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냉장고, TV, 컴퓨터, 안마의자 등 기증
연 평균 혈세 5억여원, 시의원 선물 비용으로 누수

익산시가 시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로 매년 1억원씩 편성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사업부서에 배정되고 있는 이 예산이 지역의 숙원을 해결하는데 사용되지 않고 시의원의 정치적인 목적에 악용되고 있다는 여론이다.

게다가, 선거를 앞 둔 최근 대다수 시의원들이 지역 경로당에 냉장고 등 비품을 제공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재량사업비'가 선거자금으로 전락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일부 시의원들은 재량사업비로 비품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받는 쪽에서 해당지역 시의원 개인이 선물한 것으로 오인하는 등 선거에 임하는 해당 시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일선 읍.면.동지역에서도 최근 시의원 재량사업비가 경로당 물품구입비로 사용되고있고, 물품을 기증 받은 경로당 측에서는 해당 시의원이 개인적으로 물품을 기증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익산시는 또, 지난 2008년과 2009년 시의원 재량사업비로 각각 29억원씩을 편성했다. 시의원들은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경노당기능보강사업비로 사용했는데, 지난 2008년에는 12억9,900만원을, 2009년에는 14억2,400만원을 각각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로당기능보강사업비 중 절반 가량이 에어컨을 비롯한 안마의자, 텔레비전, 냉장고, 체력단련기구, 김치냉장고, 선풍기, 밥솥, 싱크대, 가스렌지, 청소기, 정수기, 주방용품, 전자렌지 등 경로당 물품구입비로 사용됐는데, 2008년에는 5억5백만원이, 2009년에는 5억2,800만원이 각각 집행되는 등 시의원 1인당 1,758만여원 가량을 경로당물품구입비로 사용한 셈이다.

그런데 현역 시의원들의 이런 부적절한 선물 공세는 선거를 코 앞 둔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어 불법선거운동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각 경로당의 노인들은 특정 시의원이 개인적으로 경로당에 선물을 기증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시의원들이 의도적으로 물품 기증 배경을 밝히지 않으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조되고 있다.     

익산시 N동의 경우 2008년 경로당을 새로 신축했다. 해당지역 시의원 A씨는 당시 이 경로당에 자신에게 배정 된 재량사업비로 헬스기구 등 각종 비품들을 1천 5백여만원어치를 구입해 기증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은 3명의 지역구의 시의원 중 A의원을 통해서만 경로당 비품을 받기를 원했고, K의원만이 비품을 기증해 나머지 시의원 2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N동 경로당을 이용하는 한 주민은 "K의원이 모든 비품을 구입해 줬다"고 말했다.

Y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정 경로당의 한 주민은 "B의원이 비품을 사주어 고마움을 금치 못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Y면의 거의 모든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비품을 B시의원이 사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4년간 4억원의 시민의 세금이 특정 정치인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시의원이 사비들여 비품 사줬다”

한 시민은 "경로당이 많은 관계로 재량사업비만으로는 비품을 모든 경로당에 구입해주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시의원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 비품을 사주어 선거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익산시의 모든 의원들이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또, "어느 경로당에 재량사업비를 들여 물품을 구입해 주면 소문이 나서 주변의 다른 경로당 노인들도 비품을 사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비를 들여 비품을 사주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사법기관이 익산시의원 전체를 상대로 이 같은 불법 사례를 조사하여 부당한 사례를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