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된 3위 업체는 급조된 전기공사업체, 측근 A씨 중간역

익산시 공무원 A씨가 지난해 8월 120억원 규모의 '절전형 보안등 교체 에너지절약용역사업(이하 에스코사업)'을 시행하면서 익산시장의 측근 브로커 B씨와 공모, 사업내용에 맞지 않은 업체를 들러리로 세우고 담합해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익산시민 D씨에 따르면, 익산시는 지난해 9월 에스코 사업을 시행하면서 89억원에 입찰한 1위 업체와 93억원에 입찰한 2위 업체를 배척하고 99억원을 써낸 3위 업체를 선정해 지방재정에 손실을 발생시키고 담합 의혹을 초래했다.

특히, 탈락한 1위와 2위 업체는 익산시가 공모요강에서 제시한 정격전압 70W를 위배하는 73W를 써냈고, 이것이 심의과정에서의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되어 고의 탈락했다는 것이다.

반면, 전국의 에스코사업 용역에 입찰한 관련 업체들은 모두 정격전압을 70W로 제시해 낙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익산시의 경우처럼 정격전압을 73W로 제시해 탈락한 업체는 발견되지 않아 D씨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한, 같은 이유로 1위 및 2위가 탈락하고 3위가 낙찰 받은 사실이 익산시 자료에 의해 확인되었다.

D씨는 이와 관련, "이한수 익산시장은 시장에 당선되기 전 전기공사업을 경영했고 이한수 시장이 경영하던 전기공사업체는 현재 전라북도 도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같은 전기공사업체는 익산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말했다.

D씨는 이 같은 사실에 기초, "익산시장의 측근 브로커인 B씨는 익산시장에게 전 국회의원 E씨가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막역하니 공천에 도움을 받으려면 전 국회의원 E씨에게 공사를 따줘야한다고 했고 시장이 이를 수락했다"는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했다.

D씨는 같은 고발장에서 "브로커 B씨는 전 국회의원 E씨의 측근으로 활동하다 현직 시장이 당시 민주당 익산시장 후보가 된 후 이를 도와 당선시킨 기획실 멤버로서 전 국회의원 E씨와 현직시장 등 양쪽의 비리사실을 움켜쥐고 이권사업을 하는 자"라고 폭로했다.

담당 공무원은 이에 대해 “브로커 B씨를 익산에 사는데 모르겠느냐. 지나다가 들러 인사할 정도의 면식일 뿐이다”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들을 일절 부인했다.

급조된 회사, 사전에 모의 공산 높아
정격전압 70W, 갓 입문한 사람도 알아

3위이면서도 낙찰을 받은 H업체는 익산시가 제시한 자격을 맞추기 위해 이 에스코사업이 시행되기 1년전인 2008년 6월 18일자로 태양에너지 관련 사업을 등기부등본에 등재했다. 게다가, H업체는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사전에 회사 3개를 흡수합병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특히 익산시는 H업체에게 사업권을 주기 위해 고의로 제한입찰을 통해 입찰조건을 강화한 다음 참여할 수 있는 회사의 사업실적을 많게 하여 타 업체의 참여를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산시 자료에 따르면, 타업체가 많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입찰참가자의 자격 수위를 높게 조절하여 입찰 공고했다.

익산시는 "최근 10년 이내 동일종류(에스코사업) 단일준공실적 20억원 이상인 업체"로 한정하고,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25조 및 동법시행령 제30조 규정에 의한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1종 또는 2종으로 등록하고, 전기공사업법에 의한 전기공사면허를 소지한 업체"이어야 하며, 앞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을 공모내용에 적시했다.

이 경우, 전북의 전기공사업체 가운데 2개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한 전기 관련 전문가는 "에스코사업에 참여하는 자가 정격전압을 70W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이 업종에 갓 입문한 사람도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일이다"면서, "전국에서 이전에 에스코사업을 실시한 업체 모두가 70W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73W로 기록한 것은 담합의혹 정도가 아닌 담합사실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참여업체끼리 서로 이익 공여

한 전기공사 전문 관계자에 따르면 "담합에 의해 한 업체가 100억에 낙찰될 경우 60%인 60억은 실 자재, 하도급 20억은 입찰회사가 3개일 때 5억씩 15억과 이에 대한 이자 5억을 나누는 것이 관례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사업은 공사 후 150W에서 70W로 낮춘 전기 요금의 차액을 시설 업체가 5년간 가지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임에도 입찰 참가업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가져오는 정격전압을 높이 써서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높게 써 자격을 상실한 납득하기 어려운 입찰이었다"며, "입찰과정에서 1위업 체로 선정된 업체보다 10억원을 높게 쓴 3위 업체를 익산시가 적격심사에서 선정한 사건으로, 담합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문제의 에스코사업은 현재 설치된 나트륨등 150W(소비전력 173W) 램프를 절전형 램프인 세라믹메탈(CDM, 소비전력 70W) 램프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