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인 인사는 오히려 조직을 썩게 할 것”

익산시 직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헌율 시장 발 ‘능력인사’ 예고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장급 승진 인사요인이 없어 이번 국장급 2명과 과장급 7명의 승진이 걸린 하반기 정기인사는 어느 때 보다 주의를 끈다. 3선에 성공한 정 시장이 첫 인사를 앞두고 선언한 새 인사 방향성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다.

정 시장은 6.1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첫 출근한 날 간부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승진 대상자 중 “50%는 성과를 낸 직원을 승진시키겠다”고 선언해 익산시 공직사회는 일찌감치 술렁거렸다. 그는 며칠 뒤의 기자간담회에서도 “능력위주의 승진인사를 늘려나가겠다”며 ‘가변성 높은 인사’를 공식적으로 표방했다.

7월 초순에 단행 될 하반기 정기인사의 국장급 승진자는 2명, 과장급 승진자는 7명으로 예정되어있다. 강태순 복지국장·이영성 경제관광국장 등 2명과 박인곤 세무과장·박종석 국민생활관장·이재경 남중동장·한태우 황등면장 등 4명이 6월 말 부로 공로연수에 들어가고, 김형석 함열출장소장이 와병 때문에 명퇴했기 때문이다.

총 10명의 국장급 승진 대상자 가운데 김영희, 김형훈, 정기운 등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3강이 유력 승진대상자로 거론되는 이유는 기피부서에서 불편과 불안을 감내하며 장기간 분골쇄신 한 점, 전문부서에서 종횡무진하며 성과를 내고 전문성을 구축했다는 점, 공직사회 내부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을만한 덕망을 갖췄다는 점 등이다.

익산시 내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과장급 승진 대상자는 강동혁, 김소철, 박경희, 엄미리, 김은하, 하명남, 최윤정, 엄은용, 송지영, 고민호, 백현기, 황석순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존의 승진 조건은 능력인사 혹은 ‘발탁인사’ 앞에서는 의미를 상실한다. 또 직원들이 꾸준히 쌓아 올린 근무평정도 승진대상자를 추리는 기준에 불과할 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직원이라도 승진을 확신 할 수 없다.

정 시장이 재입성 첫날 50% 발탁인사를 선언하자 익산시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인사 절반을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것이냐”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여기에 “정 시장 눈에 자주 띄고 아부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비아냥거림도 따라붙었다.

더구나 하반기 인사의 기준이 될 2022년 상반기 중 4월과 5월은 정 시장이 선거를 치르기 위해 자리를 비웠던 기간이어서, 이 공백기에 “음지에서 선거를 도운 공무원들이 있다면 절대적으로 승진에 유리하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불렀다.

무엇보다 7월 인사를 앞 둔 상반기 마지막 달(6월), 정시장이 초도순시격인 ‘주민과의 대화’를 목하 소화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권투 선수에게 마지막 라운드가 중요하듯 이번 일정 중에 정 시장 눈에 든 직원이 승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정시장의 새 인사방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느슨한 공직사회를 자극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발탁인사’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납득할 만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의적인 인사는 오히려 일하는 분위기를 해치고 과잉 충성과 줄서는 문화를 고착화시켜 조직을 썩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산시 인사부서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들에 대해 “능력인사를 위해 성과지표를 명확한 기준으로 삼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말씀하시는 성과란 국비확보나 굴지의 기업유치 등이다”고 설명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