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집단 브랜드라고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미국 해병대다. 미국 해병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부대, 해병, 조국, 하나님’으로 표현되는 자기희생과 충성이다. 이런 신념이 행동으로 발현될 때 비로소 명예로운 해병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 해병대의 군가에는 “우리는 정의와 자유, 명예를 깨끗하게 지키는 것을 위하여 싸운다”라는 노랫말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소수 정예(A Few Good Men)'라고 자부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정체성이 바로 명예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의 예를 통하여 명예의 본질을 생각해 볼 때, 명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명예를 추구하는 인간의 권리는 천부적인 것으로서 세상을 바르게 유지하기 위한 차원 높은 본능이다. 반면에 사회의 구성원이란 측면에서 보면 명예는 공익에 합치될 때 비로소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직자나 사회지도층의 명예는 일반인과는 다른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가 그들에게 사무사(思無邪-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음)를 요구하고, 이에 반한 행동을 할 때 비판과 비난이 가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가치로 꼽히는 정직(正直)의 영어 단어인 honesty는 honor 즉 명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의 명예는 정직과 더불어 전체를 위하여 헌신하는 행동이 수반될 때 완성된다. 결국 공인은 ‘양심’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언행일치’를 자양분으로 굳건하게 자라며, ‘헌신’을 통하여 명예라는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다고 하겠다.

맹자는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은 결코 양심(良心)에 꺼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중의 행복을 책임지는 공인에게 인간으로서 갖는 양심은 물론 일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처리하는 양식(良識)도 요구한다. 따라서 공인은 작은 실수도 하지 않겠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과 비난을 기꺼이 수용하고 대화하는 도량이 필요하다.

결국 공인의 명예는 정직함, 능력을 갖추고 헌신하는 행동, 소통하는 마음으로 이뤄진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공인들 사이에서 툭하면 명예훼손 분쟁이 일고 있다. 부디 이런 다툼이 ‘위국헌신 공인본분(爲國獻身 公人本分)’만이 공인의 명예에 대한 판단기준이 되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공인들은 온갖 갈등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를 아우를 책무가 있다. 우리 사회의 공인들이 진정한 명예를 추구하는‘A Few Good Men’이 되길 기대한다. 정직함과 열린 마음으로 날을 벼린 명예의 보검으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힌 우리 사회의 문제를 끊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