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춘포와 웅포에서 만세운동

3월 10일 웅포(곰개)장날에 보성고보를 졸업한 김윤옥, 심명오, 김창식이 중심이 되어 장꾼들에게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배포하고 3월 10일은 익산 군 전 지역에서 일제히 일어나 독립만세운동에 참여 하자고 외쳐 나가니 수백 명의 장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앞장서서 조선독립만세를 연 호하여 나가다가 일본헌병에 연행되었다.   

28일 오후 1시경에는 춘포에 사는 소진석이 수십 명의 동지들을 장에 모이게 하고 그들 앞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며 계속하여 조선독립만세를 외쳤다. 삽시간에 수백 명의 군중들이 모여들었다.

소진석은 “우리 조선사람으로서 조선의 독립을 원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각 처에서 모두들 조선독립을 위하는 만세운동에 가담하고 있으니 우리도 독립을 경축하는 만세운동에 참여하자”고 외치자 군중 속에서는 누구의 선창인지도 모르게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 만세의 함성이 춘포면 전 지역에 메아리쳤다.

대열은 큰 거리로 행진하여 나오다 마침 무장한 헌병대와 충돌하였다. 군중들은 어쩔 수 없이 해산되고 시위를 지휘하던 소진석 등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이렇듯이 함열, 황등, 성당, 용안, 삼기, 망성 등 익산 민중들의 독립을 갈망하는 그 함성 소리가 매일 밤 각 면소제지 뒷산에서 횃불 봉화 시위로 승화되어 나갔다.

익산에서 전개된 독립만세운동의 양태를 살펴보면 초기 시위를 주도하던 천도교의 활략이 컸던 만큼 김광억, 송종식, 이정박, 사국, 이명석 등 천도교 지도자들이 일본 헌병대의 사전 검속 대상자로 지목되어 연행 당하였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남전교회와 고현교회, 서두교회, 모산교회, 제일교회, 황등교회, 동련교회, 낭산.용산교회, 웅포교회 등의 예수교(야소교) 지도자들이 중심 되어 조선독립 만세운동으로 확산되어 나가게 된다.

4) 이리장날 4.4 만세운동 - 솜리 장날의 전초전

익산에서 일어난 만세운동 전략이 장날을 기하여 장꾼들과 함께 일어난 것 같이 3월 29일 이리역사 안의 만세운동이나 4.4월 만세운동의 성격도 장날이나 호남선 승객이 많이 몰려드는 기차역을 활용하는 운동방법이었다.

이리역에는 일본 보병 제 4연대 1개 중대가 주둔하고 있으면서 전주, 군산, 김제, 정읍 방면으로 왕래하는 승객들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역전 안에서 시위가 어려운 형편 이였다. 4월 4일 거사에 앞서 3월 27일, 29일에는 승객들이 많이 몰려있는 대합실과 승강장 안에 열차가 서 있는 프렛 홈과 열차 안쪽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문용기, 김병수, 오덕근, 박병렬 등 수십 명의 지도자들은 조를 지어 승객들에게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배포하였다.

각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래식 복사기 가리방(일어)으로 독립선언서를 수 만장씩 제작하여 놓고 승객들에게 배포하였다.

선언문의 내용을 확인한 수천 명의 승객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조선독립만세를 연 호하여 외쳤다 결국 기차가 떠나버리고 나면 일본헌병들은 먼 산만 바라보는 꼴이 되었다. 우리 지도자들의 이러한 특별한 운동 전략은 3.1만세운동을 확산시키는 또 하나의 전략이였다.

■ 4.4일은 디 대회날(d-day)이다  

3월초부터 계속하여 만세운동을 주도하여 나오던 지도자들에게 있어 4.4일은 일제가 이 땅에서 감행한 폭압적 통치의 종지부를 찍는 디대회 날이였다. 기독교 지도자들 오덕근, 박병렬, 박공업, 백낙규 등과 천도교 지도자, 박영진, 이중렬, 이유상, 송일성, 이형우, 노충만, 최재봉 등 민족운동 지도자 수백 명이 연통을 받고 솜리 장날 대교농장 앞으로 운집하였다.

독립선언문을 수만 장씩 준비 하는 등 이들에게 있어 4월 4일은 생명과 젊음을 바쳐 이 민족의 자주독립을 기필코 쟁취해야만 하는 최후의 날이였다. 

이러한 계획은 천도교 측의 인사들뿐 아니라 옥구와 완주지역 전북 전역에서 기독교 측 민족지도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4월 4일 12시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문용기 선생은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을 귀탄하고 우리민족이 일어나 독립운동을 일으켜 나가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큰소리로 설명하였다.

조선독립만세라고 쓴 대형 깃발을 높이 들고 300여 민족운동 지도자들 앞에서 조선민족의 독립선언문를 낭독하였다.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만세를 연호하며 앞을 향해 나갔다. 여기에는 문용기 선생의 곁에서 독립운동이 시작된 이래 줄 곳 옆에서 잔심부름을 도맞아오던 서울 중동학교에 재학 중인 김종현, 김철환, 이시웅, 최대위 등 3월 4일 군산시위를 촉발시킨 쎄브란스 의전에 김병수 학생과 또는 익산지역의 민립학교 학생들 남전 도남학교, 동련 개동학교, 고현 경신여숙, 춘포와 웅포, 지역민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민족의식이 투철한 수백 명의 학생들이 참여 하고 있었다.

당황한 헌병대는 소방대와 농장직원들까지 동원하고 수백 명이 칼과 총 갈구리로 무장하고 나왔다.

운집되어있던 대열은 대오를 갖추어 시가행진에 들어갔다.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시장 상인들에게 배포하니, 대다수의 상인들도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열에 가담하였다.

문용기 선생은 대형 깃발을 높이 들고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만세를 연호하며 전진하여 나갔다.

시위대는 삽시간에 1천여 명에 이르자 더욱 기세를 높여 나가는 만세소리가 하늘을 찔렀고 시위는 계속되었다.

수십 년간의 강탈 통치에 사뭇 친 그 분노의 함성이 하늘도 감동시키고 땅도 감동시켰다. 옥구 방면과 완주 방면에서 약속시간 보다 늦게 참여하게 되는 독립 인사들도 계속하여 뒷자리로 동참하고 있었다.

시위군중의 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당황한 일본헌병대가 대열을 제제하여 보았지만 그렇게 쉽게 무너지고 마는 대열이 아니였다.

독립을 열망하는 그들의 정신은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일사 각오가 되어있는 투사들이였기 때문에 일인들은 그 위세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협을 느낀 일본헌병들은 시위대를 향하여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난사하기 시작하였다. 앞에서 시위를 이끌던 지휘부도 일보도 양보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또 외쳐나갔다.

팔봉 배 못(현 이제마을) 사는 김종길(남풍이)선생이 다리와 머리에 총을 맛고 억하고 앞으로 쓸어졌다 머리와 다리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다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로 피를 많이 흘려서 이미 숨이 끊어지고 있었다.

저녁 무렵에는 기력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평생을 뇌성마비환자로 살수밖에 없었다. 그 앞에서 조선독립만세를 목이 터지도록 외치던 박병렬, 오덕근 장노와 김병수 등의 여러 학생들도 총과 칼에 찔려 붉은 피가 저고리를 적셔 내리고 있었다.

백낙규, 박공업 기독교계 인사들과 박영진, 이중렬, 이유상 등 천도교 대표급 인사들도 중상을 입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또 외쳐 나갔다.

급기야 이곳 저곳으로 흩어져서 만세를 연 호하던 상황이 점차로 진정 되었다. 만세를 외쳐나갈 때 앞에서 시위대를 선동하여 주목받고 있던 지도급 인사 중 39명이 포승줄에 묵인 채 경찰서 지하 감방에 구금되었다.

김남풍 등 대표급 독립 인사들이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서 개정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다. 이날 문용기. 장경춘. 박도현. 서공유. 이충규. 박영문 등 6명이 순국하고 수십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이날 문용기, 박영문, 서정만 등의 장열한 순국이 군중들을 점점 격분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에 분노한 30여명의 남전교인들이 권총이나 비수 곤봉을 휴대하고 헌병 보조원을 구타하고 일본인 가게에 침입하여 물건들을 파괴하는 등 무력시위로 돌변하였다.  /황성근 <다음호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