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상실‧무뢰배적 갑질에 취한 현역의원들 본선행

익산시는 폐기물수집‧운반‧처리(이하 폐기물처리) 방식을 ‘성상별’로 나누었던 체계를 ‘권역별’로 변경하는 체계 개편 동의안을 의회에 상정했는데, 비효율적인 면이 발견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자 체계를 원점으로 돌리는 수정 동의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익산시의회는 집행부가 의회를 무시한다며 부동의 처리했다. 익산시가 스스로 잘못을 시인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안건에 대해 의회는 제대로 된 토론조차 하지 않았다.

익산시의 폐기물처리는 수 십년 동안 K공사가 독점해 왔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는 그 아들이 업을 이어받으면서 민간업체도 아닌 공공사업체를 세습하는 황제경영이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익산시의회는 이 같은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잘 알고 있다.

민선 4기를 이끈 이한수 시장은 과감하게 그 부조리 개선에 나섰다. K공사가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던 체계에서 음식쓰레기와 공동주택 재활용품을 떼어내 사업권을 성상별로 3분하는 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K공사는 익산시 전 지역의 생활폐기물만을 처리하게 됐다.

그런데 익산시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폐기물처리 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공동주택이 집중된 도시지역의 생활폐기물 및 재활용품을 K공사가 맡고, 농촌지역의 생활폐기물 및 재활용품은 기존 재활용품처리사업장에서 맡는 권역별 운영체계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당장 기존 재활용품처리사업장에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농촌쓰레기를 맡기는 반면, ‘K공사에 이권을 몰아주는 것이다’는 지적을 초래했다. 또 재활용품 처리의 전문성을 도외시하는데다 사람과 장비를 늘리게 돼 연간 20억원 가량의 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키는 등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이며 혼란만 부추긴다는 여론이 일었다.

익산시는 공청회 등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를 발견하고 의회에서 기 통과된 권역별 폐기물처리 체계를 기존 성상별 처리체계로 수정하는 동의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의회는 앞선 권역별 폐기물처리 동의안에 대한 의회의 부실한 심의를 바로잡으려 하는 대신 “의회가 이미 동의한 것에 대해 다시 수정안을 상정하는 것은 의회를 경시하는 것이다”며 수정 동의안을 부결했다.

정체성을 상실한 채 급여를 축내며 퇴행적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무시당해 마땅한 무책임한 의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직무유기‧특혜제공에 눈감은 의회

익산시는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 운영 관리 조례'를 위반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익산시는 5년마다 한 번씩 도매시장 위탁자를 재지정 해야 하지만 2015년 부터는 조례가 요구하는 재지정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문제가 공론화 됐으나 익산시 의회는 익산시와 도매시장 수탁자(원예협동조합, 이하 원협)의 이상한 해명을 수긍하고 조례위반에 대한 심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

재지정 기간 도래를 앞 둔 원협의 한 간부는 국민신문고에  "농협공판장도 일반 법인처럼 5년에 한번 재지정 받아야 하느냐"는 질의를 했고, 이에 농림수산부유통정책과는 "농협공판장은 농안법 제2조제5호에 따라 지역농협과 중앙회가 농산물을 도매하기 위하여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개설‧운영하는 사업장을 말하므로 일반 도매시장 법인처럼 도매시장 개설자에게 재지정을 받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했기에 재지정 하지 않고 자동연장 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도매시장은 '농협공판장'이 아니라 '익산시 공판장'이다. 지역농협과 중앙회가 개설‧운영하는 사업장이 아니라, 익산시가 개설‧운영을 위탁한 공공도매시장이다.

그런데 개설 주체와 운영 주체 간 결탁 및 특혜 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도 익산시의회는 익산시와 원협의 견강부회를 그대로 받아들여 조례위반 사항을 검증 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익산시 원예협동조합은 5년 동안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농산물 관련 도매 및 필수시설을 이용하고 위판 사업권을 행사해 온 꼴이다.

상급기관의 유권해석이 필요했다면 질문은 “익산시가 개설‧운영하는 익산시 공공도매시장의 수탁자는 5년에 한 번 재지정 받아야 하느냐”여야 맞다. 이에 대한 답변은 “당연한 질문을 왜 하느냐”다. 도매시장의 운영‧관리 기준을 정하기 위해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운영 관리조례’가 제정됐기 때문이다.

이 조례 9조에 따르면 지정기간이 만료 되어 재지정을 받고자 하는 도매시장법인은 지정 기간 만료 30일 전까지 시장에게 재지정 신청을 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익산시는 도매시장 수탁자의 재무건전성과 거래규모, 순자산액 비율, 보증금 등 신용평가운영평가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거나 기준에 미달 될 경우에 재지정하지 않을 수 있고 공모절차를 통해 신규 법인(수탁자)을 지정해야 한다. 
그러나 의회는 익산시의 직무유기 책임과 불법행위에 대한 지도단속 의무를 해태 한 책임을 일절 묻지 않았다.
.
한편 도매시장(목천동 916-4)은 익산시가 226억 원을 들여 3년에 걸쳐 건설했다. 익산원협은 도매시장을 개장한 1980년 이래 현재까지 22년 동안 농산물 관련 도매 및 필수시설과 위판 사업권을 독점해 왔다. 익산원협의 연평균 거래실적은 700억원(4만여 톤)을 웃돌며, 위판 수수료는 연 평균 30억 원에 육박한다.

찍어누르기 갑질에 취한 ‘빈수레’

제 8대 익산시의회는 ‘빈 수례가 요란하다’는 격언을 극명하게 보여 줬다. 집행부가 의회를 경시한다는 이유로 ‘의원들의 질의에 서기관급(국장) 이상만 답변하라’는 감사 준칙을 세워 집행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이를 강행해 ‘역대 가장 비효율적이며 불통의 의회’라는 반발을 샀다.

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의회가 거꾸로 기득권과 결탁해 특혜 제공에 앞장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길을 의식하지 않은 채,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무뢰배 코스프레에 취했다는 빈축을 샀다.
의회의 ‘찍어누르기’ 갑질에 감사장 곳곳에서 집행부 직원들의 소심한 반발이 이어졌고, 의회와 집행부간의 소모적인 감정 충돌이 속출했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은 의회집행부의 부당한 회의진행 준칙에 반발해 담당 과장이 직접 답변하도록 허용하는 등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이면서 최악의 불협화음을 냈다.

무엇보다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 익산시의회의 행태는 민주당 독식의 폐해에 대한 고민을 부추겼다. 그러나 민주당 전북도당 공관위는 6.1지방선거 익산시의원 경선에 참여한 모든 현역의원들을 재 공천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