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에 대한 호남지역 민심이반이 심각한 수준으로 감지된다. 이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점증되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장 경선방식을 놓고 중앙당과 지역위원장들 사이에 형성된 부정적인 기류는 호남지역 민심의 민주당 일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얼마 전 '시민공천배심원제'라는 생소한 경선방식을 도입하겠다며 국민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정치신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그동안 망국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던 '나눠먹기식 공천'과  '공천 매매'를 근절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국민들에게 안겨줬다.

기회의 균등을 통한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정치에 입문하도록 촉진해 국민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이는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시키고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순기능도 지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무엇보다도 정당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내부적 역량을 키우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시민공천배심원제'는 두달이 지나도록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 제도를 적용할 지역 조차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제도를 도입하지 아니함 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오늘에 이르러 상당수 국민들은 이 제도가 정치적 쇼에 불과하지 않나를 가늠하고 있다.

대체로 자치단체장을 꿈꾸는 사람들 가운데는 지방의 고위공직자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들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결심을 굳힐 경우 공직자 사퇴시한 보다 최소한 20일 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만큼의 사퇴 심의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자치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 된 지난 달 19일까지도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어느 지역에 적용할지 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이로인해 사실상 고위공직자들은 사퇴시한을 놓쳤다. 과연 민주당이 유능한 정치신인의 등용문을 열겠다는 의지가 처음부터 있기나 했었는지에 대한 불신이 나오고 있다. 정말, 민주당이 내놓은 '시민공천배심원제'를, 국민경선제에서 조직 동원력이 승패를 가르는 단점을 빼고 시민참여 확대를 위해 찾아낸 일종의 절충안으로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호남 물갈이론을 부를 정도로 강력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였던 당론이, 지역 정가의 밥그릇 다툼에 휘둘려 흐지부지 됐다는 지적도 높다.

익산지역에는 결국 '시민공천배심원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성격이 모호한 '국민경선제'가 도입되었다.

과연, 민주당 지역 위원장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시민공천배심원제'에는 지역여론이나 민심과는 다른 의도가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일까.

당비를 내는 당원들을 배제하여 정당정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우려가 높았던 것일까. 아무런 검증도 여론 수렴도 없이 용두사미가 된 제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누를 길이 없다.  

자율형사립고 정책, 정통성 확보하라

익산시 관내 14개 시민단체가 연대하는 자사고반대대책위가, 지난해에 이어 재론되는 특정 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 전환 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대위는 향후 탄생할 '자사고'가 관내 성적 우수 학생들을 싹쓸이 할 것을 우려한다. 또, 고교 서열화는 출신학교별 대립을 촉발하여 지역통합의 걸림돌이 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반대위는 특히, 교육의 획일화를 타파하고 다양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사고' 정책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자사고'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서 사교육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이 신중한 검토 없이 설정 되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몇배나 가중시키고, 학교이기심이 앞서 대학입시 실적 내기용 선발경쟁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나아가서는, 중학생·초등학생들까지 극심한 고입 선발경쟁에 내몲으로써 사교육비의 폭증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책과 현장의 극명한 괴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말, 자율형사립고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진입장벽을 두는 결과가 되어 계층 간 위화감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것인가. 지역 교육공동체를 파괴하고 수많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며 지역사회의 통합을 가로막을 것인가.

정책과 현장의 충돌 속에서 학부모들은 혼란에 뻐져들고 결과적으로 꿈나무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문제는 졸속적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대개 혁신은 진통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안일한 추진보다는 적극적인 토론과 다양한 여론 수렴을 통한 정책의 정통성을 확보한 이후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