은 김을 버려야 했고, 김에 바르는 기름도 좋은 걸로 직접 짜서 바로 썼고, 맛을 찾다보니 김 굽는 기계를 3차례나 바꿔야 했다.

빛을 본 것은 3년 만 이었다. 영등동·부송동 같은 먼곳에서 찾아와 줄 정도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매출액이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2년 동안은 연 매출이 3억을 넘길 정도로 하나로 마트 모현점의 반찬가게, 빵집과 더불어 사람들이 연일 북적이는 3대 점포로 유명세를 떨쳤다.

2022년 새해에는 품질 좋은 원재료(김)를 충분하게 확보했다. 계약 만료가 기간이 6월 말이었으나, 걱정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수익 중 10%~15%의 임대 수수료를 단 한 번도 밀리지 않는 등 원협이랑 사이가 좋았고, 말하지 않아도 자동연장이 되어왔던 터였다. 설령 원협에서 점포를 빼라고 하더라도 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3년은 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3월 30일이었다. 하나로 마트 축산코너 팀장 B씨가 할얘기가 있다며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근처 커피숍까지 찾아왔다. 그는 “김봉학 조합장의 아들 며느리가 ‘김 코너’를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A씨는 ‘아흔 아홉 가지 가진 사람이 한 가지를 더 채우려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막막해지고 ‘없는 사람은 억울해서 어떻게 사는가’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권력 앞에서 어쩌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념한 A씨는 B씨에게 “조합장 며느리에게 김조리 기계와 김을 인수 하도록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B씨는 “며느리가 인수 안 한다고 하더라. 아무것도 안 받고 들어온다더라”고 일축했다.

A씨는 4월 1일 원협 하나로 마트 사무실에서 점장 C씨를 만났다. A씨는 B씨의 말이 무슨 소리냐고 물었고, C씨는 “아들 며느리가 ‘김 코너’에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는 “버텨도 소용없겠구나”하는 낙담에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며느리가 기계하고 김을 인수하도록 도와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C씨는 “나는 그런 말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A씨의 거듭되는 사정에 C씨는 “그 사람들 보통사람들이 아니다”며 단념을 권유하면서 “점포 계약 해지서를 내밀었다. ”지시가 내려와 나도 어쩔 수 없다. 조합장 볼 면목이 없어 피해 다닌다“며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A씨는 “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추석까지만 이라도 장사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지만, C씨는 “어차피 아들 내외는 들어 올 것이고 그것은 안 된다”고 했다.

A씨는 여기저기에 김을 헐값에 처분해야만 했다. “사람이 이래서 죽는구나”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매일 밤잠을 못 이루고 엉엉 울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감사를 실시한 원협 감사 D씨에 따르면, B씨는 A씨를 같은 날짜와 장소에서 만난 것은 인정하면서도 “며느리가 김 코너를 하고 싶어 한다더라”는 소문만 전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C씨는 “계약기간이 만료와 관련해 A 씨에게 일주일 동안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봉학 조합장은 기자에게 “며느리가 지인들에게 김 코너를 해보겠다고 했나 보더라. 지금 살고 있는 집(모현도 오투그란데)과 가깝고 애들도 다 크고 해서 그랬나 보더라. 나는 18년 동안 조합장 하면서 조그만 소리도 들을 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며느리의 김 코너 운영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한다고 하기에 직원한데 철두철미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A씨는 “김봉학 조합장은 최근까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조합원들 앞에 사과 한마디 없다. 되레, 각자 직분에 따라 부조리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한 일을 공격하면서 재갈 물리기를 일삼고 있다”며 “나는 ‘아,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가까운 거리에서 접한 일부 원협 조합원들은 “익산 원협 ‘김 코너’ 사건의 전말을 감사한 농협 중앙회는 관련자들을 징계했다. 해당 사건을 ‘사고’로 결론지은 것이다. 그러나 김봉학 조합장은 원협의 최종 징계처분 이후 4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조합장(가족)이 조합원들 위에 군림하면서 직권을 남용해 사익을 취했다는 것을 방증하며, 형사처벌 대상이다. 또 조합장의 이 같은 전횡은 원협의 명예를 실추시킴으로써 원협 운영의 근간인 신용사업(금융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막대한 손실을 초래 할 수도 있다. 김봉학 조합장은 마땅히 모든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 했다.

원협은 감사결과와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함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요구 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된다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1,500여명의 조합원 명예를 훼손한다는 사실을 각별히 유념하라”며,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을 보도를 하면 민·형사상 고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해 왔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