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출범한 제5대 익산시의회는 역대 의회 가운데 평균 연령이 40대로 젊다. 그래서 인지 과거에 비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고 실효성은 낮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제5대 익산시의회 의원들은 현재까지 40건에 달하는 조례를 발의했다.

이중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목적으로 발의된 조례가 있는가 하면, 건수를 늘릴 목적으로 사장될 것이 뻔한 조례를 발의하는 의원도 있다. 따라서 의원발의 조례만으로 의정활동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조례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죽은조례를 선별하는 등 그동안 제정된 조례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망이다. 

제5대 익산시의회가 2006년 7월 114회 임시회를 시작으로 3년이 지난 6월 말 현재 138회 회기를 마감했다. 익산시의회은 이 과정에서 총  227건의 조례를 상정, 118건을 의결했다. 나머지 9건 가운데 6건은 보류시켰고, 1건은 폐기시켰으며, 2건은 철회 했다. 이 가운데, 집행부인 익산시장이 173건을 발의 했는데, 의결 168건, 보류 2건, 폐기 1건 철회 2건으로 나타났다.

상임위원회는 14건을 발의하여 14건 모두 의결했다.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우는 의원 발의 조례는 모두 40건으로, 이중 36건이 의결되었고, 4건이 보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시의원들의 의원발의 조례 수가 의정활동 평가대상이 되던 때도 있었다. 이는 시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에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의원발의 조례 수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는 일명 '죽은 조례'를 발의하여 집행부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의원발의 조례는 여전히 의정활동에서 중요하게 주목되는 부문이다. 현실적으로 집행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분야를 추진 시킬 수 있고, 의회가 적극적으로 지역과 계층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제5대 익산시의회 의원들이 발의한 40건의 조례안 중 손문선 의원이 6건을 발의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대중 의원이 5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김용균 의원과 최기재 의원 박종대 의원 등이 각각 4건씩을, 김형화 의원, 임영애 의원이 각각 3건씩을, 송병원 의원과 김정수 의원, 김영배 의원, 임병술 의원이 각각 2건씩을, 1건의 조례를 발의한 의원은 김병옥 의장, 김세현 의원, 주유선 의원, 최종오 의원, 박종규 의원 등이 각각 1건씩의 조례를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반해, 그동안의 회기 중 단한번도 의안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은 9명으로 파악되었다.

손문선 의원이 발의하여 지난해 8월 14일 제정한 '익산시지역산업활성화촉진에관한조례'는 지역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익산시와 지역의 산업체가 해야 할 책무를 규정하고 지역산업발전회를 두도록 하고 있어, 지대한 관심을 끈 의원발의 조례 중 하나다.

이 조례 제3조는 "시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 시 지역 생산품, 자재 등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시장은 지역의 민간사업 인.허가시 지역산업체의 참여와 지역산업체 생산품, 자재 등의 수주량을 증대하는 데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장은 계약 및 인허가 사항을 포함한 지역산업 실태분석과 추진계획 등을 매년 수립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시가 정책적으로 지역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지역 산업체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김형화 의원이 발의한 '익산시금연환경조성및지원에관한조례'는 자치단체가 공익을 지역 구성원들의 사익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조례는, 주민의 흡연으로 인한 건강위험요인을 감소시키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금연실천의 환경 조성과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장이 특정한 지구를 금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문화, 체육행사 등에 담배회사가 후원하는 행위를 삼가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 조례로 평가되고 있다. 

송병원 의원은 익산시가 제출한 '익산시학교급식비지원조례' 개정안에 대한 수정의견을 내어 9천여명의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이 급식지원을 더 받게 해 화제가 되었다.

이 조례는 당초 학교급식 지원대상을 '학교급식법' 제4조에 의한 급식대상학교와 '유아교육법' 제7조에 의한 유치원 그리고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로 규정되어 있으나, 송병원 의원은 영유아보육법 제10조를 추가하여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도 급식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제127회 임시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심사한 이 조례가 의결되어 익산시 관내 유치원 87개소 4,331명 만이 받을 수 있었던 지원 대상 유아수가 어린이집 254개소 9002명의 유아가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전문성을 갖춘 의원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조례로, 박종규의원이 발의한 '익산시귀농자지원에관한조례', 송병원 의원의 '도시공원녹지점용허가및관리조례', 최기재 의원의 차상위 계층 보험료 지급, 임병술 의원의 '익산시친환경구매촉진에관한조례', 임영애 의원의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등도 관심을 끌었다.

익산참여자치연대 이상민 사무처장은 " 의원이 조례를 발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집행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수용 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를 판단한 후에 발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행부가 발의된 조례를 살아 있는 사업으로 전환하여 생명력 있는 조례로 만들어야 하는데 실생활에 별로 필요하지 않는 조례는 사장되는 예가 많다"며 조례의 의원발의는 집행부와 사전에 공론화 과정을 거친 다음에 입법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 했다.

그는 또 "너무 많은 조례가 있는 현황이다"며, "시민 동의까지 확보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시민들을 위한 조례라면 시민들에게 충분히 공지되고, 시민들로부터 이해가 도출됨으로 인해 실효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예고와 의견을 듣는 과정을 시청과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확인하고 의견을 게재하는 숫자는 상당히 저조하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러한 과정을 모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례는 자기생명력이 있어야 하는 만큼, 내용에 대한 시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사안에 따른 의회 청원 또는 시민공청회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의원발의 조례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조례의 남발에 대한 방지대책 또한 필요하다는 여망이다. 지방자치 임기 4년 동안 만들어지는 조례가 계속 축척되는가 하면, '익산시재향군인예우및지원에관한조례'와 같이 특정단체에 보조금을 더 주기 위해 선심성 조례나 제정하려 한다고 비난받는 조례의 남발 우려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조례 발의가 남발되지 않는 방지대책 또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 관계자들은 '조례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해 '죽은 조례'는 폐기하고, 효용성이 없는 조례는 사전에 발의되지 않도록 막는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말 현재 익산시가 보유하고 있는 조례 법규는 총 43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시행되고 있는 조례는 239건, 조례규칙이 107건, 훈령이 91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용도 폐기와 철회 등 재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